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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6.3 130 영령 추모 대회

제6장 : 전승 보고 대회



6.3 130 영령 추모 대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대책 회의를 열었다.

  도대체 이게 웬일인가?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보석이를 비롯하여 포수 용팔이, 칠뜨기가 중상을 당해서 구급차에 실려 가고 마을 청년 네 명이 크고 작은 타박상을 입었다. 과연 인명재천(人命在天)인지 그 상황에서 그들이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인명재천(人命在天) :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목숨의 길고 짧음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음을 이르는 말.


  “다들 모이셨나요?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가 기르던 가축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엄청난 피해를 보았습니다. 물론 새들의 공격도 있었습니다만 가축의 공격으로 입은 피해가 더 크다는 게 충격입니다. 오늘은 그야말로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했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기탄없이 허심탄회(虛心坦懷)한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이장 오만상이 오만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살면서 나는 이런 일을 처음 겪어 보는데 도대체 뭔 일이래요?”

  “그러게 소들이 살기등등(殺氣騰騰)해서 나대던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살기등등(殺氣騰騰) : 살기가 표정이나 행동 따위에 잔뜩 나타나 있다.

  “이건 가축들의 반란이여!”

  “맞아요. 반란이에요. 그런데 가축들이 왜 반란을 일으켰을까요?”

  “용팔이와 칠뜨기, 보석이가 집중 공격을 당한 걸 보면 거기에 뭔가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맞아! 용팔이와 칠뜨기가 공기총으로 참새며 까치를 많이도 잡았지!”

  “그것과 가축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과는 아무 상관관계(相關關係)가 없잖아요? 그 사람들이 가축에게는 어떤 피해를 주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러게, 지난겨울에 보석이가 참새를 엄청 많이 잡아서 우리 함께 구워 먹지 않았나! 그것과 상관이 있을까?”

  “그게 소나 돼지, 닭과 무슨 상관이에요?”

  “그러게…….”

  “얼마 전에 어미 소를 장에 내다 팔기는 했지만……. 그런 일은 평소에도 통상 있던 일 아닌가?”

  “닭을 키워서 잡아먹는 일도 자주 있는 일이라 별일이 아닌데…….”

  “그런 거로 치면 돼지는 매달 내다 팔긴 했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잡아먹은 것도 아닌데.”

  “그러게, 도대체가 감이 안 잡히네.”

  “그런데 복식이네 채소밭은 말짱하던데…….”

  “맞아! 닭들이 그리로 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던데…….”

  “그것도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이해가 안 되네!”

  “복식아, 너는 이일을 어찌 생각하느냐?”

  “글쎄요? 그런데 우리가 동물이나 자연보호(自然保護)에 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보면 우리만 잘살겠다고 가축은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협소한 곳에 가둬서 키우고, 새들을 총으로 공격하고, 개발한다고 파헤치고, 농약 등으로 자연을 마구 훼손하니 가축이나 새들은 옛날보다 살기가 힘들어졌잖아요.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동물들 처지에서 보면 화가 날만도 하다고 생각해요.”

  “얘는? 우리도 살기 힘든데 무슨 자연보호(自然保護)고, 동물 보호(動物保護)야? 새들 극성에 농사 다 망치는데…….”

  “그건 너무 우리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요? 나중에 인간과 가축만 남으면 어찌 될까요?”

  “허허허, 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하지?” 

  그런 말은 금시초문(今時初聞)이고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듯 되물었다.

  “이미, 호랑이, 곰, 표범, 늑대, 여우, 황새, 따오기가 다 멸종되고, 다른 동물들도 개체 수가 줄어서 멸종 위기로 가고 있는데 이렇게 가면 앞으로 몇 년이나 버틸 것 같아요?”

  “그건 그렇기도 하네, 듣고 보니 심각하긴 하네.”

  “그렇다고 그게 뭐 다 우리 책임인가?”

  “그런 일들이 모두 근 5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에요.”

  “그러네! 생각해 보면 보통 문제가 아닌걸.”  


  인간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통 알 수가 없었고 무언가 조짐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뚜렷한 대응책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튼, 동물들이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정부에 피해 신고를 하여 보상을 받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회의는 종료하였다. 다만 가축이나 조류에 대해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남획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의견이 도출된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은 저 많은 성난 가축을 어떻게 외양간에 몰아넣을 것인가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도저히 가축들의 기세에 눌려 수습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가축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태연자약(泰然自若)한 표정으로 축사에 복귀한 것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不可思議) 한 일이 또 벌어졌다.

*태연자약(泰然自若) : 마음에 어떠한 충동을 받아도 움직임이 없이 천연스러움.


  이번 사건은 신문과 방송에도 대서특필(大書特筆) 되었다.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서 이런저런 분석을 하고 의견을 말했으나, 별로 타당성 있는 주장이 없었고 제시한 자료도 신빙성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까치와 참새, 메추리가 합세해서 난동을 부린 점에 주목했다. <동물보호협회> 회장은 인간들이 동물을 너무 학대하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가축들의 난동이 새보다 더 심했다며 외양간과 돼지우리, 닭장이 ‘동물 친화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에서는 까치와 참새를 유해조수(有害鳥獸)로 지정한 후 서식 환경이 황폐해져서 개체 수가 줄고 있다고 성토했다. 

  산란기인 봄에도 수렵 허가를 내준 것은 큰 문제라는 얘기도 나왔다. 포수 용팔이와 칠뜨기가 공격 대상이었던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격화소양(隔靴搔癢)식 주장은 난무했으나 문제를 해결할 쾌도난마(快刀亂麻)의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격화소양(隔靴搔癢) :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뜻으로, 성에 차지 않거나 철저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이르는 말.

*쾌도난마(快刀亂麻) : 어지럽게 뒤얽힌 사물을 큰 힘으로써 명쾌하게 처리함.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국회에서도 양식 있는 일부 국회의원이 ‘가축 환경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야생 조수 보호 특별법 안’을 제출했다.

  보석은 3주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고 소들에 대해서 더는 함부로 하지 못했다. <와우 공화국> 소들은 확신하게 되었다. 소들이 난동 아니 반란을 일으켜도 인간들이 비싼 소를 어쩌지 못하리라는 것을. 

  용팔이와 칠뜨기는 6주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는데, 팔과 다리에 깁스했다. 오른팔 손목 신경에 손상을 입어 밥은 겨우 먹었으나 글을 쓸 수는 없게 되었다. 까치와 메추리, 참새들은 용팔이와 칠뜨기가 총을 쏘지 못하게 된 점이 제일 기뻤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이젠 공기총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까치들은 옛날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내던 때가 그리웠다. 과연 그런 태평성대(太平聖代)가 다시 올 수 있을까? 그 꿈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웠다.

*고진감래(苦盡甘來) :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옮을 이르는 말.

*태평성대(太平聖代) : 어진 임금이 잘 다스리어 태평한 세상이나 시대.


  <참새민국>에서는 130 영령 추모 및 전승 보고대회가 시청 앞 벌판에서 열렸다.

  전 국민 참새가 다 모인 것 같았다. <까치 공화국>에서는 외치가, <메추리 합중국>에서는 외추리가 조문 사절로 참석했다.

  제일 먼저 130 참새 영령들에 대한 1분간의 묵념이 있었다.

아울러 조포 12발이 발사되었다.

  먼저 국방부 장관 공참이가 이번 전쟁의 자초지종(自初至終)과 전과에 대하여 경과보고를 했다. 

  외참이의 외교력이 칭송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까지 <참새민국>에서 이렇게 대외 외교를 펼쳐서 성과를 얻은 적이 없었다 했다. 사실 참새들은 새들 세계에서도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몸집도 작고 힘이 없는데 말만 많았지, 단합도 안 되는 국민성이라고 깔보곤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참새민국>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새삼 주목받는 위치로 올라섰다.


  참새 대통 용참이가 국민의 환호 속에 연단에 등장했다. 박수가 그칠 줄 몰랐다.

  친애하는 <참새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난겨울 130 형제들을 적의 불의의 공격에 잃고 

  참으로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복수의 칼을 갈아 왔습니다.

  오늘에서야 가신님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 드릴 수 있게 되어서 참말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비록 다른 새에 비해서 힘은 약하지만 

  다 같이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참말로 생각합니다.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목숨을 걸고,

  안된다고 포기하기보다는 참으로 이루겠다는 신념을 갖고,

  나 혼자 잘살아 보겠다는 이기주의(利己主義)를 참말로 버리고,

  다 함께 참으로 잘살아 보겠다는 단합된 마음으로

  힘을 합쳐 나간다면 못 이룰 것이 참말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나 저 참새 대통 용참이의 꿈은 

  우리 <참새민국>이 예전처럼 참으로 번성해서

  인간과 공존하고

  다른 새들과도 협력하며 

  다 함께 공존공영(共存共榮)하는 

  참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자연환경(自然環境)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또다시 기립 박수가 터졌다.

  아마 여러분들은 이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참으로 허황한 목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할 수 있다는 의지만 있으면 

  전혀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참말로 전진할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습니다.

  참말로 감사합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 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하여 힘씀.


  참새 대통 용참이가 국민에게 ‘인간과 공존하고, 동물들과 공존공영(共存共榮)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자연환경(自然環境)을 만들자’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언론들은 대서특필(大書特筆)하였다.

  이번 반란 후에도 용참이의 주도하에 참새와 까치, 메추리가 연합하여 수차례에 걸쳐 추수를 앞둔 볏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농민들은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포수를 동원한 대대적인 유해조수(有害鳥獸) 처치를 함께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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