백수 과로사

by 노란 보석

백수도 바쁘다!

바쁘다 보니 과로사할까 걱정된다


경기가 나쁘니 4~50대에 직장에서 쫓겨나 백수로 지내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일 년 사이에 수만 명이 백수로 전락했다. 전에는 어느 업종이 불황이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쫓겨나면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다른 업종도 모두 불황이니 갈 곳도 없다. 그래서 차리는 것이 통닭집이요, 커피숍 등 자영업인데 시작해서 삼 년 안에 70%가 폐업한다고 하니 할 일이 없다.


이슈가 된 것은 재취업의 문제가 아니고 이들 백수가 과로사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백수 과로사라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지난 유월부터 백수로 지내고 있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보면 다 바쁘다고 한다. 노는데 왜 바쁜 걸까?


통상적인 백수들의 생활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늦게까지 이불속에서 뒹구는 것을 마누라님과 자식들에게 보여주기 싫으니 일찍 일어난다. 통상 5시 기상인데 아무리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난다. 사실 앞에 말은 핑계일 뿐 3~40년 동안 7시까지 조기 출근한 습관이 몸에 배었는데 늦게까지 누워 있질 못한다.

TV로 아침 뉴스를 보기도 하지만 답답한 방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약수터라도 갔다 오는 것이 났다.


가족들의 아침 식사 시간에는 늦지 않게 들어와야 한다. 아무리 가장이지만 백수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는 오랜 직장 생활에서 살아남으면서 터득한 생존 본능으로 안다.

별도로 밥상을 챙겨 달라는 것은 예의도 아니고 용납도 되지 않는다.

이빨 빠지고 발톱마저 무뎌진 호랑이를 누가 무서워하겠는가!


여기서 중요하게 강조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식사 시간에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다. 상석에 앉았다고 어른 노릇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첫째, 주는 대로 먹을 것. 절대 메뉴에 대하여 불평하는 것은 백수로서는 예의가 아니다.

둘째, 짜다거나 맵다거나 쓰다거나 음식에 대한 맛을 논하는 것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혀는 더 이상 맛을 보는 기관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식사 시간에 식구들에게 잔소리를 한다거나 훈계를 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할 사항이다. 훈계는 그동안 해 온 것으로 족하다. 혹 의견을 물어 오면 짧게 간명하게 답해야 한다. 중언부언하거나 혹이라도 횡설수설로 들릴 소지가 있는 언행은 절대 자제해야 한다.

넷째, 식사 후에 빈 밥그릇을 치우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눈치를 보아서 설거지를 할 일이다. 아니면 청소기를 들고 청소 정도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설거지나 청소를 하는 것 마저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눈앞에서 빨리 사라져 주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갈고닦은 눈치보기 능력을 활용하여 적절하게 대처할 일이다.

참, 절대 그런 일은 없겠지만 TV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는 일은 혼자 있을 때 이외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있다.

"내가 왕년에~~" 란 말과 "옛날에는 어땠는데~~"도 금기어이다.

꼰대 소리 듣지 않으려면 항상 마음에 두고 새기며 살아야 한다.

정치적인 일이나 시국과 관련해서 자식들과 언쟁을 하거나 강요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그 사람 찍으라고 강요했으니까!

말하고 싶어도 참고 또 참을 일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심사가 뒤틀려도, 온갖 수모를 당해도, 가족 때문에 안 주머니 속 사표를 몇 번이나 만지작 거렸었나.

그때도 참았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자존심?

그건 원래 회사 연봉 계약서 쓸 때마다 함께 저당 잡히지 않았나!

그것 돌려받고 퇴직금 찾아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았나?

아직도 쥐고 있다고?

큰일 났네!

그거 버려야 사는데!!


제버릇 못준다고 백수 되어서도 과로하면 안 된다.

벌어 논 돈 신나게 쓰고 죽어야지



아침 식사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한 부류는 학구파다.

늦게나마 무언가 배워보겠다고 도서관이나 학원으로 가는 경우인데 중국어 학원과 공인중개사 준비가 제일 많은 것 같다. 그동안 못 배운 무언가를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다. 뒤늦게 공부의 재미를 흠뻑 느끼면서 공부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젊어서 그렇게 공부했으면 SKY는 물론 하버드도 갔을 것인데 돈이 없어, 시간이 없어 못 배운 것이 한이다.


또 한 부류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산으로 입산하는 입산파이다.

입산파라 하여 도를 닦고 깨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들은 이미 3~40년 동안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도를 깨친 사람들이다. 아직 해탈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을 어떻게 살면 비록 비굴하더라도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산에 가는 방법도 몇 가지가 있는데 기력이 넘치는 사람들은 남한의 1000M 이상 고산을 모두 오르는 목표를 두고 가는 사람이 있고, 유명산의 종주 코스를 타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유명 둘레길을 하나하나 답사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 혼자 가기보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뭉쳐서 함께 걷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 한 사람은 거제에서 임진각까지를 8월 무더위에 혼자 걸었다.

내 감동받아 쓴 글 "누가 발인가?"를 아래에 링크했다.

https://brunch.co.kr/@kohwang56/179




점심은 될 수 있는 한 밖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3~40년 동안 점심은 챙겨준 일이 없는 마눌님인데 새삼 백수가 그런 수고로움을 끼치는 것은 절대 예의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행하려면 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혜 있는 자들은 몰래 작은 주머니 하나 차고 있겠지만, 회사 봉급이란 것이 일한 나는 만져보지도 못하고 통장으로 자동 이체되어 마눌님에게 조공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딴 주머니를 찰 수가 없었다.

어떡하든 용돈 마련을 위해 생존 차원에서 목숨을 걸고 노력할 일이다.

퇴직 급여라도 챙겨서 보탤 일이다.


다리에 아무리 힘이 넘쳐도 주머니가 추우면 아무것도 아니다.

빈 주머니로 건강하게 백세까지 살아본들 그것은 거지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서 재산에 대해서만은 권한을 철저히 행사해야 한다. 이것 만큼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일이다.

자식에게 물려줘 보았자 고마운 줄 모르고 나중에 핍박만 당하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백억 재산도 날려 먹는 데 삼 년 밖에 안 걸리는 걸 보았다.

그렇다고 쥐고만 있으면 안 된다. 돈은 이럴 때 쓸려고 번 것 아니겠나.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오후 늦게는 어떻게 보내는가


오후 늦게나 저녁에는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행히 젊었을 때 취미 생활 몇 가지 정도는 잘 계발해 놓은 사람은 그것을 심화하여 즐길 일이다.

치열하고 고단한 직장 생활에서 취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사치생활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사실 변변한 장기가 있을 리 없다.

요즘 인기 있는 것이 색소폰을 배우는 붐이 일었고, 통기타도 제법 많은 것 같다.

또 제일 쉬운 게 사진 촬영이니 카메라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소위 국민 포인트에 가면 삼각대 놓을 자리가 없다.

거제, 통영, 사천 쪽은 낚시 인구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형편이 좋아 골프라도 즐길 수 있으면 복 받은 사람인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다 보니 스크린 골프장이 모임 터요. 시간을 죽이는 수단이 되었다 한다.


모두가 제2의 인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하긴 이다음에 하느님 앞에 불려 나갔을 때

"너는 취미가 무엇이냐? 네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취미는 없고 할 줄 아는 것은 일 밖에 없습니다." 하니

"헐 수 없다. 그럼 너는 저기 가서 일이나 해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취미 생활 한 두 가지는 익혀 놓을 일이다.



이 글의 주제가 백수가 과로사하게 생겼다는 것이었는데 한참을 빗나간 것 같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그런 황당무계한 상황이 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그 일터 나름의 패턴이 있는데 거기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몸이 새로운 패턴에 적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등산을 하건, 둘레길을 돌건, 공부를 하건, 취미 생활을 위해 악기를 배우건 모두가 이제까지 몸이 익히고 습관이 되고 체질화된 것을 바꾸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탈이 나는 것이다.

급격한 운동이나 등산은 허약한 몸의 어느 부분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손상을 주거나 골절이나 탈골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늙으면 뼈가 약하고 골다공증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특히 골절이야말로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다.

골절되어 열흘만 침대에 누워 있어도 근육이 약해진다. 뼈도 빨리 붙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몸 전체가 망가지고 면역력도 떨어져서 합병증으로 가게 된다.

오래 살기 위해 한 일인데 급행열차 탈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세대인가!


625 직후 베이비 붐 세대요 산업화 세대이고 민주화 세대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전력을 다해 살고 견뎌낸 세대이다. 근면과 열정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세대이다.

우리 사전에 대충은 없다. 또 즐길 줄도 모른다.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쉬엄쉬엄 하면 될 취미 생활도 무리해서 한다.

남들보다 뒤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으니 흡사 목숨을 건 사람처럼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문제는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몸이 마음을 못 따라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절대 작은 일에 목숨 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등산 때문에 무릎 관절이 아프고, 더러는 낙상하여 골절이 와서 병원에 가 있다.

별안간 골프 연습을 무리하게 해서 어깨와 허리가 아픈 친구들이 속출하고 단골 한의원을 두고 산다.

뒤늦게 마라톤에 도전하여 심장에 무리가 와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나처럼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밤낮없이 쏘다니다 관절에 무리가 와서 정형외과와 침 맞는 일을 병행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색소폰 배운다고 무리해서 폐에 병이 나는 일도 많다고 들었다.

어떤 친구는 아코디언 배운다고 열심히 했는데 결국은 허리에 무리가 와서 포기했다고 한다. 아코디언 무게가 자그마치 10킬로나 나간다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욕심을 줄이고 여유 있게 즐기며 서서히 적응해 가는 것이다.

쓸데없이 서두르다 빨리 가는 수가 있다.

이제까지 숨 가쁘게 살았으니 천천히도 살아 볼 일이다.

국가 대표할 일도 아니고 누가 쫒아 오지도 않는다. 친구가 나보다 조금 잘 하면 어떤가!


인생은 음미하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 여생을 멋지게 사는 방법이다.

이제까지는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나를 위해 살 일이다.

달관한 사람처럼 여유 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살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첨언할 것은 이미 대부분 예방접종을 했을 것으로 생각되나 예방 주사는 철저하게 맞을 일이다. 늙으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 합병증으로도 가는 수가 있다. 폐렴 예방주사(1회), 독감 예방주사(매년), 일본 뇌염 예방 주사(매년), 유행성 출혈열 예방주사(1회), 파상풍 예방주사(1회), 대상포진 예방 주사(1회)는 꼭 맞아야 한다.

먹는 골다공증 약이 위에 무리가 많은데 요즘은 골다공증 치료를 위한 주사도 나와 있다.


일부 사람들이 은퇴 후 사업이나 귀농을 꿈꾸며 준비하고 도전하는데 심사숙고할 일이다.

특히 귀농은 내가 시골 촌놈 출신으로 농촌의 실태를 잘 아는데 꿈과 낭만만 갖고 도전했다가는 큰 코 닥친다. 정말 그것이 나에게 맞는지?, 내가 감당할 능력이 되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남들의 성공사례가 아닌 실패사례를 많이 들어보아야 한다.

나는 귀농은 정말 자신이 없다. 조그만 집 하나 사서 조그만 텃밭 가꾸면서 별장처럼 왔다 갔다 할 정도이면 몰라도 그 이상은 자신이 없다. 회사에서 그렇게 고생 했으면 되었지 농장에서 또 종살이로 인생을 마감할 것인가?


이제까지 고생하며 살았는데 즐겨야 할 시기에 무리하여 과로사한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다.

"먹고살만하니까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말을 조문 가서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렇다. 이제는 가늘고 길게 살 일이다.

"개똥 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 했다

이제 와서 별안간 부자가 될 일도, 대단한 성공을 할 일도, 크게 무언가를 이룰 나이도 아니지 않은가!

다행히 경기가 풀려 내가 좀 더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실력과 경륜을 보여 줄 것이다.


이순이 넘었으면 이루기보다 정리를 생각할 나이가 아니겠는가!

나는 그런 의미에서 글 쓰는 것을 열심히 해서 내 이름으로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고 싶다.

또 그동안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도 갖고 싶다.


다른 욕심은 줄이고 바르게 살면서

여유 있게 멋지게 살다 가고 싶다.


백수 친구들아 아프지 마라!


과로사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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