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함을 드러내는 것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생각하면, 일이나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점차 개인적인 이슈로 들어가 취미, 삶의 과정, 연애, 돈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점, 상처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상대는 나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나의 취약한 부분을 상대에게 공유하기 전에 그 사람을 과연 믿어도 괜찮을지 고민한다. 그 사람이 나를 배신하고 혹여나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자리 잡은 느낌이다. 그러나 일단 나의 취약함을 드러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상대방이 나를 정서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상대가 지루할 수도 있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순간, 잠시나마 막혀있던 마음이 펑 뚫리는 느낌이 들면서 숨이 쉬어진다. 상대가 따뜻한 위로, 냉철한 분석이라도 얹어주는 순간, 나의 마음은 가라앉고 차분하게 다음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일면으로, 상대의 투자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다음에도 이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상대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받기 용이랄 것이라는 계산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기반에는 상대를 진정으로 신뢰한다는 정서적인 전제가 있으며, 추후 상대가 나에게 동일한 유형의 도움을 요청할 경우 기꺼이 그에 응하겠다는 일종의 부채감도 있다.
이러한 의사소통이 누적되다 보면 상대와의 관계는 더욱 두터워진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정서, 돈 등을 들인다는 헌신이 무엇인지 천천히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행운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마치, 칠흑 같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하나를 그리고, 또 다른 하나를 그려가며, 그 별들을 이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어찌 보면 황량하고 냉혹한 삶의 과정에서 계속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고통을 견뎌낼 수 있도록, 밀어주고 끌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도 숨을 돌릴만한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