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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Mar 23. 2021

5.1 전쟁 개시

  

 제5장 : 이이제이



  5.1 전쟁 개시



  참새 상륙작전 출정의 날이 밝았다.


  드디어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리던 ‘D-Day’의 날이 밝았다. <계룡민국>의 닭들이 회를 치며 울어서 해 뜨는 시각을 알렸다. <동물 연합군> 총사령관 공참이는 외참이와 함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으로 운명의 아침을 맞았다. 인간의 오만방자(傲慢放恣)하고 안하무인(眼下無人)한 동물학대와 자연 파괴 행위를 단죄하기 위한 오늘의 전쟁에 한목숨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오매불망(寤寐不忘) 자나 깨나 잊지 못함.

*오만방자(傲慢放恣) :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없이 건방지거나 거만하다.


  옅은 안개가 벌판 냇가 쪽으로부터 범말로 소리 없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해가 동산 위로 올라오려면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했으나 동쪽 하늘은 이미 붉은빛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참새들도 조용히 날아올랐다가 울타리에 앉았다. <참새민국> 전체의 참새가 다 모였으니 그 수가 수만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했으나, 리더들만 분주히 오가며 점호를 할 뿐, 바람 소리만 들리고 정적이 흘렀다. 울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에는 벼 낟알 하나씩을 물고 있었기에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까치들도 잠이 깨어 감나무와 전깃줄 위에 모여 앉았다. 국방부 장관 공치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였다. 누가 그 광경을 보았다면 수백 마리의 까치 떼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혹 인간들이 눈치를 채면 안 되므로 울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콩알을 부리에 한 알씩 물었다. 워낙 은밀하게 행동했으므로 인간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동안 몇 차례나 용팔이와 칠뜨기를 공격할 기회가 있었으나,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를 갚기 위해 화를 참으며 불비불명(不飛不鳴)하며 오늘을 기다렸다.

  *일사불란(一絲不亂) : 한 오리 실도 엉키지 아니함이란 뜻으로, 질서가 정연하여 조금도 흐트러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

  *불비불명(不飛不鳴) : 새가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큰일을 하기 위하여 조용히 적절한 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


  <계룡민국> 닭들은 크게 울어 아침 해 뜨는 시간을 알리고 모두 회에서 내려와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포지효(反哺之孝)의 효도는 못 했지만, 오늘이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 비참하게 인간에게 이용만 당한 설움을 대갚음해 주는 날이라 생각하니 긴장이 되고 목이 메었다.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후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 말.


  <와우 공화국>의 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채비를 갖추었다. 아버님의 억울한 한을 풀어드리고 소들이 얼마나 무섭고 힘이 센지를 보여주기 위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전쟁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과연 오늘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는 없었으나, 각오만큼은 남달랐기에 적막함 속에 긴장감이 팽배했다.

  *파부침주(破釜沈舟) :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


  메추리 연합국의 메추리들도 냇가 개울 둑에 도열했다. 그 숫자는 참새보다는 적었지만, 족히 삼천 마리는 넘는 것 같았다. 냇가는 마을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입만 꾹 다물기로 하고, 특별히 다른 조처는 취하지 않았다. 모두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에 내 한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백척간두(百尺竿頭)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을 이르는 말.



  <동물 연합군> 총사령관 공참이가 날아다니며 최종 출진 점검을 했다. 


  먼저 <까치 공화국>으로 조용히 날아갔다.


  “암구호?”

  “새가슴!”

  “새대가리!”

  “우리 <참새민국>은 모든 준비가 끝났소. <까치 공화국>은 어떤가요?”

  “우리 <까치 공화국 군>도 준비 완료 상태요. 즉각 출진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소.” 까치 공화국 국방부 장관 공치가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되었소. 이제 <와우 공화국>과 <계룡민국>의 준비상태를 같이 확인해 봅시다.” 


  공참이와 공치는 가까이에 있는 <계룡민국>의 본부가 있는 닭장을 향해 날아갔다.

  “암구호?”

  “새가슴!”

  “새대가리!”

  “<계룡민국>은 아침 해 뜨는 시각을 정확하게 알려 주었으니 준비가 되었겠지요?”

  “총사령관님 그리고 공치 장관 어서 오시오.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소. 신호만 떨어지면 불구대천(不俱戴天)의 한을 풀기 위해 사정없이 쳐부술 것이요.” <계룡민국> 국방부 장관 방닭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알았소. 이제 <와우 공화국>과 <메추리 합중국>만 확인하여 문제없으면 바로 공격 신호를 올릴 것이요. 건투를 빕니다.”


  둘은 인접하고 있는 <와우 공화국> 본부가 있는 외양간으로 향했다.

  “암구호?”

  “새가슴!”

  “새대가리!”

  “<와우 공화국> 준비 상태는 어떤지요?” 

  “두 분 장관, 어서 오시오. 우리 <와우 공화국 군>은 벌써 준비를 마치고 공격 신호가 떨어지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소. 오늘 인간에게 우리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철천지한(徹天之恨) 원수를 갚겠소!”

*학수고대(鶴首苦待)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

  “잘 알겠소. 이제 <메추리 합중국>의 준비 상태만 확인되면 바로 공격 신호를 올리겠소. <와우 공화국 군>이 선봉에 서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대로 실행해 주기 바라오.” 총사령관 공참이가 말했다.

  “알겠소, 모두의 건투를 빌겠소!” 누우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음은 <메추리 합중국>의 군대가 모여 있는 냇가 개울 둑으로 조용히 날아갔다.


  “암구호?”

  “새가슴!”

  “새대가리!”

  “어서 오시오. 총사령관님, 그리고 공치 장관! 우린 준비가 다 끝나서 벌써 기다리고 있었소.”

  “그렇다면 이제 <동물 연합군>의 ‘참새 상륙 작전’을 펼칠 준비는 모두 차질 없이 완료되었소. 곧 공격 신호를 올릴 것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전을 수행해 주길 바라오.”

  “걱정하지 마시오. 이번 작전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니, 사즉필생(死卽必生)의 각오로 싸워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을 것이오.” 

  “알겠소. <메추리 합중국 군>의 건투를 기원하겠소.”

  *전화위복(轉禍爲福) 재앙과 근심, 걱정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됨.


  안개는 어느새 마을의 골목을 흡사 연기처럼 스며들어 적막감을 더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동쪽 하늘은 더 붉게 타오르고 있었는데 그 기운을 받아 <동물 연합군> 장병들의 가슴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숨 막히는 적막감 속에 일촉즉발(一觸卽發)의 분위기가 최고조로 올라가고 있음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번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것같이 몹시 위급한 상태.



  총사령관 공참이가 감나무 위에서 작전 개시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를 공치가 받아 나팔수에게 신호를 내렸다.


  세 번을 크게 울고 잠시 쉬었다가 두 번 길게 울면 공격을 시작하기로 약속했었다.

  깍, 깍, 깍,  깍~, 깍~” <까치 공화국 군> 나팔수가 공격 개시 나팔을 크게 불었다.

  그 소리를 받아 <계룡민국> 국방부 장관 방닭이 큰소리로 공격 개시 명령을 소리쳤다.

  “꼬끼오~~~” 닭 울음소리가 범말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닭 울음소리가 제일 크니 실질적으로는 이 소리가 작전 개시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수탉들도 일제히 울었다.

  “꼬끼오~~~”

  “꼬끼오~~~”

  “꼬끼오~~~”


  방닭이의 공격 개시 명령을 듣고, 소들이 모두 큰소리로 소리쳐 울기 시작했다. 공참이도 그곳에 날아와서 전쟁 개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음매~ 에~”

  “음매~ 에~”

  “음매~ 에~”

  갑작스러운 닭 울음소리와 소 울음소리에 놀란 

  주인 보석과 가족들이 밖으로 뛰어나왔다. 

  동네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라 뛰어나왔다.

  울던 소들이 별안간 외양간에 드러누웠다.

  입에서는 하얀 게거품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는 ‘음매~ 에~ 음매~ 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외양간은 순식간에 난장판에 아수라장(阿修羅場)으로 변했다.

  주인 보석이 걱정되어 외양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순간, 별안간 소들이 벌떡 일어나 보석을 뿔로 받아넘겼다.

  손도 쓸 수 없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석은 몇 번 뿔에 받힌 후 외양간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닭 울음소리가 나자 까치들도 목청 높여 울면서 낮게 날았다.

  참새들도 짹짹거리며 이리저리 어지럽게 날기 시작했다.

  닭들은 더 큰 소리로 울었다. 

  모든 닭이 한꺼번에 울어 젖히니 천지에 닭 울음소리가 진동했다.

  메추리 떼가 하늘을 새까맣게 덮었다.

  온 동네가 천지개벽(天地開闢)하는 듯 혼란스럽고 시끄러웠다.

  소들은 보석이 얼떨결에 열어 놓은 문을 통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우리를 뛰쳐나온 소들이 쓰러져 있던 보석을 짓밟고 지나갔다. 

  풍수지탄(風樹之歎), 아버님 돌아가신 후에야 효도 못 한 것을 후회한 

  성난 소들이 닭장을 뿔로 들이받고 짓밟았다.

  성난 소의 뿔과 발굽 앞에 닭장은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학수고대(鶴首苦待)하며 기다리던 성난 닭들이 닭장 밖으로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소들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울부짖은 것은 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제15계 조호 이산(調虎離山), 즉, ‘어려운 상대는 끌어내라.’라는 계략을 쓴 것이었다.


  *아수라장(阿修羅場)  싸움이나 그 밖의 다른 일로 큰 혼란에 빠진 곳

  *천지개벽(天地開闢) 자연계나 사회에서 큰 변혁이 일어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풍수지탄(風樹之歎) 효도를 다 하지 못한 채 어버이를 여읜 자식의 슬픔을 이르는 말.

  *조호 이산(調虎離山) : 어려운 상대는 끌어내라.



  외양간에 있던 소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뛰쳐나와 닭장을 박살 내고, 돼지우리 앞을 지나가는데 <황금돈국> 국방부 장관 방돈이가 궁금해서 물었다.


  “우공 그곳에 무슨 전쟁이라도 났는가?”

  “그래, 전쟁이야 전쟁! 인간과의 전쟁이지. 우리가 못된 인간들을 혼내주러 가는 길이라네!” 

  “아~ 그런가? 그럼, 거기에 우리도 끼워주면 안 되겠나? 우리도 그동안 인간들에게 한이 맺힌 게 많다네!”

  “돈 공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더없이 좋지! 이런 전쟁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병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당우가 곧바로 돼지우리 문을 머리로 받아 박살 내버렸다. 


  사실 애초 작전 회의 때 <황금돈국>도 함께 하는 게 좋겠다고 방우가 제안했으나, 냄새가 너무 나서 싫다고 외참이와 외치가 강력하게 반대해서 뺏던 거였다.

*다다익선(多多益善) :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좋음.

  <황금돈국>에서도 동료들이 덩치만 커지면 차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는데, 최근에야 까치로부터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걸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 인간에게 속았다고 비분강개(悲憤慷慨)하면서도 대응은커녕 언제 끌려갈지 몰라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던 차였다.

*비분강개(悲憤慷慨) : 슬프고 분하여 의분이 북받침.

*전전긍긍(戰戰兢兢) : 몹시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함.



  <황금돈국> 돼지들도 우리를 뛰쳐나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이를 방우가 보고 반가워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논에 심어 놓은 벼를 짓밟아 달라고 요청했다. 돼지들은 방돈이의 지휘 아래 ‘꿀꿀’ 거리며 논으로 뒤뚱뒤뚱 뛰어갔다. 볏논을 짓밟는 공격도 <와우 공화국>이 책임지고 하기로 했었으나 <황금돈국>에 맡겨버린 것이었다.

*파안대소(破顔大笑)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활짝 웃음.


  외참이가 이를 보고 날아와 방우에게 따졌다. <황금돈국>은 <동물 연합군>이 아닌데 방우 마음대로 작전을 변경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거였다. 이에 방우는 전쟁 중에는 예측 불가한 일들이 전장에서 수없이 벌어지는데,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패한다면, 그 책임도 외참이 질 것인가? 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외참이 보기에도 크게 손해 볼 장사는 아닌 데다, 공연히 전쟁 초기에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켜서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문제없이 잘 지휘해 달라고 요청하고 공참이에게 날아갔다. 

  공참이는 외참이의 얘기를 듣고 지휘권이 손상된 것이 기분 나빴으나 인지위덕(忍之爲德) 즉, ‘참는 것이 아름다운 덕이 된다’라고 전쟁의 승리를 위해 모른 체하기로 했다. 그 일로 전쟁에 패하거나 큰 손실을 입힌 것도 아니니 읍참마속(泣斬馬謖) 할 일도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참새가 그럴 힘도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고 ‘뜻이 있는 자 무엇이든 이룬다’라고 생각하며 승리를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임기응변(臨機應變) : 그때그때 처한 사태에 맞추어 즉각 그 자리에서 결정하거나 처리함

*자중지란(自中之亂) 같은 편끼리 하는 싸움.

*평지풍파(平地風波) : 평온한 자리에서 일어나는 풍파라는 뜻으로, 뜻밖에 분쟁이 일어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인지위덕(忍之爲德) : 참는 것이 덕이 됨을 이르는 말.

*읍참마속(泣斬馬謖) : 큰 목적을 위하여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림을 이르는 말. 중국 촉나라 제갈량이 군령을 어기어 가정 싸움에서 패한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참형에 처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 :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라는 뜻으로,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



  참새와 까치는 구경 나온 사람들 머리 위를 날며 똥을 쌌다. 


  사람들은 아침부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당황하고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든다는 뜻으로, 세상을 몹시 놀라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마을 청년 몇 명이 작대기를 들고 소를 쫓았으나, 중과부적(衆寡不敵)이라 오히려 성난 황소의 뿔에 받히고 발에 밟히는 신세가 되었다.

*중과부적(衆寡不敵) 적은 수효로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함.


  이것은 공참이 아이디어로 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제20계 혼수 모어(混水摸漁),’ 즉, ‘혼란을 일으켜 결정타를 가하라.’라는 계략을 쓴 것이었다.

*혼수 모어(混水摸漁) : 물을 탁하게 한 뒤에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 뒤에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목적을 달성함을 이르는 말.



  사람들 사이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포수 용팔이와 칠뜨기가 보였다.


   까치와 참새가 일제히 소리쳤다. 


  “저기 포수 용팔이와 칠뜨기가 있다!” 

  “저놈이 우리를 공기총으로 쏘았던 놈이다.”

  “용팔이 죽여라!”

  “칠뜨기 죽여라!”


  이 소리를 뛰어가던 소들이 들었다. 소들이 갑자기 진로를 바꾸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용팔이와 칠뜨기에게 달려들어 머리로 들이받았다. 방심하고 있다가 졸지에 당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놀라 황급히 도망갔다.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던 용팔이가 졸지에 소에 받혀 쓰러지자 다른 소들이 발로 밟고 지나갔다. 악 소리 한번 내보지도 못하고 당하는데, 마지막으로 당우가 똥을 한 무더기 얼굴 위에 싸고 지나갔다.

  칠뜨기는 뿔에 받혀 넘어졌다가 재빨리 일어나서 걸음아 날 살려라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지만, 열 걸음도 못 가서 다른 황소에게 받혀 나가떨어졌다. 쓰러지고 아파서 속수무책(束手無策)인 칠뜨기를 설상가상(雪上加霜) 즉,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난 다른 황소가 달려들어 또 받아넘겼다. 약 2m도 더 되는 높이로 떠올랐다가 떨어졌다. 재수가 없으려니 그런가 칠뜨기는 개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용팔이와 칠뜨기가 소에게 당하는 걸 본 마을 사람들이 작대기를 들고 쫓아와 소를 쫓아 버렸다. 아마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에 서리가 덮인다는 뜻으로, 난처한 일이나 불행한 일이 잇따라 일어남을 이르는 말.

  용팔이는 팔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칠뜨기는 머리가 깨지고 오른팔이 부러졌다. 둘 다 다시는 총을 쏘지 못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으니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셈이다. 총을 가지고 나오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으나 만시지탄(晩時之歎)이요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자업자득(自業自得)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자기가 받음.

*만시지탄(晩時之歎) :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

  용팔이와 칠뜨기는 보석이와 함께 주공격 대상이었다. 작전을 수립할 때 외치가 철저히 응징할 것을 제안하자 공치와 외추리가 호응하여 특별히 방우에게 부탁하면서, 그들이 다시는 총을 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했었다. 사람들은 소들이 용팔이와 칠뜨기에게 왜 저러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신신당부(申申當付) : 거듭하여 간곡히 하는 당부.


  이것 역시 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즉, ‘직접 나서서 싸우는 것은 하수다라는 계략을 쓴 것이었다. 까치와 참새, 메추리는 손 하나 대지 않고 제1의 공적 용팔이와 칠뜨기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었다.

*차도살인(借刀殺人) :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음험한 수단을 씀을 이르는 말.



  돼지들은 논바닥에 뒹굴며 진흙 목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논에는 물이 적당히 고여 있으면서 따듯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옛날 조상들이 야생에 살던 시절 즐겼다는, 전설로만 듣던 ‘진흙 목욕’이다. 근질근질하던 피부가 시원한 게 기분이 더없이 좋다. 우선 개운했다. 몸에 배어 있던 냄새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매일 우리에 갇혀 찌뿌드드한 기분으로 보냈는데 온몸이 개운하고 활력이 솟아올랐다. 말로만 듣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이런 곳 아닌가 싶었다.

*무릉도원(武陵桃源) :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말로, ‘이상향’, ‘별천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덩치가 송아지만 한 돼지들 수백 마리가 꿀꿀거리며 논에서 뒹굴고 노니, 심은 지 2개월도 안 된 벼는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참새들이 몰려와 박장대소(拍掌大笑)하며 응원하였다. 참새의 응원에 돼지들은 더욱 신이 났다. 돼지들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거야말로 원수를 갚으면서 진흙 목욕도 즐기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 생각했다. 돼지우리 안에서 주인이 주는 먹이만 받아먹으며 편하게 살 때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곳이 제일 좋은 곳인 줄 알았는데 밖에 나오니 천국이 따로 있었다. 

*박장대소(拍掌大笑) 손뼉을 치며 크게 웃음.

*일거양득(一擧兩得) 한 가지 일을 하여 두 가지 이익을 얻음.


  돼지들은 이번 전쟁에서 인간에 길들어 가축으로 살면서 빼앗겼던 소중한 자유를 맛볼 수 있었다. 지금 이 시각만큼은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방돈이는 인간에게서 잘 먹고 잘 자는 안정과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 평화는 얻었지만, 소중한 자유를 잃었고,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시한부 삶이 된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주는 평안과 평화에 혹해서 자유를 포기했는데 그로 인한 손해는 너무나 크다고 생각했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다.’라는 진리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를 속절없이 답답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범말 사람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맴 속에 집히는 게 없는 건 아닌 디~. 소하고 돼지, 닭까지 저러는 건 도통 이해가 안 되네 유~”

  “그래, 그게 뭔가?  마음속에 잡히는 게”

  “글씨 유~. 어디까지나 지 추측인 디 유~. 지난번에 보석이가 보드카로 참새를 백 마리도 넘게 잡았잖아 유~, 용팔이와 칠뜨기가 공기총으로 새 사냥을 좀 많이 했어 유? 그래서 참새와 까치, 메추리가 화가 나지 않았을까 유?”

  “듣고 보니 그럴듯하긴 한 데……. 새들이 뭘 안다고 그러겠나?”

  “그러게 유~.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유~” 

  “그런데, 가축인 소와 돼지와 닭들은 왜 저러는가?”

  “그러게, 그걸 도통 알 수가 없네! 참, 이상한 일이네 그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나름대로 추측을 하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면이 많았다. 특히 가축이 더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날뛰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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