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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Mar 22. 2021

4.3 작전 수립

  

제4장 : 합종연횡



4.3 작전 수립



한편, 닭들은 참새와 동맹을 맺고부터 알을 낳지 않았다. 


  주인 보석은 별안간 닭이 알을 낳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 판매처에 매일 일정 수량을 공급하기로 계약하고 차질 없이 공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단되자, 항의가 들어오고 손해 배상 청구까지 하겠다고 나왔다. 사료를 제일 좋은 것으로 바꾸어 보았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 혹시 병이라도 걸렸는가 하여 검사도 해 보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별무효과(別無效果)였다.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몹시 바쁘게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

*별무효과(別無效果) : 별로 효과가 없음.


  이상한 낌새를 느낀 보석은 꾀를 내었다. 닭이 알을 낳지 않으면 잡아먹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닭장 앞에서 떠들었다. 닭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되어 잡아먹힌다면 큰 낭패였다. 닭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인간과 맞서는 것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짓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다고 보석이의 만행을 알고도 복수가 무서워서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만둘 것이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있었다. 결국 닭들은 알을 사흘에 하나만 낳기로 했다. 보석은 애매했다. 잡아먹기에는 아깝고 그냥 두기에는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보석은 ‘계륵(鷄肋) 같은 닭’이라 생각했다. 보석의 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거래처로부터의 신뢰도 상실했다. 계약을 해제하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손해보상 청구까지 들어왔다. 제일 큰 납품처인 농협으로부터 더 이상 경매에 물건을 내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성난 거래처를 무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당랑거철(螳螂拒轍) 제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거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제나라 장공이 사냥을 나가는데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멈추려 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작심삼일(作心三日) :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

*갑론을박(甲論乙駁) 여러 사람이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편의 주장을 반박함.

  게다가 밤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니 도저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동네 사람들도 잠을 잘 수 없다고 보석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보석과 동네 사람들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갔다. 



  참새가 중심이 되어 까치, 닭, 소, 메추리가 동맹을 맺은 후 참새 대통 용참이가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번에 외참, 공참 두 장관께서 참으로 큰 외교력을 발휘하여 5개국 군사 동맹을 맺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소. 이제는 참말로 작전을 세우고 복수할 때가 되었소. 어떤 방안이 있는지 기탄없이 얘기해 주시오 참새 대통 용참이가 장관들을 향해 말했다.

  “마침 5개국 동맹을 맺었으니 <계룡민국>과 <와우 공화국>이 먼저 반란을 일으키도록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국방부 장관 공참이가 날개를 폈다 접으며 나서서 말했다.

  “반란이라니 그건 참으로 위험한 일 아니오? <계룡민국>과 <와우 공화국>이 그만한 일에 노승발검(怒蠅拔劍)하다니……. 그들이 그렇게 위험한 일에 참말로 호응해 주겠소?” 환경부 장관 환참이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좌우로 약간 흔들며 말했다. 다른 국무위원들도 동감이란 듯 고개를 끄떡였다.

*노승발검(怒蠅拔劍) 성가시게 구는 파리를 보고 화가 나서 칼을 뺀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또는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대책을 세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건 전혀 걱정할 것 없소. 저들은 지금 참으로 열을 받아서 눈에 뵈는 게 없고 미치기 일보 직전이오. 내가 참말로 해결하리라!” 외참이가 앞으로 나서서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豪言壯談)했다.

  “우리는 참으로 ‘손도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쓸 예정입니다. 우리는 이 일에 장관직을 걸고 임하겠습니다.” 공참이가 야심만만(野心滿滿)하게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두 분 장관의 자신감이 저렇게 충만한데 한 번 믿어 보지요. 더구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면 혹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손실은 미미할 것이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혹 더 좋은 방안이나 다른 의견이 있는 국무위원이 계시면 말씀해 주세요.”

  “-----------” 다른 국무위원들도 인간의 만행에 의분은 느끼고 있었으나 참새가 인간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었다.


  모두들 와신상담(臥薪嘗膽)하던 차에 두 장관이 큰소리치니 더 이상 왈가왈부(曰可曰否) 하지 않고 연합군 작전을 승인하였다.

*야심만만(野心滿滿)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욕망이나 소망이 마음속에 가득함.

*왈가왈부(曰可曰否) 어떤 일에 대하여 옳거니 옳지 아니하거니 하고 말함.



  주도면밀한 연합 작전 수립은 전쟁의 성패를 좌우한다. 


  외참이와 공참이가 주도하는 동물 5개국의 연합 작전 수립은 순조로웠다. 작전은 빈틈없이 수립되었고 ‘D-day’만을 남겨 두었다. 


  ‘D-day’는 훈련 기간을 충분히 잡고 날씨가 좋은 날로 하기로 했다. 전쟁하는데 비가 온다면 작전 수행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기도 마침 장마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매우 중요했다. 날씨는 장기 예보에 정통한 까치가 전망했다. 까치는 봄에 집을 지을 때도 일 년 날씨를 내다보고 큰바람이 부는 방향을 예측해서 문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데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농부들도 까치집 문을 낸 방향을 보고 큰바람 방향을 예상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 농작물의 상태였다. 적에게 최대한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전쟁의 목표이므로 채소, 과일, 보리, 벼, 잡곡 새싹 등의 상태를 자세히 조사하고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기동성이 있는 참새, 까치, 메추리가 지역을 나누어 정세를 상세히 파악했다. 


  ‘D-day’는 까치가 제안한 대로 초여름인 6월 15일 금요일로 정했다. 까치는 그다음 주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요일로 정한 것은 범말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날을 잡았는데 만약에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도 있었다.

  작전은 군대 별로 공격 목표를 부여하고 이동 경로 및 공격 방법까지 면밀하게 수립했다. 공격 목표를 정할 때는 그 동물의 주특기를 살려서 최대한 전쟁의 성과를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중요한 것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수와 그 전력으로 시간당 공격할 수 있는 면적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모의 훈련까지 해가며 작전을 가다듬었다. 

  ‘매사 불여튼튼’이라고 예측되는 문제점을 모두 발췌하여 대응 방안까지 수립했다. 작전에 크게 문제가 발생할 시의 예비 전략까지 수립했다. 

  훈련은 나라별로 진행하고 각국 국방부 장관과 외무 장관들만 따로 모여 진행 관계를 점검하고 작전을 다듬었다.



  작전 수립이 끝났는데도 <동물 연합군> 총사령관을 누가 맡을 건가 하는 데서 이견이 있었다. 


  애초 전략 수립을 시작할 때 <동물 연합군> 총사령관을 선출하기로 했으나 서로 맡겠다고 경쟁이 치열해서 결국은 마지막까지 몰렸다. 모두가 이번 기회에 <동물 연합군> 총사령관을 맡음으로써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동물의 세계에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싶어 했다. 모두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니 당연히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주장이 난무하였다.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과 실상이 서로 꼭 맞음.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자리에 자면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각각 딴생각하고 있음.

*각양각색(各樣各色) : 각기 다른 여러 가지 모양과 빛깔.


  당우와 방우는 당연히 힘도 제일 세고 덩치가 큰 소들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야만 인간들도 함부로 못 한다는 거였는데 누가 들어도 일리 있는 말이었다. 

  닭들도 양보하지 않았다. 전에부터 높은 벼슬이라면 어느 동물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이런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외닭이는 자기들이 목소리도 제일 크고, 투계대회 챔피언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아침에 시각을 알리는 등 지휘 경험도 축적되어 있기에 적임이라고 말했다. 그 말도 그런대로 일리가 있어 보였다. 

  메추리도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외추리가 으스대며 나섰다. <동물 연합군>을 지휘하려면 기동성이 있어야 하는데, 넓은 벌판에서 갈고닦은 나는 속도는 자기들이 최고란 거였다. 군대 숫자로 보아도 자기들이 두 번째로 많은데, 가장 많은 참새보다 덩치가 크니 자기들이 맡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 또한 솔깃해질 수 있는 말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까치가 크게 비웃으며 말했다. 이런 위험한 전쟁에서는 용기가 중요한데, 용기로 자기들을 당할 동물이 누가 있냐고 말했다. 다른 동물들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용기야 황소 방우도 투우 대회 챔피언 출신인데 남보다 못지않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수탉 방닭이도 투계대회 챔피언을 열두 번째 하고 있는데 백전노장(百戰老將)을 옆에 두고 뭔 소리인가? 하고 웃기지 말라는 표정이었다. 

*백전노장(百戰老將) : 수많은 싸움을 치른 노련한 장수.


  공치가 공참이에게 자네가 증언을 좀 해줄 수 없겠나? 하며 설명을 부탁했다. 


  내용인즉슨, 이태 전에 독사 칠점사가 공치네 집을 공격해서 새끼를 잡아먹은 적이 있었다. 공치가 잠시 먹이 사냥을 나간 사이 그 일이 벌어졌다. 미루나무 밑에서 공치와 칠점사 간에 목숨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걸 마침 공참이가 지켜보았었다. 

*건곤일척(乾坤一擲) : 주사위를 던져 승패를 건다는 뜻으로, 운명을 걸고 단판걸이로 승부를 겨룸을 이르는 말.

  칠점사는 일명 까치독사라고도 부른다. 일곱 개의 흰점이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고, 사람이 물리면 일곱 발자국을 못 가서 죽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했다. 까치처럼 희고 검은색이 뚜렷해서 까치독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이름 때문에도 서로가 기분이 나빴다. 까치가 볼 때, 하필이면 못된 독사에다 허락도 없이 자기 명칭을 붙이느냐는 거였고, 까치독사 입장에서는 칠점사라는 멋진 이름이 엄연히 있는데 하찮은 까치를 갖다 붙이느냐는 거였다. 

  까치 어미가 둥지에 있으면 칠점사도 굳이 모험하려 하지 않았지만, 새끼가 커서 이소 하기 전에 꼭 잡아먹겠다고 노리고 있었는데, 어미가 먹이 사냥을 나가고 새끼들만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어렵게 미루나무를 타고 까치둥지까지 올라갔다. 새끼는 세 마리가 있었는데 제법 자라서 한 마리를 잡아먹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나머지 두 마리도 마저 잡아먹고 싶었지만, 어미 돌아올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급했다. 두 놈도 죽여 버릴까 생각하다가 다음을 위해서 남겨 두기로 했다. 

  나무에서 거의 다 내려왔는데 아비 공치에게 들키고 말았다. 공치가 심하게 짖으며 머리 위에서 날았다. 칠점사는 재빨리 똬리를 틀고 머리를 고추 세워서 가는 혀를 날름대었다. 이제 까치가 사정권 내에 들어오면 1/30초 안에 독니로 한번 툭 치면 그만이었다. 빠르기라면 까치도 칠점사에 뒤지지 않으나 한 번의 실수가 목숨을 좌우하는 목숨 건 싸움이었다. 

  아비 공치는 독사의 머리가 얼마만큼 뻗어지는지 시험부터 했다. 

  약 40센티 앞에서 앞발을 들고 날아올랐다. 

  순간 독사가 머리를 뻗쳐서 까치를 공격했다. 

  눈 깜짝할 사이의 공격인데 사정권은 30센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앞에서 날아오르며 독사를 공격했다. 

  독사도 호락호락당할 처지가 아니다. 

  그 틈에 재빨리 머리를 뻗어서 공격했다. 

  매 순간, 순간이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공치는 새끼를 잃은 상태라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이때 공치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아내 순치가 급히 돌아왔다. 

  순하기로 소문난 순치였으나 자식을 잃고 나니 눈이 뒤집혔다. 

  쏜살같이 날아올라 독사의 머리를 발톱으로 낚아채려 했으나 

  빗나가고 말았다. 

  임무를 교대하여 순치가 앞에서 팔짝팔짝 뛰어 주의를 분산시켰다.     

  앞에서 팔짝 뛸 때마다 독사는 혀를 날름거리며 순치를 공격했다.      

  그때를 맞추어 외치가 똬리를 틀은 독사의 몸을 부리로 공격했다. 

  어느 순간, 

  순치가 앞에서 뛰어오르자 독사가 목을 쭉 뻗어 공격했다. 

  순치의 가슴 부분 털이 떨어져 바람에 날렸다. 

  아뿔싸! 순치가 당했다. 

  순간, 세상이 정지되는 것 같았다. 

  더 놀란 것은 공치였다. 

  순치가 1.5m 정도 물러나서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공치는 공격을 멈추고 순치에게로 날아갔다.

  “여보! 어찌 된 거야?”

  “글쎄, 잘 모르겠네!” 

  순치는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아프지도, 마비가 오지도 않았다.

  털만 빠지고 상처는 입지 않은 것 같다.

  “후유~ 정말 다행이다!”

  “여보 정말 조심해!”

  “알았어! 당신도 조심해!” 

  놈의 날카로운 독니가 털만 뽑고 몸에는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1밀리도 안 되는 거리 차이로 목숨을 건진 것이다. 

  부부 까치는 좀 더 신중해졌지만, 전의는 더욱 불타올랐다. 

  까치가 공격하면 독사가 피하고, 

  독사가 공격하면 까치가 피하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일진일퇴(一進一退) 싸움이 계속되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용과 범이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강자끼리 서로 싸움을 이르는 말.

  *일진일퇴(一進一退) 한 번 앞으로 나아갔다 한 번 뒤로 물러섰다 함.


  그러나 두 마리 까치의 집요한 공격에 독사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놈은 쥐구멍을 찾아 숨으려고 했다. 

  똬리를 풀고 나무 둥치 아래 굴로 기어갔다. 

  순간, 공치가 길게 늘어진 뱀의 꼬리 부근을 부리로 낚아챘다. 

  깜짝 놀란 독사가 뒤돌아서서 공격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순치가 독사의 목을 공격했다. 

  그런 싸움이 엎치락뒤치락 한참 계속되었다. 

  쥐구멍으로 들어가려는 독사를 공치가 꼬리를 물고 끌어내었다. 

  끌려 나오는 독사의 머리를 순치가 쪼았다. 

  빨간 피가 났다. 

  다급히 도망가는 독사의 허리를 공치가 쪼았다. 

  그곳에서도 붉은 피가 흘렀다. 

  악전고투(惡戰苦鬪)하던 독사가 도망을 포기하고 똬리를 틀었다. 

  이때 공치가 독사의 목을 쪼고 날아올랐다. 

  독사가 뒤로 머리를 돌려 공치를 노리는데, 

  이번엔 순치가 목을 쪼고 날아올랐다. 

  독사의 반응이 급격히 느려지고 있었다. 

  공치가 다시 몸통을 쪼았다. 

  독사가 견디지 못하고 다시 똬리를 풀고 도망치려 하자, 

  공치가 허리를 쪼았다. 

  겨우 기어가는 독사의 머리를 순치가 쪼았다. 

  독사가 맥을 추지 못하자,

  공치가 안심하고 머리를 쪼니 축 늘어졌다. 

  독사는 몸통만 꿈틀대었다. 

  공치와 순치는 몇 번을 더 쪼아서 칠점사의 죽음을 확인했다.


  독사의 허리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와서 까치 새끼가 그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한바탕 싸움은 까치의 승리로 끝났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요 소탐대실(小貪大失)이었다. 까치 부부는 큰 소리로 울며 하늘을 한 바퀴 돌았다. 승리를 자축하는 비행인지, 자식의 죽음을 슬퍼하는 애도의 비행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전생에 지은 선악에 따라 현재의 행과 불행이 있고, 현세에서의 선악의 결과에 따라 내세에서 행과 불행이 있는 일.


  비행을 마치고 내려온 공치가 칠점사를 발톱으로 집어서 날아올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았다. 누구든 침범하면 이렇게 될 거라고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것 같았다.

*일벌백계(一罰百戒)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본보기로 한 사람에게 엄한 처벌을 하는 일을 이르는 말.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다른 새들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모든 새의 공적 칠점사를 공치 부부가 물리친 것이었다. 공참이는 그걸 보고 공치의 겸인지용(兼人之勇)의 용기와 무공을 알 수 있었다. 

*겸인지용(兼人之勇) 혼자서 능히 몇 사람을 당해 낼만 한 용기.   


  그 순간 웬 검은 새가 소리 없이 다가와 그 뱀을 물고 달아나 버렸다. 먹는 데는 죽은 것, 산 것 가리지 않는 까마귀가 어부지리(漁夫之利)로 먹이를 얻은 것이었다. 까마귀는 그래서 까치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고 다른 새들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어부지리(漁夫之利) 두 사람이 이해관계로 서로 싸우는 사이에 엉뚱한 사람이 애쓰지 않고 가로챈 이익을 이르는 말. 도요새가 무명조개의 속살을 먹으려고 부리를 조가비 안에 넣는 순간 무명조개가 껍데기를 꼭 다물고 부리를 안 놔주자, 서로 다투는 틈을 타서 어부가 둘 다 잡아 이익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그 얘기를 공참이가 좌중에 들려주니 모두 혀를 내둘렀다. 우쭐해진 공치의 어깨가 올라갔다. 그렇지만 누구도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발휘하여 <동물 연합군> 총사령관 자리를 양보할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겸양지덕(謙讓之德) :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나 행동.


  공참이가 ‘짹짹 “하며 다시 분위기를 잡은 후,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진지한 표정으로 좌중에 물었다. 

*거두절미(去頭截尾) : 어떤 일의 요점만 간단히 말함.


  제일 먼저 방우가 ‘음 매에~’하며 여유 있게 나섰다. 방우는 인간과 싸움에서 이기려면 당연히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앞발로 땅을 ‘꽝꽝’ 내리찍은 후 머리로 옆에 있는 미루나무를 들이받아 부러트려 버렸다. 이 중에 자기보다 힘이 더 센 자가 있으면 나와서 겨뤄보자고 큰소리쳤다. 발산 기세(拔山蓋世)가 느껴지지만, 당우 홀로 응원의 손뼉을 치고 있었다. 모두 방우의 힘에 움찔하며 놀라긴 했지만, 손뼉은 치지 않았다.

*발산 기세(拔山蓋世)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이에, 방닭이가 ‘꼬끼오~,’ 하며 앞으로 나서서 야, 이 미련한 소야!라고 비웃으며, 어찌 영악한 인간과 싸움에서 힘만으로 이길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런 싸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싸움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투계 판에서 산전수전(山戰水戰)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은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외닭이가 크게 손뼉 치며 호응하는 박수를 유도했으나 방닭이의 오만불손(傲慢不遜)함에 기분이 나빠서인지 아무도 손뼉을 치지 않았다.

*오만불손(傲慢不遜) 태도나 행동이 거만하고 공손하지 못함.


  방닭이의 말이 끝나자 공추리가 ‘찍찍’ 비웃으며, 너희 두 놈은 그렇게 느린 동작으로 어떻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이길 수 있냐며 핀잔을 주었다. 인간이 정신을 못 차리도록 공중에서 쉴 새 없이 공격하는 민첩한 기동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광활한 벌판에서 수없이 단련한 메추리를 당할 자 누구인가? 하고 자신 있게 물었다. 외추리가 환호성을 울리며 혼자 손뼉을 쳤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다른 동물의 호응이 없으니 공추리도 머쓱해서 물러섰다.

*고장난명(孤掌難鳴) 외손뼉만으로는 소리가 울리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혼자의 힘만으로 어떤 일을 이루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


  이에, 공치가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의기양양(意氣揚揚)해서 나서며 인간의 무지막지한 공격 앞에 용기를 잃지 않고 싸우려면, 불굴의 투지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공치는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고 좌중을 한번 둘러본 후 방금 공참이의 얘기를 듣지 않았느냐며 이 중에 누가 가장 용맹한가?라고 자신 있게 물었다. 외치가 나서서 박수를 유도했으나 아무도 호응하지 않아 역시 머쓱해졌다.

*의기양양(意氣揚揚) : 뜻한 바를 이루어 만족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난 모양.


  이렇게 자화자찬(自畫自讚)의 대 향연이 끝나자, 공참이가 손뼉을 치며 앞으로 나서서 좌중을 한 번 둘러본 후, 과연 여러분은 최고의 싸움 기술을 가진 용사들이다. 라고 추켜세운 뒤, 그런 여러분이 <동물 연합군>으로 함께 모여 힘을 합친다면 인간이 아니라 신이 오더라도 겁날 게 없다고 말했다. 모두 어깨를 들썩이고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공참이는 좌중을 다시 한번 돌아본 후, 여러분이 지금 내세운 기술들은 모두 전투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동물 연합군> 사령관의 역할은 직접 전장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고 전쟁을 지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참이가 다시 좌중을 둘러보며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아무도 대답이 없자, 잠시 뜸을 들인 후 그것은 ‘전략과 전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이번 <동물 연합군>의 전략과 전술은 누가 주도해서 수립했는가? 질문을 던지며 자기가 최적임자임을 힘주어 강조했다. 모두가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공참이의 말에 토를 다는 동물이 없었다. 

  이에 외참이가 나서서 공참이를 추천하니 만장일치(滿場一致)로 손뼉을 쳐서 공참이를 <동물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추대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 입은 있어도 말은 없다는 뜻으로, 변명할 말이 없거나 변명을 못 함을 이르는 말.

*만장일치(滿場一致)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같음.


  작전명은 ‘참새 상륙 작전’으로 하기로 했다. 암구호는 ‘새가슴’ 하면, ‘새대가리’라고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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