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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Mar 21. 2021

1.2 안전 교육

제1장 : 생존 전략



1.1 안전 교육



  인간이 우리를 잡기 위한 사냥 방법에 따라 대처하는 안전교육(安全敎育)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새 그물을 조심해야 한다며 제일 중요하게 가르친다.


  새 그물이 우리에게 가장 위험하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물고기 잡는 촉고같이 투명한 가는 실로 된 그물을 울타리 위에 쳐놓고 그곳으로 우리를 몰아 잡는 방법이다. 힘이 약한 우리는 떼로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다. 아마 수백만 년 전 우리 조상이 바다에 물고기로 살 때부터 큰 고기를 피해 떼 지어 몰려다니던 습관이 있었는데 그것이 아직도 유지되는 것 아닌가 싶다. 실제 이 방법은 우리가 매의 공격을 피할 때 효과를 보기도 한다. 

  위급할 때 우리는 복잡하게 나무가 얽힌 곳으로 숨는다. 그래서 울타리 위에서 놀기를 즐기지만, 머리 좋은 인간들은 우리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들이 울타리에 그물을 쳐 놓은 후 소리를 지르고, 꽹과리를 치며 여럿이 쫓는다. 우리는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우왕좌왕(右往左往)하며 도망칠 수밖에 없다. 급하게 쫓기다 보니 그물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물코에 머리나 다리, 날개 등이 걸리는 것이다. 한번 줄에 걸리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인간들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하듯이 아무리 급해도 눈을 크게 뜨고 조심해서 살필 일이다.

*혼비백산(魂飛魄散) 넋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지다.라는 뜻,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

*우왕좌왕(右往左往) :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하며 종잡지 못함 


  이런 걸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들도 양심은 있는지 그물로 새 잡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법쯤은 우습게 여기는 인간들이 있으니 문제이다. 우리 참새 속담에 ‘매한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말이 있다. 위기일발(危機一髮)의 순간에도 경거망동(輕擧妄動) 하지 말고 항상 신중, 또 신중할 일이다.

*위기일발(危機一髮) : 당장에라도 끊어질 듯한, 위험한 순간을 비유해 이르는 말.

*경거망동(輕擧妄動) : 가볍고 망령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도리나 사정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경솔하게 행동함.


  칠뜨기와 용팔이는 공기총으로 새를 잡지만 실력이 부족한 데다 제일 맛있는 참새는 작고 약삭빨라서 맞추기가 어려웠다. 하루에 많이 잡아봐야 서너 마리인데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양이라 항상 아쉬웠다. 칠뜨기가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물고기 잡는 촉고같이 생긴 새 그물을 사다가 참새를 잡자고 했다. 용팔이가 좋다고 맞장구를 치며 바로 읍내에 사러 가자고 서둘렀다. 뭔가 결정을 하면 물불 안 가리고 즉시 시행하는 조급증이 있으니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통상 30분 거리의 철물상까지 15분에 달려갔다. 

  칠뜨기가 새 그물을 찾으니 나이가 지긋한 철물상 주인은 그런 건 안 판다고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새 그물을 팔다가 걸리면 벌금을 엄청 물어야 하는데 그런 모험을 왜 하냐고 했다. 전에는 산 짐승 잡는 덫을 팔기도 했지만, 이제 단속이 심해서 팔지 않는다고 했다. 둘은 금방 시무룩해져서 낙담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용팔이가 뭔 생각이 났는지 혹시 물고기 잡는 촉고는 있냐고 물었다. 주인은 있긴 있지만, 촉고도 허가 없이 고기를 잡으면 걸린다고 하면서 팔지 않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공부 말고는 한 번 하고자 하면 끝장을 보는 집념이 있었으니 그대로 순순히 물러설 위인들이 아니었다. 용팔이가 애원하듯 말하길 참새가 하도 설쳐대서 농작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농한기에 몇 마리 잡으려 하는데 팔라고 졸랐다. 그래도 주인이 고개를 가로로 흔들자 이번엔 칠뜨기가 가세하여 참새는 유해 조수라 잡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으니 도와주는 셈 치고 팔라며 졸랐다. 그러나 철물상 주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달이 난 용팔이가 값을 배로 쳐주겠다고 흥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인은 엷은 미소를 띠고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이놈들이 결코 이걸 안 사고는 못 배길 거란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이번엔 칠뜨기가 그럼 세 배를 쳐 주겠다고 나왔다. 그러면서 혹시 단속에 걸리더라도 여기서 사지 않았다고 하겠다며 채근했다. 주인이 그걸 어찌 믿느냐 반문하니 ‘장부 일언 중천금(丈夫一言重千金)’이라며 큰소리쳤다. 주인은 못 이기는 척하며 카드는 안 되고 현금으로 계산하면 팔겠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용팔이가 농협에서 돈을 찾아와서 대금을 치렀다. 10만 원짜리를 30만 원이나 주고 샀다. 목표가 정해지면 앞뒤 따지지 않고 멧돼지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기질이 다시 한번 나타난 것이었다.


  촉고는 새 그물에 비해서 길이가 더 긴 것이 특징이다. 길이가 길어서 참새가 빠져나갈 길목을 더 넓게 노릴 수는 있으나 설치하고 움직이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옛날에는 나무를 엮어 세운 울타리가 있었으나 요즘은 울타리 대신 담으로 둘러싸서 그물 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관목과 가시덤불이 모여 있는 곳을 택했다. 참새 떼를 그물 쳐놓은 곳으로 몰아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은 일이다. 동네 어린애들을 동원하고 꽹과리와 징을 쳐대니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참새 떼를 쫓았다. 평화롭게 놀던 참새가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놀라 도망치는데 문제는 그물 쪽으로는 가지 않는 거였다. 이리 몰고 저리 몰아 보았지만, 어느새 짧은 겨울 해는 서쪽 하늘로 기울고 있었다. 호락호락당할 우리 참새가 아닌 것이다. 아마 의치와 대참 이가 무리를 이끌고 피해서 위기를 모면했을 것이다.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나와 까치 할아범은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 같은 놈들 그 돈으로 소고기를 사 먹어도 동네 사람들 잔치를 하겠구먼”라고 하며 뭔 덜떨어진 짓인가 생각했다. 때마침 강풍이 불어와 그물이 넘어가니 가시덤불에 걸려서 엉망이 되었다. 이쪽을 떼어내니 저쪽이 엉키고 그걸 떼어내려다 다른 쪽이 엉켜버렸다. 30만 원이나 주고 산 그물이 새 한 마리 잡아 보지 못하고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었다. 무슨 일을 하건 심사숙고(深思熟考)해서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하는데 생각 없이 서두르다 비싼 대가를 치렀다. 

  일이 꼬이니 둘은 서로 상대방이 잘 못했다고 비난하며 핏대를 올리는데 참으로 가관이다. 요즘 보면 그런 인간들이 부쩍 많아졌는데 항상 제 잘못은 없고 뻔뻔하게 남 탓을 한다. 이런 걸 신조어로 내로남불(가 하면 맨스 이 하면 륜)이라 하는데 전국 대학교수들이 같은 뜻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라며 '아시타비(我是他非)'라고 발표했다. 인간이 동물보다 지식 좀 있다고 잘난 체하지만, 인성은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인간들이 저렇게 뻔뻔하지는 않았는데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문제는 그대로 방치된 새 그물이 우리 참새들에게는 지뢰밭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 경험이 없는 젊은 참새들이 정신없이 놀다 화를 당하곤 했다. 정부에서는 그곳에 ‘접근금지명령’을 내렸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고 불상사는 계속 발생했다. 사고가 나면 안타까워하면서 인간에게 원망을 쏟아내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저 조심하라고 할 뿐 대책이 없었다.



  동료가 인간에게 잡혀서 털이 뽑히고 석쇠에 구워져서 먹히는 끔찍한 모습을 보았다.


  인간들은 우리를 잡으면 털을 뽑아 석쇠에 올려서 화롯불에 구워 먹는다. 아마 작고 귀해서 그렇게 구어야 더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워낙 작아서 한 마리를 잡아야 딱 두 첨의 고기가 나온다. 겨우 그걸 먹겠다고 인간들이 그 난리를 피우니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시장에서 닭고기를 사 먹고 말 일이지…….

  우릴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으면서 고소하다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라고 떠드는 것을 들었다. 정말 피가 거꾸로 돌 일이다.


  전에는 서울 포장마차에서 ‘참새고기’라고 써 놓고 비싸게 팔았던 적이 있다. 진짜 참새가 아니고 병아리를 감별하여 쓸데없는 수놈을 참새고기로 속여서 팔았는데 이런 걸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하는 거다. 

  인간 중에는 이렇게 사기를 잘 치는 나쁜 놈들이 많다. 요즘은 보이스 피싱이라 하여 전화로 속여서 남의 돈을 갈취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 유행한다는데 참으로 별난 놈들이다. 속이는 놈이 나쁜 놈이지만, 거기에 속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깨어 있다고 잘난 체하는 2~30대 젊은 애들이 제일 많이 당하는 걸 보면 우습지도 않다. 아무튼 병아리 고기보다 우리 고기가 열 배는 더 맛있는데 약삭빠르고 잘났다는 서울 놈들이 그런 것에 속는 것을 보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두 번째는 초가지붕에서 잠잘 때의 주의사항이다.


  초가지붕 끝에 굴을 파고 들어가 잠자던 방법은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새마을 운동’ 이후로는 초가집이 없어져서 옛날 얘기가 되었지만……. 추운 겨울이면 우리 참새도 추위를 피해 안전하게 잠잘 곳이 필요하다. 초가지붕 끝에 오므린 손 하나 들어갈 크기 정도의 굴을 만들어 잠을 자면 따뜻하고 올빼미의 공격도 받지 않으니 비교적 안전하다.

  그래도 이때의 안전 수칙은, 

  1. 굴에 잠자러 들어가는 것을 절대 인간에게 들키면 안 된다. 몇 번이고 명확하게 확인하고 재빨리 들어가야 한다.

  2. 들어가서 돌아앉아 밖을 보고 자야 한다. 이는 위기 상황 발생 시 쉽게 탈출하기 위해서이다. ‘안전제일(安全第一)’이다. 만사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하지 않았나. 

*유비무환(有備無患) :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없다.


  인간들은 밤늦게 우리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포획하러 나선다. 지게를 처마 밑에 받치고, 두 사람이 지게를 꽉 잡으면 키 큰 친구가 그 위에 올라서서 맨손으로 우리를 포획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놈들은 우리 귀가 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수신호를 해가며 숨마저 죽이고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인다. 자세가 갖추어지면 랜턴으로 구멍을 비춘다. 랜턴 불빛을 정면으로 맞아 본 기억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실명 상태가 되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말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 놈들은 그 순간 손을 넣어 우리를 포획하는데 이때 얼마나 낌새를 빨리 알아채고 도망가느냐가 우리를 삶과 죽음으로 갈라놓는다.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


  나는 그렇게 한번 잡혔다가 인간이 방심한 틈을 타서 도망친 경험이 있다. 그 랜턴 불빛에 잠시 정신을 잃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바람에 도망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놀래서 심장은 팔딱팔딱 뛰는 데 한 순간 부주의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후회막급(後悔莫及)이었다. 절망적인 순간, 놈들이 나를 잡았다고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서로 돌려가면서 만져보는 사이, 넘겨주고 받는 순간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도망쳤다. 나를 잡은 보석이 놈의 7살 먹은 여동생 보경이 손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고 식은땀이 흐른다. 더구나 우린 그 유명한 ‘새가슴’이 아니더냐. 

*후회막급(後悔莫及)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

*희희낙락(喜喜樂樂) :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함.

*구사일생(九死一生) : 아홉 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난다는 뜻으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겪고 간신히 목숨을 건짐.


  하지만, 진짜 새가슴은 우리가 아니고 박새이다. 그날 나 다음으로 이웃사촌 박새가 잡혔는데. 그 애는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졸지에 심장마비로 간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면 나처럼 도망칠 기회가 올 수도 있는데 아쉬운 일이다. 인간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는데 나는 우리 자식들에게 ‘인간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고 주지시키고 있다.

  그 당시는 인간들도 먹을 것이 워낙 귀한 시절이라 우리를 단백질 보충 재료의 하나로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처럼 작은 새를 잡아먹겠다고 하니 참으로 쪼잔한 놈들이다.



  인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덫을 만들어서 우리를 속이고 꾀어서 잡곤 했다. 덫은 워낙 교묘하고 위장이 잘되어 있어서 조금만 부주의해도 속아 넘어가기 쉽다. 그래서 우리 참새들은 ‘덫의 특징 및 식별 방법’에 대하여 많은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해에 수십 마리의 동료들이 부주의해서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 안타깝게도 겨울이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그런 기사가 참새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곤 한다.


  인간들은 전통적인 사냥 방법인 활이나 새총도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솔직히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인간들이 옛날의 자기 조상들만큼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서 명중률이 낮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참새처럼 빠르고 작은 몸집의 새를 맞추기는 보통 실력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일이건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어느 분야 일이건 일만 시간 정도를 집중해서 단련해야 최고가 된다는 말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그런 끈기가 부족해 보인다. 

  우리가 잘 날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는지 인간들은 잘 모를 것이다. 본능으로 잘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본능은 기본이고 살아남기 위해 피땀 흘리며 수없이 노력해서 이런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실력은 없지만, 어린애들이 그런 것들을 열심히 만들어서 우리를 잡겠다고 쫓아다니는 걸 보면 사냥의 본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 애들을 보면 정말 귀엽다.


  인간이 덫을 만드는 걸 보면 머리 좋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 소리를 듣는 것은 이렇게 도구를 이용할 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을 닮은 원숭이가 돌 같은 도구를 조금 쓸 줄 안다고 들었다. 새 중에는 까마귀와 까치 정도가 일부 이용하는 걸 보았다. 우리 참새는 안타깝게도 힘이 약해서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용할 수가 없다.

  인간들은 이 덫을 우리 참새들이 많이 모이는 덤불이나 볏짚 쌓아 놓은 곳에 설치한다. 정말 잘 살펴서 비명횡사(非命橫死)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비명횡사(非命橫死) : 뜻밖의 재앙이나 사고 따위로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



  네 번째는 삼태기나 소쿠리 등을 덫으로 이용해 우리를 포획하는 데 대처하는 방법이다.


  인간들은 삼태기나 소쿠리를 경사지게 세우고 부지깽이 같은 나무로 받쳐 덫을 놓는다. 부지깽이에 긴 새끼줄을 묶어 방까지 끌고 들어간다. 문구멍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가 우리가 덫 밑으로 들어가면 줄을 당겨 위에서 덮쳐 잡는 방법이다. 눈이 많이 와서 우리가 먹을 것이 부족할 때 부주의하면 속기 쉬운 방법이다. 덫 밑에 나락을 깔아 놓아 우리를 유혹하지만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만 행동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방법은 게으른 인간들이 자주 쓰는 방법인데, 정성이 부족하니 당연히 성과도 적다. 우리가 그런 얕은수에 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다. 솔직히 바보 참새가 아니면 그런 허술한 방법에 속는 일은 없다. 성질 급하거나 멋모르고 까부는 어린애들이 어쩌다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 년에 손꼽을 정도이다.

  야, 인간들아 그걸 머리라고 쓰고 있냐!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 범말에는 유난히 웃고 다니는 개들이 많다.



  다섯 번째가 가장 최근에 나온 방법인데 애석하게도 우리 참새가 대참사를 당했다. 이 소설의 발단이 된 사건이다. 그래서 그 전 과정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나와 둘도 없는 친구인 할아범 까치가 직접 목격한 사건과 내가 겪은 사건을 합해서 이야기로 정리한 것이다. 그 할아범은 나와 동년배이며 황 진사 댁 서당에서 동문수학(同門修學)한, 아니 도강(盜講)한 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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