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에서 한국 낭자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총 7번의 대회에서 5번을 승리했으니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없다.
지난주 있었던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 유소연이 역전 우승하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앞서 가던 렉시 톰슨이 오소 플레이(Wrong Place : 잘못된 장소에 볼을 놓고 플레이하는 것)로 무려 4 벌타를 받아 유소연이 연장전 끝에 우승한 것이다.
렉시 톰슨이 4 벌타를 받게 된 이유는 전날(3일 차) 17번 홀에서 홀과 40센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볼 마크를 하고 공을 놓을 때 약 2.5센티정도 앞에 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볼을 정위치에 놓지 않은 것에 대해 2 벌타, 스코어카드 오기로 2 벌타를 받았다. 경기위원이 문제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제보하여 동영상을 돌려보고 다음날 벌타를 부과한 것이다. 최종일 12번 홀에서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렉시 톰슨이 4 벌타를 받는 바람에 4라운드 결과 유소연과 동타가 되어 연장전에서 유소연이 버디로 우승하였다. 그녀는 무려 4억 5천만 원의 1등 상금을 받아 상금 랭킹 1위를 이어갔고 세계 랭킹도 2위가 되었다.
당연히 논란이 되었고 유명 골프 선수들의 이런저런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미셀 위,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로리 맥길로이 등이 시청자 제보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LPGA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좌절을 느끼고 한편으로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67년 동안 LPGA는 제대로 규칙을 지키고 있다. ANA 인스퍼레이션 이후 '불안과 고통' 때문에 단순히 변화하길 원치 않는다."라고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렉시 톰슨은 "LPGA 프로 선수로써 경기위원회 결정을 고통스럽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나는 고의로 공을 가까이에 놓고 치려고 한 사실은 없다."라고 말하며 고의가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정확한 것은 본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계 중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프로 골프 선수가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볼마크를 정확하게 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이다. 생각 없이 했다 해도 문제이고 의도적으로 했다면 더 큰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렉시 톰슨은 "내 일로 유소연의 우승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해서 스포츠맨십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셀 위는 하와이에서 열리는 롯데 챔피언쉽 대회에 앞서 이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실격당했다"라고 말했다.
미셀위는 2005년 삼성 월드 챔피언쉽에서 덤불 속에 들어간 볼을 찾지 못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드롭한 뒤 파를 기록했지만 제보를 받고 경기위원회가 중계 기록을 분석한 경과 30센티 정도 오소 플레이한 것으로 드러나 실격했다. 스코어카드 오기는 작년까지만 해도 실격 대상이지만 올해 룰이 개정되어 2 벌타를 받게 되어 4 벌타에 그친 것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골퍼로 추앙받는 바비 존스의 일화를 접하게 되었다.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는 바비 존스는 1925년 US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 차 선두를 유지하고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러프에서 어드레스 하는 사이 볼이 움직이자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해서 1 벌타를 받았고 이 때문에 공동 1위가 되어 연장전에서 져서 우승컵을 놓쳤다. 이때 아무도 본 사람도 없었지만 양심상 자진 신고한 것이다. 그의 친구 O.B 킬러 기자는 "나는 그가 우승하는 것보다 벌타를 스스로 부과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기록했다. 이 사건을 두고 매스컴이 칭송하자 바비 존슨은 "나는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당신은 내가 은행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나를 칭찬하려 하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다. 골프의 가치는 정직과 에티켓에서 나온다고 한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을 두고 억울하다느니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 기본이 흔들리는 것이다.
어찌 스포츠뿐이겠는가! 어떤 일이건 룰은 지켜져야 하고 어기면 벌칙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분노한 것은 무엇인가? 법이 지켜지지 않았고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높은 자, 가진 자들의 반칙에 분노하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요즘 대선 국면에서 검증 논란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된 지도자가 될 것인지 걱정 되서면서 이번 LPGA 렉시 톰슨 사건이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으로 법을 만드는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을 골프로 풍자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국회의원들이 회기 중에 골프를 치러 갔다. 물론 국회의원 중에는 돈을 낸 사람이 없다. 심심하니 내기를 하자고 해서 돈도 걸었다. A 의원이 친 볼이 러프에 들어갔는데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함께 찾던 B 의원이 볼을 발견했으나 발로 꾹꾹 밟아서 숨겨버렸다. 그런데 이때 A 의원이 "여기 볼 찾았다!"라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