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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Mar 21. 2021

프롤로그

 프롤로그

  



  나 할아범 참새는 약칭 범말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 태어나서 살아온 기간이 어느덧 60년이 넘었다. 인간들은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고 하는데 나도 황 진사 댁 서당에서 학동들이 한문 배우는 걸 지켜보면서 사자성어(四字成語) 정도는 쓸 줄 아는 수준이 되었다. 특히 밤에는 서당 처마 끝에 잠자리를 잡고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글을 배웠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소설에서도 나 할아범 참새의 한문 실력을 발휘하여 사자성어(四字成語)와 속담, 명언을 인용(引用)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좋은 학교 가려고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사자성어(四字成語) : 한자 네 자로 이루어진 성어. 교훈이나 유래를 담고 있다.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는 뜻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함을 이르는 말.


  인간들은 머리가 안 좋은 제 친구에게 ‘새대가리’라고 놀리는데, 직접 나에게 한 말은 아니지만 듣는 우리 참새는 정말 기분 나쁘다. 머리 나쁜 다른 새 때문에 우리 참새가 그런 소리를 듣는 건 너무 모욕적이다. 


나도 오래 살다 보니 이젠 인간의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건 물론, 까치 같은 다른 새와는 당연하고 소, 닭, 개 등의 다른 동물과도 말이 통하게 되었다. 선각자(先覺者)라는 뜻을 아는가? 남보다 먼저 깨달은 사람을 일컫는데 온갖 지식과 지혜를 갖추고 통찰력이 있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줄 알고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라 할 것이다. 나도 그동안 치열하게 배우고 숙고하여 노력한 결과 참새 나라에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선각자(先覺者)라고 칭송받는 위치까지 올랐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제 잘났다고 노인네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고 시간이 남아도니 소일거리로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 내가 이 소설을 쓴 진짜 이유는 뒤에서 명확하게 설명할 것이다.



 *



  요즘 인간 중에도 깨달은 자들이 있어서 자연보호(自然保護)를 주장하고 사냥을 법으로 규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수렵금지(狩獵禁止) 해제해서, 경찰서에 임시 보관해 놓았던 공기총이나 산탄총을 돌려받아 우리에게 무자비하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다른 조류들은 멸종 위기종(滅種危種)이니 천연기념물(天然紀念物)이니 하여 사시사철 법으로 보호해주면서도, 우리 참새와 까치는 유해조수(有害鳥獸)로 지정하여 핍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참새들은 이런 정책이야말로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우리 참새와 까치를 유해조수(有害鳥獸)로 지정했기 때문에 농민들이 우리를 잡겠다고 저리 설치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우리가 벼농사, 밭농사를 망친다고 농민들이 정부에 탄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우리 같은 작은 몸이 한 끼에 먹어봐야 벼 열 톨도 안 먹는데 인간들은 쩨쩨하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우릴 잡겠다고 그물치고 공기총까지 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까치한테 그러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까치가 과수원 과일을 쪼아서 상처를 많이 내는데 내가 보아도 그 애들은 정말 양심이 없다. 과일 농사 다 지어 놓은 걸 그런 식으로 입만 대고 말면 내가 과수원 주인이라 해도 열받아 미칠 것 같다.

  요즘 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많이 지어서 정전 사고가 자주 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한전에서는 까치를 잡아오면 한 마리당 6,000원씩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농민들이 공기총을 들고 더 설치는 것 아닌가. 전봇대에 집 짓는 까치나 그걸 잡으면 돈 주는 한전이나 살아 있는 생명 죽여서 돈 벌어 보겠다는 인간들이나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그 총으로 우리 참새도 마구 쏘아대니 환장할 노릇이다. 까치들이 갑자기 개과천선(改過遷善)해서 그런 짓을 멈출 것 같지도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개과천선(改過遷善) : 지난날의 잘못이나 허물을 고쳐 올바르고 착하게 됨.


  우리도 조물주께서 만드신 생물인데,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인간들은 욕심이 너무 많고 도대체가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하긴 자기들끼리도 피 터지게 싸우는 게 인간이니 무얼 더 기대하겠는가!


  어찌, 이 땅과 여기 있는 생물들이 모두 인간의 소유란 말인가?


  내가 판단하기에 지금 지구는 멸망 위기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지난 50년간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급속히 진행되었는데 인간들은 너무 오만해서 그걸 못 느끼고, 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미 지난 50년 간 수많은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나는 우리 참새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 같아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는다. 

  인간들은 천년만년 잘 살 것처럼 오만방자(傲慢放恣)하게 행동하는데, 과연 병든 지구에서 인간만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병든 지구에서는 ‘AI 조류 독감’, ‘구제역’ 등 온갖 동물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고, 인간들도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염병에게 큰 피해를 당하면서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병든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아닐까 생각한다. 


*오만방자(傲慢放恣) :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없이 건방지거나 거만하다.

*전전긍긍(戰戰兢兢) : 몹시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함.


  지구는 지금 오염되어 온난화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하루에 200여 종의 생물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지구는 100년이 못 가서 전 생물이 멸종되어 죽음의 세계가 될지도 모르겠다. 온난화로 화석화되어가는 지구! 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곧 멸망해서 몇 십만 년 후 석유로 채굴될지도 모르는데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려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원망스럽다. 결국 인간이 지구를 멸망의 길로 몰아넣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공포스럽다. 정말 시간이 없다. 내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오만과 핍박에 맞서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인 전쟁 이야기이다. 내가 그동안 범말 <참새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겪은 일화 중에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을 이야기로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내 고향 범말, 아니 범티 마을 앞 새들의 천국, 그 드넓던 벌판은 이제 모두 논밭으로 개간되어 안타깝게도 우리 새들이 모두 쫓겨났다는 사실을 눈물로 전한다. 


  이 글을 쓰는 데는 나와 동년배이고 오랜 친구이기도 한 까치 할아범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밝힌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까치 할아범이 보았으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참새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지만 그 할아범은 까치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나이를 먹어 늙어가면서 비록 기억력은 약해지지만, 전체를 보아 아우르며 깊은 사고를 통한 통찰력과 사리를 분별하는 지혜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니 ‘노년이란? 늙는 것이 아니고 익어가는 인생의 가을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이 책을 나의 가족들에게 선물로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밖에서 새처럼 자유롭게 놀지 못하고 갇혀 살다시피 하는 손주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집에 갇혀 사는 반려동물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귀여운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점을 남기고 싶다. 

  ‘영원히 아름다운 지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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