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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7.1  새매 길들이기

제7장 : 매사냥



7.1 새매 길들이기


  소에 받혀 만신창이가 된 용팔이와 칠뜨기는 더는 총을 쏠 수 없게 되자 어떻게 까치를 혼내줄까 고민했다.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두 사람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울화통이 터져 술에 절어 살았다. 그렇다고 소를 죽일 수도 아니 두들겨 팰 수도 없는 상황이니 더 울화가 치밀었다. 술 마시고 애꿎은 전봇대를 걷어찼다가 발만 더 다쳤다. 게다가 총을 쏠 수 없으니 농한기인 긴 겨울을 심심해서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매사냥이었다. 40년 전에 동네 노인이 매로 사냥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매로 주로 꿩이나 토끼를 잡았다는데, 문제는 매사냥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노인은 돌아가신 지 오래이니 물어볼 곳도 없었다. 매에 대하여는 일자무식(一字無識)인 이들이 매를 키워 길들여서 사냥을 가르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보석이 형에게 매를 키워서 사냥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니 자기 할아버지가 매사냥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다며 여쭤보자고 했다.

*일자무식(一字無識) : 글자를 한 자도 모를 정도로 무식함. 또는 그런 사람.

  “네놈들 요즘 할 일이 없는가 보다. 매사냥이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매나 수리는 천연기념물 323호로 지정되어 있어서 일반인이 집에서 키우는 건 불법이야. 나는 60~70년대에 새매를 키워도 보고 매사냥하는 걸 따라다니며 꿩도 몰아보고 해서 잘 알고 있지.”

  “할아버지, 그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이야기를 해줘 봐야 네놈들이 키우지도 못할 걸…….” 

  할아버지는 두 눈을 감고 잠시 옛날을 회상하시는 듯 생각에 잠겨 계시다가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오며 칠뜨기가 말하길,

  “그런데 우리 동네 산에 요즘 매가 살긴 사는가?”

  “그러게, 할아버지 말씀은 농약과 골프장 건설 때문에 먹잇감이 오염되고 서식지를 잃어서 멸종위기(滅種危機)라고 하시던데…….

  “그래도 가끔 보면 매나 수리가 새를 쫓아 나는 걸 보면 아주 멸종된 건 아니겠지.”

  “아~ 매사냥 꼭 한 번만이라도 해 보고 싶다.”

  “그러게, 매로 과수원의 까치 놈들 혼을 내주어야 하는데…….”

  “우리 밭에 꿩이 날아와서 온통 파헤치고 갔던데, 그놈들 한 마리 매사냥으로 잡아먹었으면 더없이 좋겠는데…….”

  “맞아 전에 같으면 총으로 잡았을 건데…… 에이 씨!”

  욕망은 있었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야말로 상상해서 꿈꾸는 거로 만족해야 했다. 잘 모를 땐 덜했는데, 할아버지께서 해주시는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해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셋은 만나기만 하면 매사냥 이야기로 시작해서 매사냥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5월 중순쯤, 칠뜨기가 급히 용팔이를 불렀다. 뒷산에서 새매 집을 발견했다는 거였다. 

  보석이 형을 급히 불러 함께 뒷산으로 올라갔다. 새매 집은 동네 뒤편에 있는 ‘장 나들이 골’ 깊은 산속 참나무 위에 있었다. 높이가 한 4m 정도는 되어 보였다. 

  칠뜨기가 이건 자기가 제일 먼저 발견했으니 자기가 맡았다고 선언했다. 맡았다는 건 그 새매 집의 소유권이 칠뜨기에게 있다는 걸 의미했다. 이건 불문율 같은 거였다. 한마디로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건데, 다른 사람이 보는 데서 선언을 해야 효력이 발생했다. 이후로 다른 사람은 그곳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거였고, 손을 대는 순간 그는 도둑놈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언어도단(言語道斷)인 것이 그게 새매 것이지 어찌 칠뜨기 것이란 말인가? 인간들은 이렇게 경우도 없이 온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는데 지탄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칠뜨기가 참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새매 두 마리가 ‘휘~익 휘~익’ 휘파람 소리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며 어지러이 날기 시작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쏜살같이 눈앞으로 달려든다. 칠뜨기가 깜짝 놀라 눈을 감았다. ‘후유~’ 십년감수(十年減壽) 했다. 이번에는 옆에서 공격해 왔다. 다른 어미는 뒤에서 공격해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러다가는 새매 집에 다가가기도 전에 떨어져 죽을 판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칠뜨기가 아니었다. 지난번 가축들 반란 때 소에게 밟혀 부러진 팔이 힘이 없으니 서툴고 고생이 되지만, 얼마나 꿈꾸던 일인데 여기서 포기한단 말인가! 보석이 형이 위험하다며 내려오라고 말렸으나 계속 올라갔다. 새매는 위에서 똥까지 쌌다. 다른 새와 달리 똥이 직선으로 2~3m는 족히 날아가는 것 같았다. 새똥이 칠뜨기 얼굴에 정면으로 맞았다. 더러운 걸 떠나서 비릿한 냄새가 몹시 역겨웠다. 참나무 잎을 떼어 닦아내고 옷소매로 문질러 닦아내었지만,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밑에서는 보석이 형과 용팔이가 배꼽을 잡고 웃으며 칠뜨기가 똥칠이가 됐다고 놀렸다.

*십년감수(十年減壽) : 수명이 십 년이나 줄 정도로 위험한 고비를 겪음.


  “알이 2개 있네! 아직 한두 개는 더 낳을 것 같은데……. 내일 또 와봐야지!” 

  새매 집은 마른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겹쳐 놓아 큰 접시처럼 지어 놓고 깃털로 위를 덮었다. 까치집은 좀 더 크고 위에까지 쌓아 올려서 지붕까지 덮고 옆으로 문을 내는 데 비해서 새매 집은 단순했다. 새알은 메추리알보다 약간 큰듯한데 색깔은 비슷했다. 칠뜨기는 만족한 웃음을 띠고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새매들의 공격은 다 내려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칠뜨기는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그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다음부터는 요령이 생겨서 창이 큰 모자를 쓰고 올랐다. 알을 네 개 낳고는 암수가 교대로 품었다. 보석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30~35일 정도 되면 새끼를 깬다고 하니 그때까지 달력에 표시하며 기다렸다. 한 달째 되는 날부터는 매일 올랐다. 33일째 되는 날, 그날따라 새매는 더 심하게 울고 가까이 날며 위협했다. 그러나 이미 숙달된 칠뜨기에게 별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루 사이에 태어난, 하얀 솜털이 앙증맞은 새끼 네 마리가 눈을 감은 채 입을 찢어지라 벌리며 먹이를 달라고 ‘찍찍 “대고 있었다. 

  “네 마리 다 깠네. 몇 마리 꺼낼까?”

  “야, 불쌍한데 한 마리만 꺼내!” 보석이 형이 말했다.

  “나도 키워보고 싶은데…….” 용팔이가 욕심을 내었다.

  “야~ 인마, 제대로 키워서 길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 마리만 꺼내!” 보석이 형 말은 이들에게는 곧 법이었다.

  칠뜨기는 새끼 한 마리를 살포시 잡아서 목에 걸고 올라간 신발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야~ 칠뜨기, 새끼 안 다치게 조심해!” 

  칠뜨기는 성치 않은 팔로 잘도 버티면서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왔다. 새매는 더 큰 소리로 울며 날개로 칠뜨기를 치고 지나갔다.

  “어이쿠! 잘 못 하면 떨어질 뻔했네!”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새매 어린 새끼가 행여 다칠세라 애지중지(愛之重之)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의기양양(意氣揚揚)해서 들고 오는데 어미 한 마리가 집에까지 따라와서 감나무 위에 앉아 울다가 갔다.

*애지중지(愛之重之) :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다.


  눈도 뜨지 않은 새끼를 꺼내 온 건 어미를 보지 않아서 칠뜨기가 어미인 줄 알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 새는 두 가지를 기억하는데, 태어나서 처음 들은 소리와 처음 본 것을 부모인 줄 알고 따른다는 거였다. 소리야 어쩔 수 없으니 보는 것만이라도 속여야 했다. 소리는 먹이를 줄 때 ‘찍찍’ 소리를 내면서 주면 거기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칠뜨기는 새끼 매를 시종일관(始終一貫) 지극정성(至極精誠)으로 키웠다. 

*시종일관(始終一貫) : 일 따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함.

*지극정성(至極精誠) : 더할 수 없이 극진한 정성.


  개구리를 잡아다 다리만 빼서 껍질을 벗긴 다음에, 돌로 이겨서 콩알 크기로 떼어서 먹였다. 합판과 한옥 창살 떼어 낸 것을 잘라서 새장도 예쁘게 지었다. 바닥엔 달력 종이를 잘라서 깔아 주었다. 점점 크면서 메뚜기 등 곤충도 잡아서 먹이고 먹이의 크기와 양을 늘려나갔다. 

  새끼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어느새 흰 털을 벗으며 갈색 털로 바뀌어 갔다. 똥을 밖으로 멀리 싸는 버릇이 있어서 똥을 싸면 근 1m씩은 날아갔다. 자연적으로 새장과 주위에는 똥 자국이 하얗게 남고 비린내가 진동했다. 하지만 칠뜨기는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쑥쑥 크는 매가 점점 본래의 모습을 갖춰가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루빨리 자라기를 고대하며 먹이를 정성껏 챙겨 먹였다. 상상 속에 꿩 사냥을 나가서 벌써 몇 마리를 잡았는지 모른다.

  20일쯤 지나니 매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는데, 눈알은 동그랗고 테두리가 노란색을 띠었다. 부리도 발톱도 역시 노란색이었다. 등과 날개는 갈색을 띠고 배는 흰색인데,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를 듯한  자세를 계속 취했다. 

  한 달쯤 지나서는 방 안에서 제법 날아다녔다. 이제 밖에 나올 때는 노끈을 다리에 묶어 도망가지 못하게 잡고 다녀야 했다. 먹이도 이젠 개구리를 통째로 던져주어도 자기가 뜯어먹을 수 있는 정도로 성장했다. 발톱이 날카로워 손가락 굵기의 나무를 30cm 정도 길이로 잘라 그곳에 앉혀서 들고 다녔다. 칠뜨기는 애지중지(愛之重之) 키운 새매를 들고 다니며 으스대고 날리곤 했다. 동네 아이들이 신기한 듯 졸졸 따라다니며 새매 등을 살짝 쓰다듬고는 겁을 먹고 도망가곤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라매의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엔 노끈을 다리에 길게 묶고 먹을 걸 던져주며 날아가서 먹게 했다. 제법 숙달되면 다음엔 기둥 두 개를 20보쯤 떨어지게 세워 놓고 기둥 사이를 노끈으로 묶었다. 다리에는 헝겊으로 감은 후 긴 노끈으로 묶고 끝에 동그란 고리를 달았다. 기둥 사이 노끈에 동그란 고리를 걸어 매가 날면 조금 먼 거리를 날 수 있게 했다. 이때부터는 훈련 전에 하루 정도 굶겨서 배고픔을 느껴서 먹이를 공격하고 도망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칠뜨기가 기둥 한쪽에서 매를 잡고 서 있고 반대편에는 용팔이가 산 닭을 들고 어르면 매가 본능적으로 닭을 공격하러 날게 된다. 이때 적당한 시점에 닭을 날려서 매가 잡게 하는 연습이다. 닭을 잡으면 빼앗고 먹이를 주는 식으로 반복하는데 절대 배가 부르면 훈련의 효과가 반감된다. 훈련의 효과가 있었는지 나는 것과 먹이 낚아채는 기술이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보라매’란 이렇게 키운 지 일 년 만에 사냥을 가르친 매를 일컫는다. 

*일취월장(日就月將) : 나날이 다달이 자라거나 발전함.


  꿩 사냥을 나가기 이틀 전부터 굶겨서 허기지게 만들고, 꼬리에는 방울을 달아 소리가 나게 해서 혹 멀리 날아가도 찾을 수 있게 했다. 방울 묶은 곳에 ‘칠뜨기 매’라고 이름을 써서 붙였는데 그걸 ‘시치미’라 한다.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걸 ‘시치미 뗀다’라고 하는데, 사냥하던 매가 멀리 가서 찾지 못한 걸, 남의 매를 잡아서 시치미를 떼고 내 이름을 붙이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머리에는 가죽으로 만든 눈가리개를 씌웠는데 사냥 전에는 가리고 있다가 꿩이 날면 즉시 밀어 벗겨서 날려 보내는 방법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새매가 칠뜨기를 제 어미로 생각하고, 배가 고프면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멀리 도망가지 않도록 길들이는 거였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신뢰를 쌓아야 하므로 칠뜨기처럼 할 일이 없는 사람이면 모를까 현대인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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