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iKaraSeoul Oct 20. 2024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4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그를 알게 되다]


초등학교 0학년 처음 등록한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쓸쓸하게 돌아가는 길,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너도 거기에 살아? 나도 거기에 사는데 같이 가자!”


그 후로, 같은 중학교를 거치며 동창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원색적인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동네 도서관을 같이 가 공부도 했지.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간간이 문자만 주고받다가, 서로의 수능이 끝나고 오랜만에 고향에서 만난 그는, 키가 180이 훌쩍 넘어 있었다.


방학 때면 한 번씩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다른 지역 여행도 다니기도 했지. 취직 후에도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맛집을 다니고, 뷰가 멋진 카페를 갔어.


[그가 천사임을 알게 되다]


그런데 내가 아마, 20대 중반 때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적이 있었어. 고향에 내려가 요양을 하는데 삶의 의지도 잃고, 우울함만 깊어졌지.


그때 2~3개월 동안 거의 매일 같이 자기 일 마칠 때마다, 내가 사는 곳까지 와서 1~2시간 시덥지 않은 이야기 나누고 1시간 걸려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수술을 마치고 나서 회복하는 2~3개월 동안에도, 같이 마트를 다니고 공원을 다니며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줬지.


그 후로도 1년에 1~2번씩은 꼭 만나고, 자주 연락하며 서로 안부를 묻고 근황을 공유했어. 어느 정도였냐면 이미 모든 걸 알아서 만나면 할 말이 없을 정도.


[천사가, 다시 하늘로 가려고 했다]


지난 추석까지 카톡으로 명절 잘 보내라고, 안부를 전하고서 그 뒤로 너무 바빠져 한동안 그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어. 그러다 한 달 만에 연락을 했지.


고향 부랄 친구끼리 날 것의 대화를 나누며 낄낄거리던 중, 그가 갑자기 한 마디 내뱉더라. “근데, 나 죽고 싶다. 이게 마지막 전화일 수도 있어.”


정말 죽으려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경험칙에 비추어, 아직 시간은 남았다고 판단했다. 전화를 마치고 전문기관 연락처들을 전송했다.


다음날, 추적과 공조를 개시했다.


[추적]


그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그의 다른 절친을 접촉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절친에게 그의 상태를 공유하고,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예전에 소개팅했던 여성에게 연락했다. 그가 그 절친을 통해 나에게 소개해주었던 여성이었기에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그 절친의 이름과 업종을 단서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고, 두 번만의 검색 끝에 그 절친이 운영하는 업체를 특정했다.


그 업체의 고객센터에 연락하였다.

”저 OO의 지인입니다. 확인하시면 이 번호로 연락해 달라고 전달 부탁드립니다.“


[공조]


“너희가 손 쓸 수 없는 정도로 판단되면 잘 달래서 전문 기관에 연계해.”

“응, 오늘 저녁에 우리가 만나기로 했다. 걱정 마라.”


그 절친의 무리들이 그 천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천사를 지상에 붙들어들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난 항상 네 편이야]


그다음 날, 천사에게 카톡을 넣었다.

“감기 조심해라”

하루가 넘도록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그에게 답장이 왔다.

”고맙다.“

천사야, 응원한다. 난 항상 네 편이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