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교통법규 철저히 지키면서 조심해서 운전하겠습니다."
"진짜 착하게 살겠습니다."
나는 지금 내 앞에 벌어진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흡사 하늘나라 바로 문 앞에서 문이 닫히는 바람에 되돌아온 느낌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아내와 나는 고개를 파묻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해야 했다.
"아~ 내가 살았는가!?"
"아내도 무사한 것 같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차는 괜찮은 것인가?"
앞차에서 남자 둘이 나와 이쪽으로 걸어온다.
그쪽도 별일 없는 것인가?
이제 정신을 차리고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힘을 주어 밀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뒤쪽에서 "쿵!~ 쿵!!~"
연속해서 둔탁한 충격 소리가 연속으로 들린다.
달려오다 제어가 되지 않는 차들이 연속으로 앞차를 들이받고 있는 것이다.
빨리 불안한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마음은 급한데 문이 안 열린다.
큰일 났다.
화재라도 발생하면 큰일이다.
또다시 공포가 밀려온다.
남자가 밖에서 창문을 두드리며 괜찮냐고 묻는다.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다시 문을 열려고 하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
아내가 조수석 쪽 문을 밀어 본다.
그쪽도 열리지 않는다.
아내가 몸을 실어 다시 시도한다.
드디어 열렸다.!!
침착하게 우리는 차 밖으로 나왔다.
아내는 주저앉아 부들부들 떤다.
"괜찮은 거야?"
무엇보다 아내가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여전히 뒤에서는 달려오던 차들이 "쿵!~ 쿵!~"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저걸 어쩌나!!"
그래 여기 이대로 서 있으면 안 된다.
언제 또 미끄러진 차가 덮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내를 가드레일 밖으로 피신시키고 우산을 씌워 주었다.
아내는 아직도 떨고 있다. 우산을 든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한다.
내차는 다행히 갓길에 멈춰 섰는데 운전석 쪽 바퀴가 충격에 이탈되어 옆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내차 앞에는 내가 옆구리를 들이받은 테라칸이 서 있고 그 앞에는 아반떼가 거의 완파되어 차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서 서 있다. 그 앞에 또 한대.....
내가 왼쪽 옆구리를 들이받은 차는 뒷바퀴 위쪽이 움푹 파여 있다. 그쪽도 다행히 별로 아픈 데는 없다고 한다.
뒤쪽은 수십대의 차들이 뒤엉켜서 아수라장이다.
움직이려고 도로 쪽을 밟으니 얼음판이다.
그렇다 얼음판 위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아직도 내차는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 차 안으로 다시 들어가 엔진을 껐다. 그런데 라디오가 꺼지지 않는다. 포기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빨리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야겠다.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하니 ARS 음성이 들린다.
"교통사고 접수는 1번....."
"고객님 죄송합니다."
"지금은 고객님들의 통화가 많아 안내원이 모두 통화 중입니다."
"통화가 끝나는 대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통화 내용은 법적인 문제 발생 시 근거로 제시하기 위해 녹음됨을 알려드립다."
"그래 알겠는데 그놈의 안내원은 언제 나오냐고?"
참으로 여유롭다!
"엠병!!"
"우리 ㅍㅍ화재는 고객님의 편의를 위해 어쩌고 저쩌고~~~ "
"엠병!, 그래 니 똥 굵다!"
"2 x 9 = yy이다!!
"그래 yy이다"
"고객님 오래 기다리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교통사고가 나서 신고하려고요."
"아 교통사고를 당하셨군요."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보석입니다"
"무슨 보석이신가요?"
"노란 보석입니다."
"노란 보석 고객님 차번호가 어찌 되시나요?"
"1595!"
"아, 차 두대가 등록되어 있는데 xxx-1595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동승자가 계시나요?"
"예 아내가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
"다치지는 않으셨나요?"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다치지 않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희가 연락할 때 필요해서 그러는데 전화번호가 어찌 되시나요?"
"010- xxxx-xxxx"
"아~ xxxx 맞으시나요?"
"예! 맞습니다."
"그곳 위치가 어찌 되시나요?"
"어 ~ 글쎄, 여기가 금산 IC 조금 못 미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 빙판길에 사고가 엄청 크게 나서 아수라장입니다."
"알겠습니다. ㅊㅊㅊㅊ 서비스를 보내겠습니다."
"그쪽에서 고객님께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전한 곳에서 피해서 기다리시면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 카를 보내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김 친절이라고 합니다."
나는 이 전화 이후에 보험 회사에 6번 레커차 독촉을 했다.
위와 비슷한 통화를 6번 했다는 얘기이다.
보험회사 ARS 참으로 껄적지근하다!
운전 경력 28년 간 주행 중 사고는 한 건도 없었던 나는 오늘도 자신 만만했다.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에 나섰다. 사천까지 당일치기로 갔다 와야 한다.
아침 여섯 시에 기상해서 준비하고 7시 정각에 서울에서 출발했다.
조수석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20년 무사고 장롱면허를 갖고 있는 아내가 앉아있다.
그녀는 절대 옆에 앉아 졸지 않는다. 대단한 인내심을 갖고 있다.
엊그제 아내와 힘께 인천을 다녀왔는데 멀미를 해서 고생한 일이 있어 오늘 운전은 조심스러웠다.
날씨는 흐려 있었고 도로 갓길에는 아주 얇게 잔설이 남아 있었다. 서울을 빠져나오는 길은 여전히 복잡하고 시간이 지체되었다. 신갈에서 봉담까지 도로가 지체되어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했기 때문에 망향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잠시 눈을 붙였다.
잠시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도로는 붐비지 않았고 이슬비만 조금씩 내렸다. 나는 아내가 행여 멀미를 할까 걱정이 되어 교통 법규를 지키며 속도도 100킬로미터 내외로 달렸다. 차는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대전 통영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도로는 더 한가해졌지만 날씨는 조금 더 악화되고 있었다. 앞 유리창 와이퍼는 바쁘게 움직였다. 앞차의 바퀴에서 튀겨내는 흙탕물이 유리창에 와서 들러붙었다. 나는 가끔 와셔액을 뿜어 유리창을 씻어 내었다.
인삼랜드 휴게소를 지나갈 때 밖의 온도는 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0도는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인데 길이 얼지 않은 것 같은데....
앞에 차가 거의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1차선을 따라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나도 비상 깜빡이를 넣음과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브레이크가 "두두두둑" 떨렸다.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으악~"
중앙 분리대 쪽으로 차가 돌려고 한다.
"어 저걸 받으면 큰일인데!"
또, 앞에 갓길과 2차선을 걸치고 SUV 한 대, 그 앞에 2차선과 1차선에 걸쳐서 SUV 또 한 대, 그 앞에 1차선에 승용차 1대가 이미 사고로 멈춰서 있는 차가 눈앞으로 빨려 들어오듯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첫 번째 차와 두 번째 차의 사이로 부딪히지 않고 비집고 나왔다.
브레이크는 흡사 파열된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물론 나는 브레이크 파열을 당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그렇게 느꼈다.
브레이크가 두두둑 진동이 오면서 제동이 안되고 미끄러지는 느낌이 왔고,
핸들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면서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길 바깥쪽 가드레일이 다시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그것을 정면으로 받으면 큰일이다.
이번에는 아내가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가드레일 밑 부분에 있는 시멘트 블록을 따라 밀려가다가
2차선 위에서 앞차의 사고 때문에 멈춰서 있던 테라칸 차의 오른쪽 뒷바퀴 바로 앞쪽을 들이받았다.
이때 나는 "브레이크 파열이야! 브레이크 파열!"하고 외쳤다.
쿵!!
내차는 테라칸을 받은 후 5미터 정도를 더 가서 가까스로 멈춰 섰다.
내가 멈춰 선 앞에 이미 사고 나서 멈춰 선 3대의 차가 더 있었다.
내 뒤에 오던 차들은 내가 처음에 발견한 3대를 들이받고 멈춰 선 것이다.
그리고 뒤 차들이 계속 달려와서 그 차들을 들이받았다.
내가 비상 깜빡이를 켜고 서있는 차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은 후 5초 만에 테라칸을 받았다.
마지막 멈춰 설 때까지는 10초, 5초간의 시간 동안에 운명이 결정 난 것이다.
처음 속도 105킬로미터, 차를 받았을 때 73킬로 미터, 다행히 정면으로 받지 않고 스치듯 받은 게 앞차의 손상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어찌 된 것인지!!"
"휴~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가 어려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ABS 브레이크는 세게 밟으면 "두두두둑" 진동이 생기며 브레이크가 잡힌다고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운전석 쪽 바퀴가 이탈되는 사고를 당했는데도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과연 이차는 에어백이 있기나 한 것일까?
아니면 불량인가?
이건 꼭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번 사고는 22중 추돌 사고라고 한다. 10여 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사고 지점은 다리 위였고 그래서 얼음이 얼어 있었다.
염화칼슘은 사고가 수습된 후에 뿌리고 지나갔다.
만약이란 말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걸 아침에 뿌렸으면 이번 사고는 없지 않았을까!
비는 밤부터 오고 있었고 온도도 영하로 내려가 있었는데 제대로 조치가 안된 것으로 보인다.
너무도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앞의 첫 번째 사고차인 아반떼가 왜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차가 돌아버렸을까?
차가 돌면 바로 브레이크를 풀어야 하는데.....
내 뒤의 차들은 앞과 뒤를 모두 찌그러진 것들이 많았다.
앞으로 박고 뒤로 받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다행히 나는 우여곡절 끝에 그곳을 빠져나와 뒷부분을 받치는 사고를 면한 것이다.
길이 꽉 막히니 레커차의 접근이 쉽지 않아 사고 처리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로공사 직원과 소방관, 경찰 등이 나서서 수습했지만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
내가 사고 난 시간은 10시 36분 경인 것 같다.
내가 가입한 보험사의 레커차가 가장 늦게 오는 바람에 맨 마지막으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오후 1시 47분에 정리되었으니 3시간이 걸린 것이다.
비가 왔으니 좀 더 시간을 줄여서 80킬로의 속도로 줄였다면?
내 사고는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전은 "절대 안전"인 것이다.
내가 28년간 무사고였다고 사고 시 정상 참작을 해주는 것은 없다.
매 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법규를 지키면서 안정 운행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사고의 보험회사 판정은 내 잘못이 100%라고 한다.
앞차의 두 사람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겠다고 아침에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나는 모두 인정했다.
다시 한번 나는 맹세한다.
앞으로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운전하겠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나를 위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참, 벤쯔도, 아우디도, 도요다도 그 어떤 외제차도 사고 앞에 예외는 없었고,
처참하게 망가진 몰골로 레커차에 멱살 잡혀 끌려갔다.
내차의 사고 후 모습. 왼편 바퀴고 두 개 모두 파손되었다.
내차 뒤에 차들이 서로 엉켜 있다. 나는 다행히 저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차에 받친 테라칸
앞뒤로 받친 다른 자동차, 실제 이런 모양으로 부서진 차가 많았다.
어느 정도 사고가 수습되어 차들이 빠져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