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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6.1 전승 보고

제6장 : 승전 보고 대회



6.1 전승 보고



  전쟁이 <동물 연합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자 각국 군대는 대오 열을 갖추고 보무도 당당하게 벌판 광장으로 들어왔다. 

  제일 앞에는 역시 <와우 공화국 군>이 개선장군(凱旋將軍) 방우의 지휘 아래 발굽 소리를 높이며 기개 높게 걸어왔다. <와우 공화국 군>은 역시 우람한 덩치만으로도 압도적이었는데 우뚝 솟은 뿔과 부라린 눈이 위용을 더해 주었다. 수많은 동물 시민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성으로 맞았다. 행진 중에 방우의 지휘에 맞추어 ‘음메에~~’ 큰 소리를 내어 승리를 자축했다. 그 소리가 범말 전체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멀리서 지켜보던 인간들은 그 기세에 기가 죽어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개선장군(凱旋將軍) : 적과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군.


  이어서 <계룡민국 군>이 방닭이의 인솔 하에 특유의 콩콩거리는 발걸음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행진해왔다. 행진 중도에 방닭이의 지휘 아래 일제히 멈춰 서서 목을 길게 빼고 ‘꼬끼오~’하며 나팔을 크게 불었다. 닭장 안에서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날뛰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세상에 닭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자유롭게 행동하며 위력을 뽐낸 일은 처음이었다. 영영 잊을 수 없는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며 자신에게 대견해하고 있었다. 동물 시민 모두가 열렬한 박수와 환호성으로 개선 용사를 맞았다. 


  뒤따라서 <까치 공화국 군>이 낮은 비행으로 동쪽 하늘에서 나타나더니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하늘을 한 바퀴 돌면서 ‘깍깍 깍~’ 소리 높여 승전가를 일제히 부른 후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줄을 맞추어 광장으로 날아들었다. 까치 군대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하고 우아한 비행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고도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개별 행동하기로 유명한 까치가 언제 저런 많은 수가 모여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행동한 적이 있었나! 까치 영감 눈에도 눈물이 비쳤다.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동물들도 보였다. 


  그 뒤를 이어서 하늘이 검게 변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어두워졌다. <메추리 합중국 군>이 등장한 거였다. 수천 마리의 메추리 떼가 하늘을 덮어 해를 가리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메추리 합중국 군>은 하늘을 빙빙 돌면서 군무를 췄다. 흡사 엄청나게 큰 갈색 보자기가 하늘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것 같았다. 모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데 입을 헤 벌리고 넋을 잃고 바라보는 동물이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군무가 끝나자 동서남북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네 방향에서 일제히 날아들었다. 갑자기 검은 하늘이 열렸다가 네 방향에서 닫히는 모양새였다. 모두가 박수로 맞는데 일제히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메추리보다 못생긴 새가 또 있으랴 만은 이렇게 모두 모여서 하나로 움직이니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웠다. 평소에 벌판에서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떠들며 오합지졸(烏合之卒)처럼 행동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까치가 제일 멋있다며 뽐내는 부위가 자기들의 꽁지 모양인데, 메추리 꽁지는 생기다 만 모양이어서 까치는 메추리를 만날 때마다 야! 꽁추리, 꽁지 생기다 만 놈아! 하면서 빈정대며 놀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메추리가 너는 친구를 외모 가지고 놀리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이고 모지리 짓인지 알아? 하면서 그러지 말라 해도 그때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메추리는 까치 네놈이 아무리 잘났다고 떠들어도 목소리는 까마귀 목소리와 비슷해서 꾀꼬리와는 비교할 수가 없고, 멋있다는 꼬리도 수탉보다 멋이 없으니 공작새와는 비할 바 아니고, 털의 색깔도 원앙이 훨씬 아름다운 건 눈이 삐지 않았으면 인정할 것이고, 날쌔기야 새매가 제일이고, 춤은 백로나 왜가리를 못 따라가면서 뭘 그리 잘났다고 똥폼을 잡느냐? 하면서 면박을 주곤 했다. 

  사실 나도 잘 난 체하는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벼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고 했듯이 자기 수양이 먼저인 것 같다. 이야기가 또 엉뚱하게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져 버렸다. 그래도 재미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갑자기 사방이 시끄러워졌다. <황금돈국 군>인 돼지들이 나타난 거였다. 방돈 장관의 지휘 아래 돼지 장병들이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씰룩대며 대오를 갖추어 들어오고 있었다. 역시 통제가 안 되는 건지, 자유분방(自由奔放)한 건지는 몰라도 각자가 제가 잘났다고 떠들어대니 정신이 없었다. 모처럼의 나들이를 자유롭게 제대로 즐기려는 듯했다. 

  애초 <황금돈국 군>은 <동물 연합군>에 초대받지 못했으나 자발적으로 참전하여 세운 혁혁한 전공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도 매우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아는 동물들은 그들의 자유분방(自由奔放)한 개선 행진에 대해 왈가왈부(曰可曰否)할 이유가 없었다. 모두 일어나서 손뼉 치며 열렬히 환영했다.

*자유분방(自由奔放) :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행동이 자유로움.


  마지막으로 <참새민국 군>이 나타났다. 비록 체구는 작아도 규모는 수만에 이르는 대군이었다. 5개 사단이 다섯 층으로 약 5m의 높이 차이를 두고 입체적으로 줄을 맞추어 날아오고 있었다. 나도 참새이지만 우리 참새가 이렇게 규율이 있고 통제가 잘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벌판 쪽에 다 왔는가 싶더니 일제히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가 오던 방향으로 뒤집었다. 순식간에 아래위가 뒤바뀌었는데도 대오가 전혀 흩어지지 않았다. 방향을 좌우 위아래로 자유자재로 바꾸어 가며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단체 비행을 선보였다. 

  나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경하는 동물 모두가 손뼉 치고 소리를 지르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내가 참새인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이 있었던가 싶다. 모든 동물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참새가 규모도 제일 크고 통제도 가장 잘되는 것 같아 아름답다고 칭송했다.

*이구동성(異口同聲) : 입은 다르나 목소리는 같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말이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


  모든 군대가 벌판에 나라별로 위용을 뽐내며 도열했다. 

  대표들은 제방 둑 위로 올라가서 상석에 자리했다. <동물 연합군> 사령관인 공참이가 하늘로 날아올라 큰소리로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동물 연합군> 장병 여러분 참으로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격렬한 전쟁에서 한 병사의 희생도 없이 참말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승리는 여기 모인 장병 여러분의 임전무퇴(臨戰無退) 정신과 뛰어난 무공이 어우러져 이뤄낸 성과라고 참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공참이가 이렇게 치켜세우자 의기양양(意氣揚揚)한 장병 모두가 큰 함성과 함께 손뼉을 쳤다. 

  “나는 먼저 하늘에서 참으로 위용을 떨치신 <까치 공화국 군>과 <메추리 합중국 군>의 혁혁한 전공에 대하여 치하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치 장관과 외치 장관이 이끄는 <까치 공화국 군>은 악질 반동 용팔이와 칠뜨기의 과수원은 물론 악덕 박 씨 과수원의 과일을 참말로 결딴냈습니다. 그 참으로 빛나는 전과는 영원히 ‘조류 전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그다음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기충천(士氣衝天)한 까치 군 전 장병이 일제히 날아올라 ‘깍~깍깍 깍~깍깍’ 환성을 지르고 내려앉았다. 


  “또한, 외추리 장관과 방추리 장관이 이끄는 <메추리 합중국 군>은 농작물 새싹의 목을 모조리 결딴내어 적의 잡곡 식량 확보에 참으로 막대한 피해를 줬으니, 그 또한 ‘범말 메추리 대첩’으로 전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공참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메추리 떼가 날아올라 하늘을 까맣게 덮었다. 실로 장관이었다. 모두 소리치며 박수로 축하했다. 메추리 국민은 인간으로부터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능히 견디고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두 나라의 참으로 위대한 승리에 다시 한번 힘찬 박수를 보냅시다.” 

  온 벌판은 축제의 도가니였다. 새들은 날아오르고, 가축들은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뛰었다. 방우가 나서서 제지하지 않았다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분위기였다.


  분위기가 잠잠해지자 이어서 외치 장관이 나섰다. 

  “저는 오늘 세게 최강의 육군을 자랑하는 <와우 공화국 군>과 <황금돈국 군>의 전공을 말씀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외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는 발을 둥둥 구르며 ‘음매에~’ 소리를 질렀고, 돼지들은 희색만면(喜色滿面)한 얼굴에 궁둥이를 씰룩 쌜룩하며 ‘꿀꿀 꿀’ 소리를 질렀다.

  “먼저 <와우 공화국 군>으로 말하자면 전투의 가장 선두에 서서 닭장과 돼지우리를 박살 내어 두 나라 군대가 거침없이 전쟁을 벌일 수 있게 교두보를 확보해 주었습니다. 이는 개전 초기에 적을 혼란에 빠트리고,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를 이끄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전과였습니다.” 외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지를 진동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뛰어난 박치기 실력과 걷어차기 신공으로, 우리 동물의 최대 공적 보석이는 겨우 목숨만을 부지했고, 악질 반동 용팔이와 칠뜨기는 다리와 팔이 부러져서 다시는 총을 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외치가 감격해서 큰소리로 외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한참 동안 터져 나왔다. 여기서는 기쁨을 이기지 못한 까치와 참새, 메추리들이 날아올라 환호성을 지르고 춤을 추었다.

  “게다가, 용맹한 <와우 공화국 군>은 추수 직전의 보리밭을 쑥대밭으로 만듦으로써 인간들의 여름 식량 확보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했으니 이 또한 ‘범말 보리밭 대첩’으로 동물 전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방우의 지휘 아래 소들이 두 마리씩 마주 보고 서로 뿔을 부딪치며 위용을 뽐내었다. 도열한 모든 소가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희희낙락(喜喜樂樂) :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함.


  “다음엔 <황금돈국 군>의 전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애초 <황금돈국 군>은 우리 <동물 연합군>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출정하는 대의명분(大義名分)에 공감하여 함께 참전해 주신 데 대하여 <동물 연합군>을 대표하여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외치의 말이 끝나자마자 범말 전체가 진동하는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울렸다.

  “<황금돈국 군>은 인간들의 제일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볏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니, 그 전공은 어느 전공과도 비길 데 없이 크고 빛난다고 할 것입니다.”

  외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돼지들은 ‘꿀꿀 꿀’ 소리를 지르며 엉덩춤을 시작했고 다른 동물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췄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이어서 배턴을 <와우 공화국>의 방우가 넘겨받았다. 

  “친애하는 <동물 연합군> 장병 여러분! 오늘 우리는 동물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혁혁한 전과를 남겼습니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으로 무장한 여러분의 기개는 땅끝은 물론, 하늘에까지 닿았고,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움직임은 우리의 힘이 되었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솔선수범(率先垂範)하여 전투에서는 선두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위험한 전투에 뛰어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승리는 여러분의 승리요. 우리 동물들의 승리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방우의 일장 연설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젊은 소들 사이에서는 꽉 막힌 것만 같던 방우가 저런 청산유수(靑山流水)의 언변이 있나 하고 놀라워했다.

*솔선수범(率先垂範) : 남 보다 앞장서서 행동해서 몸소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됨.


  그러나, 행사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황금돈국 군> 장병 쪽에서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점심도 걸렀는데 이거 너무하는 것 아냐? 하는 불만이었다. 그렇다. 다른 동물들은 전투 중간에 각종 농작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었다. 그러나, 돼지들은 물 논에서 뒹굴며 놀다 보니 먹을 만한 게 없었다. 게다가,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다.’라고 처음 해보는 진흙 목욕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아도취(無我陶醉)하여 놀다 보니 더 허기가 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밥이라도 든든히 먹고 나오는 건데 아쉬웠다. 가뜩이나 식욕이 왕성한 돼지들이 한 끼를 굶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무아도취(無我陶醉) :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흠뻑 취함.


  애초 작전을 수립할 때 식사 준비에 대한 점검이 있었지만, 번거롭게 따로 마련하지 말고 현지 조달하자고 했고, 그것에 맞추어 각자의 식성과 능력에 최적화된 전장을 배정했다. 그러나 돼지의 경우는 <동물 연합군>에 빠져있어 고려하지 못했다.

  드디어 불평하며 그냥 자리에 앉거나 눕는 돼지가 생겨났다. 방돈 장관이 내려와서 군기를 잡았으나 그때뿐이었다.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놀던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데다, 끼니를 거르면서 모처럼 격렬한 전쟁까지 치렀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보고 있던 외치 장관이 외참 장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 애 들은 배고픈 걸 못 참으니 인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서 결국은 가축이 되었지.’라고 말했다.

*무위도식(無爲徒食) :  하는 일 없이 놀고먹음.


  이어서 방우가 나서서 <계룡민국 군>의 전공을 칭송했다.

  “오늘 저는 <계룡민국 군>의 빛나는 전공에 대하여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듣고 닭들이 ‘꼬끼오~’하면서 날개를 펄럭였다. 다른 동물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과 손뼉을 쳐 주었다.

  “<계룡민국>은 우리나라 옆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조상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해서 조물주로부터 영원히 빛나는 감투를 받은 것은 여러분도 익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지고 닭들은 날개를 펴서 춤을 추며 한 바퀴 돌았다.

  “오늘 용감무쌍(勇敢無雙)한 <계룡민국 군>은 적들의 채소밭을 초토화해서 적들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없게 하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습니다.” 

  방우의 말이 끝나자 수탉들은 다시 목을 길게 빼서 ‘꼬끼오~’하고 큰소리를 치며 날아올랐고, 암탉들은 ‘꼬꼬댁 꼬꼬’ 하며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다른 동물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용감무쌍(勇敢無雙) : 용기가 있으며 씩씩하고 기운차기 짝이 없음.


  이어서 <메추리 합중국>의 외추리 장관이 나섰다.

  “<메추리 합중국>의 외교부 장관 외추리입니다.” 

  박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오른쪽 날개를 쫙 펴서 박수를 제지하고 연설을 시작했다.

  “저는 오늘 이 <동물 연합군> 결성에 앞장서고 승리할 수 있도록 ‘참새 상륙 작전’의 전략을 기초한 <참새민국>의 공참 장관과 외참 장관의 노고와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감히 우리 동물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에 맞서 싸우자고 하신 두 분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박수가 너무 길어지자 외추리가 제지하려 했으나 한참 동안 멈추지 않았다.

  “여러분도 이미 공감하셨기에 이런 박수를 보내주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더는 참을 수 없어 인간과 전쟁을 선택했지만, 우리는 결단코 전쟁을 반대합니다.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화가 좋지요. 그러나 피치 못해 전쟁할 수밖에 없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기필코 이겨야만 합니다. 그러면 전쟁에서 이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전략과 전술’입니다. 이번 전쟁은 두 분 장관께서 제안한 ‘참새 상륙 작전’을 중심으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전쟁을 수행했고 이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동물 연합군> 구성을 위해 앞장서서 동맹 결성을 추진해 주셨습니다. 오늘 승리의 중심에 이 두 분이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두 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외참과 공참 장관은 자리에서 날아올라 날개를 펴고 인사했다. 전체 동물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며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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