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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7.2 꿩 사냥

제7장 : 매사냥



7.2 꿩 사냥



  드디어 대망의 꿩 사냥을 나갈 때가 되었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늦가을이라 약간 쌀쌀했으나 하늘은 맑고 바람도 잔잔한 것이 사냥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매를 이틀 전부터 굶겼기 때문에 몹시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아울러 민감한 가슴을 자주 손으로 쓸어주어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특별히 만든 가죽 장갑을 껴서 손등 위에 매를 앉혔다. 눈은 가리개로 가렸기에 날아가지 못하는데 먹잇감만 보면 공격할 준비가 끝났다. 용팔이와 보석이 형이 꿩을 찾아 튕기면 칠뜨기가 눈가리개를 벗기고 날리면 되도록 준비가 끝났다. 

*천고마비(天高馬肥) :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하늘이 맑아 높푸르게 보이고 온갖 곡식이 익는 가을철을 이르는 말.


  꿩 사냥 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들떠서 집을 나서는데, 처음 총을 사서 사냥을 나갈 때보다도 더 가슴이 설레었다. 사냥은 평소에 꿩이 자주 출몰하는 마을 뒤 산비탈 콩밭으로 가기로 했다. 새매는 물론 세 사람이 모두 신경이 곤두섰다. 닭 피를 묻힌 헝겊을 매의 코에 대주어 냄새를 맡게 해서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제 꿩만 찾아 날아 올리면 되는데, 숨소리도 죽이며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밭으로 다가갔다. 꿩이 눈치채고 멀리서 날아가 버리면 매가 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가던 용팔이가 밭 옆 풀숲에 숨어 있던 장끼를 튕겨 올렸다. 장끼가 ‘꿩꿩 컹컹~’하며 날아오르자 칠뜨기가 재빨리 눈가리개를 뒤로 밀고 앞으로 날아 올렸다. 꿩은 매가 쫓는 눈치를 채자 필사적으로 날아 도망쳤다. 먹잇감을 노리는 새매는 날개를 몇 번 크게 펄럭이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날아가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꿩을 위에서 덮치면서 땅으로 떨어트리고 올라탔다. 셋은 환호성을 지르며 밭을 가로질러 쫓아가서 꿩의 털을 뽑고 있는 매를 잡고 눈가리개부터 가렸다. 꿩을 빼앗고 대신 닭고기를 입에 넣어주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매가 사냥의 대가로 만족하며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을 주었다. 그야말로 첫 사냥부터 대성공이었다. 셋은 의기양양(意氣揚揚)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도 흡사 자기들이 꿩을 잡은 양 신이 나서 떠들며 쫓아왔다. 이건 총으로 사냥하는 것보다 몇 배는 재미가 있었다.

*전광석화(電光石火) : 번갯불이나 부싯돌의 불이 번쩍거리는 것과 같이 매우 짧은 시간, 또는 매우 재빠른 움직임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다음 주, 두 번째 사냥을 나가기로 했다. 

  이틀 전부터 매를 굶겨서 준비를 마쳤다. 이번엔 ‘작은골’ 잔솔밭 쪽으로 사냥을 나갔다. 칠뜨기가 가운데 서고 오른쪽은 용팔이가, 왼쪽은 보석이 형이 맡았다. 양옆의 두 사람이 십여 보정도 앞서서 걸었다. 산 위에서부터 밑으로 훑어서 내려오는데 왼쪽에 있는 보석이 형 앞쪽에서 별안간 까투리가 날아올랐다. 칠뜨기는 눈가리개를 밀고 재빨리 매를 날려 보냈다. 서두르다 보니 눈가리개가 잘 밀리지 않아 약간 지체했다. 매는 꿩을 발견하자 큰 날개를 펄럭이며 꿩을 쫓기 시작했다. 지난번보다는 거리가 있어 쉽게 따라잡지 못하고 앞산을 넘어가 버렸다. 

  세 사람은 필사적으로 매가 날아간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관목과 풀숲에 막혀 쉽게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혹시 매가 도망가면 어쩌나 전전긍긍(戰戰兢兢)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등성이에 올라섰으나 매가 보이지 않았다. 셋은 각자 흩어져서 찾기로 했다. 산자락 아래까지 거의 훑어 내려왔는데 칠뜨기가 소리쳤다.

  “여기 있다! 칠뜨기 매를 찾았다.” 

  저 앞에서 새매가 까투리 털을 뽑고 이미 꽤나 뜯어먹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칠뜨기가 쏜살같이 달려가서 새매를 잡으려고 하자 간발의 차로 날아올랐다. 새매는 십여 보 앞에 있는 참나무 위에 올라앉아서 ‘휘~익 휘~익’ 하고 두 번 울었다. 칠뜨기는 ‘칠뜨기 매야~’하고 닭고기를 손에 들고 불렀다. 그러나 새매는 훈련 때와는 다르게 바라만 볼뿐 날아오지 않았다. 칠뜨기가 애가 타서 닭고기를 흔들며 ‘칠뜨기 매야~’하고 더 큰소리로 불렀다. 매는 다시 한번 ’휘~익‘하고 울면서 날아올라 앞산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랄까……. ‘십 년 공부 도로 아미타불’이었다. 세 사람은 허무한 도로무공(徒勞無功)에 멍하니 앞산만 쳐다보고 서 있었다. 

*도로무공(徒勞無功) : 헛되이 애만 쓰고 아무런 보람이 없음.


  “야 인마, 칠뜨기! 오늘 안성 장에 일찍 가자더니 아직도 안 일어났냐?” 

  용팔이 문 두드리는 소리에 칠뜨기가 퍼뜩 잠이 깼다. 아~ 꿈이었다. 보석이 형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대로 꾼 꿈이었다. 칠뜨기는 너무도 허무했다. 그럼 그렇지 요새 새매를 어디서 꺼내다 기를 것인가? 얼마나 새매를 길러서 사냥해 보고 싶었으면 꿈으로 꾸었겠나! 

  할아버지는 그때 말씀하시길 사냥한 꿩을 빨리 찾지 못하면 꿩을 먹고 배를 채운 매가 도망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에는 그 매를 다른 사람이 잡아서 시치미를 보고 돌려주면 보상을 해 주었다고 한다.

  칠뜨기가 장에 가면서 꿈 얘기를 하고, 셋이 모일 때마다 하도 여러 번 하니 들어서 나도 아는 얘기를 이렇게 전한다. 이게 꿈이었으니 망정이지 현실이었으면 까치와 우린 살 떨려서 어찌 살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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