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유하고 함께 먹는 기쁨

힐링 카풀팀 변천사, 네 번째 이야기

by 은향

우리 카풀팀의 자랑거리이자 우리 카풀팀 안에서만 공유되는 아주아주 중요한 일급 정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네비게이션을 당당하게 비웃어주며 다닐 수 있는 '출근길 단축 꿀팁 노선'이다. 우리 동네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27킬로 정도인데, 출퇴근 길에 워낙 상습 정체구간이 많아서 편도로 1시간이 걸린다. 가는 길에 제약 단지나 산업 단지, 공장 등이 많아서 늘 많은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 있다. 특히 자동차 전용도로 끝나기 전 터널부터 큰 산업도로와 만나는 교차 지점과 그 이후 5킬로 정도는 마의 구간이다.


나와 보건 샘은 첫해 출근을 하면서 출근길 정체로 인해 아침부터 녹초가 되었다. 심하게 막히는 날은 1시간 30분이 걸리기도 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출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 구간을 몇 년 간 다녔던 주변 선생님들의 경험과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출근길 루트가 이렇게 많았었나 싶은만큼 각자 다양한 길로 다니면서 도로에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에 따라 우리는 직접 여러 길을 다녀보며 근 1년 동안 우리만의 최적 코스를 A, B, C코스로 정리했다. 그날그날의 교통 상황과 안내표지판의 정체 시간을 참고하여 세 코스 중 어느 길로 가야 할 지를 결정하곤 한다. 교통 안내 표지판이 있는 구간에 다가오면 차의 속도를 낮추고, 우리는 모두 눈을 크게 뜨고 표지판을 집중해서 쳐다본다. 얼마 전부터 표지판에 안내되는 순서가 바뀌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구간의 정체시간 안내가 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나: 아휴, 난 못 봤네요. 샘들 표지판 봤어요?

영양 샘: 저도 안내 표시 바뀔 때 얼핏 본 거라 확신은 없지만, 교차지점까지 정체가 7분이었던 것 같아요.

나: 그럼, 영양 샘의 눈을 믿고, 오늘은 B코스로 운행할게요.

A 샘: 드디어 저도 B코스를 가 보는 건가요.

보건 샘: 이거 우리도 일 년 걸려서 정보력과 수많은 실험 결과 알게 된 길이에요. 흠,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않는 코스이죠.

영양 샘: 맞아요. 저도 B코스는 몇 번 안 가봤어요. 고급 정보를 너무 일찍 오픈하는데요. 호호...

A 샘: 우와, 그런 건가요. 근데 제가 길치라서 한 번 가도 저는 잘 몰라요.

나: 교차로 끝에서 우회전하는 것까지는 쉬운데, 그다음 굴다리에서만 헷갈리지 않으면 돼요. 가끔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칠 수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면 되구요.

A 샘: 이거 난코스인데요.

보건 샘: 근데 그렇게 마주칠 일이 몇 번 안 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여기보다는 논길 쪽 지나갈 때가 더 힘들죠.

나: 맞아요. 지난 번에 보건 샘과 둘이 출근할 때 논길에 트럭이 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모든 차들이 힘들게 후진하고 우회해서 그때 2시간 걸렸었나요.

보건 샘: 그쵸. 그때 아주 힘들게 출근했죠.

A 샘: 저 혼자서는 도저히 운전 못할 것 같은데요.

영양 샘: 걱정하지 마세요. 이 길이 암묵적인 일방통행이라서 우리가 가는 방향의 차들이 뒤에 훨씬 많아서 쪽수로 이겨요. 그리고 카풀하니까 우리 차에 여러 명이 같이 타고 있는 것도 우세하고요.

보건 샘: 맞아요. 좁은 길에서 딱 마주쳐도 우리가 여러 명이니까 더 버틸 수 있고, 그러면 상대 차가 후진해서 길을 내 줄 때가 많죠.

A 샘: 그럼, 제가 그 쪽수에 보탬이 되는 거네요. 하하!

나: 그럼요. 뭐든 쪽수는 많고 볼 일이예요. 샘이 이 차에 있는 것만으로 엄청 큰 보탬이죠. 호홍!



퇴근길은 늘 지치고 피곤해서 그런지 유독 배가 고프다. 가끔 각자 가지고 있는 사탕이나 비타민 등 군것질거리를 가져와서 나눠 먹으면서 가기도 한다. 퇴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대화 소재는 저녁을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것이다.


나: 어제 홈***에 우유 사러 갔다가 또 5만원 넘게 결재하고 왔네요. 이상하게 대형마트만 가면 원래 사려고 한 것보다 많은 것을 사서 오게 돼요.

A 샘: 뭐 맛있는 거 사셨어요?

나: 정말 간편하고 가성비 좋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을 잔뜩 사왔어요. 샘처럼 혼자 자취하는 사람들에게아주 좋은 꿀팁이에요.

A 샘: 뭔데요? 알려주세요. 저 오늘도 배달시켜 먹으려고 했거든요.

나 : 마트에 내가 좋아하는 *뚜*에서 간단 한끼라는 이름으로 파우치에 양념 참치를 팔고 있거든요. 따뜻한 밥에 그거를 넣고, 김자반을 같이 섞어요. 그 위에 계란 후라이 하나 올려서 먹으면, 끝! 반찬은 김치나 총각무 하나만 있으면 돼요."

영양 샘: 우와, 맛있겠다! 그건 혼자 사는 사람들만이 아닌, 저처럼 남편 밥 챙겨야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간단하게 집에서 한 끼 먹을 수 있는 팁이네요.

나: 어제 마트에서 그거 종류별로 10개 사왔어요. 그 제품이 맨날 나오지 않아서요. 마트 갔을 때 있으면 그렇게 쓸어와야 하더라구요. 두 종류인데 먹어보니 볶음 양념으로 된 게 내 입맛에는 더 맛더라구요.

보건 샘: 영양 샘은 집 아래에 그 마트가 있으니까 갈 때마다 있으면 사다 쟁여놓으면 되겠네요. 우리 남편이랑 딸은 외식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는 오늘도 외식입니다.

나: 영양 샘이 이 동네 맛집 꽉 잡고 계시잖아요. 신도시 생기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동네 터줏대감이시고, 식당도 웬만한 데는 다 가보셨잖아요.

A 샘: 그럼, 보건샘 맛집 정보 하나씩 부탁드려요.

보건샘: 뭐,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데만 주로 가긴 하는데... 그러지요. 맛집 공유도 하고 가끔 같이 갑시다.

영양 샘: 너무 좋아요. 맛집 탐방!

나: 그럼, 말 나온 김에 이번 주에 갈까요? 며칠 전에 보건 샘 맛있게 드셨다는 식당있잖아요.

A 샘: 우왕~ 너무 좋아요!!!



그리하여 우리 카풀팀은 퇴근길에 함께 갈 맛집 리스트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넓어 모임할 때 사람들이 많이 가고 맛도 괜찮은 곤드레밥집, 두툼하고 바사삭한 수제 돈가스집,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 칼국수집, 밑반찬도 많고 맛있는 생선구이집, 담백하고 깔끔한 순두부집 등 가야 할 맛집이 너무 많았다.


이후 한 달에 한 두번씩 퇴근 길에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 그런 날은 아침 출근길부터 퇴근 시간이 기다려졌다. 어떤 날은 갑자기 번개로 저녁을 먹기도 한다. 별거 아닌 일상을 나누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들이 있어 하루 중 카풀 시간이 가장 즐겁다. 동네 맛집을 공유하고 시간 될 때마다 한 곳씩 맛집 탐방 계획을 세우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우리 카풀팀은 정말 힐링 카풀팀이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퍽퍽하고 스트레스 많은 직장 생활을 견딜 수 있는 커다란 기쁨이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우울할 때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준다. 이들과 속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대화 시간이 때로는 정신의학과 의사의 상담보다 더 효과적인 약이 되어준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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