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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May 10. 2023

나도 폰티스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

개인의 삶과 성장에 관심을 두는 폰티스의 교육 프로그램

  지난 1월 글로벌 스터디 기관 탐방으로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방문했던 여러 기관 중에 아인트호벤에 있는 폰티스 대학(Fontys ACI)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폰티스 대학은 틸뷔르흐, 벤로, 아인트호벤 세 곳에 캠퍼스를 둔 실무중심 대학(HBO)이다. 기업, 정부, 학교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며, 기업이나 정부의 사업 프로젝트에 학생들이 의견을 직접 제공하고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국제경영학과 렉처로 계신 최 교수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최 교수님은 다양한 실무 교육과정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들을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하셨다. 학생들에게 실제 비즈니스 이슈에 적용되는 연구 방향을 안내하고자 노력하고, 열정적으로 지도하면서 본인 또한 즐겁게 일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최 교수님이 소개한 폰티스 대학의 여러 교육활동 중에서 퍼스널 디벨러먼트(자기 개발 프로그램) 과정 속에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상담 과정이 있는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대학교에서 학습적인 면뿐만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의 심리적인 부분을 비롯한 인생 전반에 대해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위한 14개의 상담 공간을 마련해 놓고, 전문 상담사가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꾸준하게 상담한다고 했다. 학습부진, 우울증, 자살충동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향유하도록 전문적으로 돕고 있다며 최교수님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우리 폰티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결해 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대학교라니, 그런 교육적 철학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근사했다. 꾸준한 상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평안하게 잘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이 너무나 부러웠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무기력증, 우울, 자살충동 등 정신적인 면에서 심각한 상태에 있거나 대인 관계나 가정의 문제로 내면의 상처가 깊은 학생들이 참 많이 있다. 하지만, 학교 안의 위클래스 교사 단 한 명이 그들을 상당하기에 학생수도 많고, 지속적으로 돌보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2학년 여학생 P가 테라스에 위험하게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학교에서 큰 소동이 있었다. P의 작년 담임이었던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P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데 아버지와의 관계도 좋지 않고,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아픔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했다. 수시로 자해를 해서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학생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한 학급의 35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담임교사가 어느 한 학생만을 계속 신경 쓰기에는 역부족이다. 1000여 명이나 되는 전교생들을 상담 교사 한 명이 맡고 있는데, 상담 교사가 케어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P와 관련하여 담임 교사나 상담 교사를 포함한 위기관리위원회가 소집되었다고 들었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 P가 마음의 병을 이겨내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얼마나 현실적인 대책이 제시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폰티스 대학만큼 수많은 전문가가 배치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문상담사가 더 필요하다. 요즘에 ADHD를 비롯하여 우울, 불안 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학생들이 원할 때마다 꾸준하고 체계적인 상담을 받고, 일상을 다시 건강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돕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폰티스 대학의 모습>



  폰티스 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노스 프로그램’은 1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발하고 코칭받으며 창업지원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 교수님이 어노스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어노스 프로그램은 1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지원하여 선발되면 참여할 수 있는 3년 간의 정규 프로그램이에요. 선발 기준은 프로젝트 기획서에 담긴 지원 동기, 목적, 구체적인 계획, 기대하는 내용,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여 면접을 거쳐 최종 팀을 뽑아요. 선발된 학생들은 3년 동안 프로그램 안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외에도  같은 주제로 모인 프로젝트 그룹의 학생들이 6개월 동안 다양한 도전을 실행하는 마이너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폰티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들으니 여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우리 팀이 이곳을 방문한 목적이기도 한 기업가정신 교육이 폰티스 대학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최환희 교수님은 폰티스 대학에서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을 이렇게 정리해 주셨다.


 - 경영 환경을 자료와 인사이트를 통해 분석하고 분석적인 문서를 생산할 수 있는 Literacy(문해력)

 -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Agility(민첩성)

 - 다양성/국제시민으로의 삶이 주는 유익에 관한 정확한 Awareness(인식)

 - 어지러운 것들을 정리하며 전진할 수 있는 Project management skills(프로젝트 관리 능력)

 -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Communication skills(의사소통 능력)

 -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Personal development(자기 개발)의 지속력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은 창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폰티스 대학에서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폭넓게 이해하고 문제해결력을 기르며, 유연하게 상황에 대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체계적인 접근을 하도록 다양한 커리큘럼 속에서 실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개념이 너무 추상적인 면이 있고, 기업가정신을 너무 창업 쪽으로 치중하여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막상 학교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실시하는데 제한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문제해결력 향상이나 유연한 대응력을 갖추는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모든 교과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접근하여 교육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지닌 약점을 극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내용을 담아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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