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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Apr 28. 2023

알 수 없이 오묘한 네덜란드에 관한 인사이트

가장 인상적인 네덜란드의 인상

알 수 없이 오묘한 네덜란드에 관한 인사이

  네덜란드 하면, 먼저 떠올랐던 것은 풍차, 튤립, 박지성이 활약했던 축구팀 아인트호벤과 히딩크 감독 정도였다. 네덜란드에 가보니 풍차 마을인 잔세스 칸스를 가지 않는 이상, 풍차를 보는 것은 흔치 않았다. 튤립 마켓을 가지 않았기에 내가 방문한 1월에는 튤립을 볼 수도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곳곳의 자전거였다. 도시 곳곳에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 주차장과 추운데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기차역 안에 자동차 주차장이 아닌, 자전거만 따로 보관하는 거대한 자전거 보관소가 있을 정도였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우산도 안 쓰고, 우비를 입지도 않은 채 유유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이들에게 자전거 타기는 생활화되어 있는 듯했다.

 

  베이징에 갔을 때, 도로 한편을 차지하고 지나가는 어마어마한 자전거 행렬을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암스테르담도 베이징 못지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베이징에서는 공유 자전거가 흔해서 여행자인 나도 현지인들처럼 자전거로 도시를 누빌 수 있었지만, 암스테르담에는 공유자전거가 없어 그들의 삶을 체험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아래에서 오른쪽은 기차역의 자전거 보관소. 네덜란드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자전거 풍경>


  네덜란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풍경은 길거리에서 대마를 피우는 사람들이다. 마약에 관대한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어 암스테르담 거리 곳곳에서 대마를 피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들 가까이 지나갔을 때 흔히 알던 담배 냄새와 달리 뭔가 매캐하고 진한 풀 냄새 비슷한 특이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대마를 기호품으로 인식하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한다지만, 대마에 취한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피하게 되고, 네덜란드에 대한 그리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했다. 마약이나 총기를 강하게 규제하는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네덜란드에서 공부하고 10년 넘게 살고 계신 한국인 C교수님이 느낀 네덜란드에 관한 인사이트가 기억에 남아 이를 잠시 소개할까 한다.  


<알 수 없이 오묘한 네덜란드에 관한 인사이트들>

- 창문을 잘 닦는 민족. 사생활을 중시하지만 주택가에서 서로의 사생활이 꽤 공개되어 있음.

- 여유로운 삶의 방식에 비해 행동은 매우 급함. (줄 서서 밥 못 먹음)

- 선택적 이타심이긴 하지만 기부가 체화

- 개인 간 심리적 거리를 잘 유지하지만 운전할 때는 바짝 붙어 운전함.

- 자영업은 많은 이들의 커리어 패스에서 일종의 종착점임.

- 나이를 잘 따지지 않음. 특히 어린 나이

- 자신의 소득에 맞는 가장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 씀.

- 집과 차가 커지고 있음.

- 자유와 억압의 공존. 아직도 여성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치마만 입고 사는 동네가 있음.



  네덜란드의 몇 군데 기관을 방문할 때 픽업과 통역을 맡아 준 O에게 들은 네덜란드에 대한 이야기가 네덜란드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O는 10년 넘게 네덜란드에 살면서 네덜란드 관련하여 방송국이나 기관에서 촬영을 오면 통역과 현지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네덜란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네덜란드 시민권과 영주권도 받았고, 얼마 전에 국적도 바꿨다고 했다.


  "네덜란드는 빈부 격차가 별로 없는 나라예요. 소위 말하는 전문직인 변호사나 의사의 삶의 수준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의 생활의 차이가 별로 없어요.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벌면 나라에서 그만큼 지원을 많이 해 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요. 저도 네덜란드 처음에 왔을 때는 수입이 적었지만, 그만큼 나라에서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이나 생활 면에서 지원이 아주 많아서 어려움이 크게 없었어요.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어 지원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직접 기관에서 어떠어떠한 지원이 있으니 신청하라고 연락을 해 주기까지 해요. 지금은 수입의 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지만 그게 억울하지는 않아요."

  "세금을 반이나 낸다고요??"

  세금이 반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그녀의 말을 끊고 되물었다.

  "네. 작년에 제가 세금을 51%나 냈어요. 엄청 큰돈이죠. 하지만, 그게 아깝다는 생각은 안 해요. 내가 적게 벌었을 때 나라에서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내가 낸 세금이 국민들의 삶의 안정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내 노후를 보장해 준다는 신뢰가 있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네덜란드는 직업에 따라 소득의 차이가 있어도 그만큼 세금이나 지원 면에서 차등이 있기에 삶의 질은 차이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여기 아이들은 진로가 결정되는 중학교 진학 시에 자신의 적성에 맞게 가요. 공부를 잘하고 좋아하면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로 가고, 공부에 관심이 없으면 직업학교 쪽으로 가요. 대학 진학을 했다고 사회적으로 더 인정해 주거나 부모들이 자랑스러워하거나 하는 인식도 전혀 없고, 각자의 진로나 직업을 존중해 주죠."

  O의 말에 또다시 궁금한 점이 떠올라 물었다.

  "중학교 때 대학이냐, 직업교육이냐를 결정하는 건 너무 빠르지 않나요? 막상 결정해서 들어가 봐서 아닌 것 같으면 어떻게 해요?"

  O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전혀 문제 되지 않아요. 직업교육 학교로 진학했는데, 적성에 안 맞고 늦게라도 공부에 관심이 생겨 대학 진학을 하고 싶으면, 다시 진학을 위한 학교로 가면 돼요. 중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과정이 잘 되어 있어요. 여기에서는 조금 늦더라도 아이가 자신들의 적성에 맞게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다 있거든요."

  "우와, 정말 부럽네요!"      

  "근데, 네덜란드에서 누가 부자인 줄 알아요?"

  그녀의 질문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글쎄요... 아까 의사나 변호사도 세금을 많이 내서 별반 삶의 수준이 다르지 않다고 하셨으니... 잘 모르겠는데요."

  아리송한 내 표정을 보고,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농부가 정말 부자예요. 아무나 농사를 지을 수도 없어요. 농사를 지으려면 자격시험도 치러야 하고 조건이  까다로워요. 농사지은 수확물은 나라에서 구매를 해 주어 소득도 확실히 보장되고요. 네덜란드에서 여유 있게 살고 싶으면 농부를 만나세요."


  어머, 농부라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답이었다. 그나저나 네덜란드 농부를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으려나~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미용, 지붕수리, 네일아트, 배관기술자 등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비싸서 돈을 잘 번다고 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기술을 배우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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