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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May 30. 2023

네덜란드에서 가 봐야 할 미술관 산책

위대한 예술 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네덜란드에는 미술관이 참 많다. 반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렘브란트 하우스, 크륄러뮐러 미술관, 마우리츠하우스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을 품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지난 1월에 방문했던 미술관 몇 곳을 소개하려 한다.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화가를 꼽으라면,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닐까 싶다. 네덜란드 출신인 반 고흐는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하였다. 동생 테오의 권유로 27세에 화가의 길로 들어선 후 10년간 800여 점의 유화와 1,000여 점이 넘는 스케치를 그린 열정적인 화가였지만, 살아서 단 한 점의 그림을 팔고 가난하고 외로운 삶을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안타까운 고흐의 삶은 비극적인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 뒤인 1901년에 파리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그의 작품은 빛을 발하게 되었고,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화가가 되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세계 최대의 고흐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유화 200여 점과 드로잉 500여 점,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고흐의 유품 등 방대한 고흐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곳이 아닐까 싶다. 해바라기, 아몬드 꽃, 자화상, 감자 먹는 사람들, 아를의 침실 등 고흐의 대표작을 실물로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고흐의 대표작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사진 찍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 발길을 가장 오랫동안 머물게 한 그림은 <아몬드 꽃>이다. 이 작품은 고흐가 사랑하는 동생 테오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린 그림이다. 자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조카를 위한 선물로 고흐는  분홍색과 흰색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를 정성을 쏟아 완성했다. 조카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서인지 굵고 선명한 나뭇가지에 피어나는 꽃잎에 생동감이 넘친다. 



<왼쪽 고흐 작품 "아몬드 꽃"과 오른쪽 "아몬드 꽃"을 프린팅한 자동차 외관>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과감한 구도, 나뭇가지의 굵은 윤곽선, 원근법의 부재, 밝은 색채, 평평한 배경 등은 당시 인상파 화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본 목판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림을 받은 테오는 ‘너무너무 아름답다’며 아기 침대 위에 걸어 주었다. 이른 봄에 피는 아몬드 꽃은 새 생명과 희망을 상징한다. 또한 아몬드 나무는 부활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고흐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희망적이고 밝은 그림을 그린 셈이다. 5개월 후 그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평생 ‘형바라기’였던 테오 역시 6개월 후 형을 따라갔다.

  아기 빈센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삼촌이 준 꽃그림을 평생 애지중지했던 그는 훗날 반고흐 미술관을 세워 삼촌의 모든 유작들과 함께 기증했다. 삼촌에게서 받은 이름과 선물로 세계인이 찾는 미술관을 만든 조카의 모습을 화가 고흐는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 이은화 (미술평론가)



  암스테르담에서 길을 가다가 고흐의 <아몬드 꽃>을 프린팅 한 자동차를 보았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도 고흐의 작품은 미술관에서만 두고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예술작품인가 보다. 삶의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느끼고 즐기며 살아가려는 태도가 고스란히 엿보였다.  


<고흐의 작품들과 관람객의 모습>



  라이크스(Rijks)미술관으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네덜란드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장식예술, 역사 자료, 아시아 미술품, 도예, 유리 제품,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8000여 점이나 되는 작품들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듯하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대표작은 2층 전시실에 있는 렘브란트의 <야경>과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이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의 작품들, 아래에서 가운데 렘브란트의 '야경'을 복원하는 모습>



  렘브란트의 <야경>은 복원 중인 모습으로 볼 수 있었다. 정확한 작품명은 <프란스 반닝 코크와 빌럼 반 루이텐부르크의 민병대>이다. 민병대 본부에 걸기 위해 당시 군인들이 돈을 내고 의뢰한 일종의 단체초상화이다. 전통적인 초상화와 달리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당시에는 좋은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이른바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강렬한 명암 대비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이 특정 인물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향하게 한 점이다. 초상화이니만큼 밝게 표현된 사람에 비해 어둡게 그려진 사람들은 그만큼 불만도 많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거대한 크기(437x363 cm) 때문에 위쪽과 좌우 그림을 자를 수밖에 없었는데, 몇 년 전 AI를 활용하여 복원한 끝에 왼쪽에 두 사람과 오른쪽에 북 치는 사람의 몸을 살려냈다고 한다. 수차례 복원을 한 작품인데, 내가 갔을 때도 또다시 복원을 하고 있어 제대로 감상하기는 어려웠다. 작품을 자세히 볼 수는 없어 아쉽긴 했지만, 복원가가 정성스러운 손길로 신중하고도 세밀하게 복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우리츠하우스는 헤이그에 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고리를 한 소녀>이다. 모나리자를 보러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가듯이 사람들은 진주 귀고리 소녀를 보러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우스를 간다. 모나리자를 봤을 때도 기대했던 것보다 작은 사이즈에 놀랐는데, 이 작품 역시 생각보다 사이즈가 작은 편이었다. 어두운 배경이라 터번을 두른 진주 귀고리 소녀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도드라지고 보드라워 보였다. 특히 소녀의 맑은 눈빛과 붉고 도톰한 입술이 아주 매력적이었고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마우리츠하우스는 규모는 작지만,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명작 외에도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자화상>을 비롯한 명작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내 발길을 한참 머물게 한 작품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델프트의 풍경>이다. 하늘의 반 이상을 차지한 구름과 그 사이로 비추는 햇살, 건물의 그림자를 품고 있는 잔잔한 강물, 고요하고 잔잔한 강가, 담소를 나누며 서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고즈넉하고 지극히 서정적인 느낌이었다.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지는 것 같아 한참을 서 있었다.



<마우리츠하우스 미술관 소장품 및 내부, 맨아래 가운데 그림이 '델프트의 풍경'>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페이메이르가 평생 살았던 곳이자 그림 속 배경이 된 델프트를 직접 찾아갔다. 한적하고 작은 마을이었는데, 거리가 참 예뻐서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페르메이르의 비문과 무덤이 있는 델프트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구교회도 가 보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교회 문이 닫혀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페르메이르의 비문과 무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구교회를 배경으로 사진만 잔뜩 찍고 발걸음을 옮겼다.

  1월의 바람이 꽤 차가웠지만, 델프트 거리 곳곳을 걸어보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집들, 고즈넉하고 차분한 도시의 풍경에서 페이메이르의 그림에 담긴 델프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가운데 왼쪽 델프트 구교회, 가운데 오른쪽 델프트 신교회, 델프트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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