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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Jun 06. 2023

개성적인 건축물을 만날 수 매력적인 도시, 로테르담

로테르담의 독특한 건축물들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은 유럽이지만 꽤 현대적인 모습의 도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로테르담은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는데, 완전히 파괴되어 잿더미가 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건축물을 많이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럽 하면, 떠오르는 붉은 지붕과 고풍스러운 도시의 느낌과는 다르다.


 특히 로테르담의 블라크(Blaak) 역 주변에는 독특한 건축물이 많다. 전통시장을 재건축한 로테르담의 랜드마크인 마켓홀과 그 주변에 있는 펜슬하우스, 큐브하우스 등 독창적인 건축물들이 개성 넘치고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말발굽 모양처럼 생긴 아치형 건물에 유리로 되어 있는 '마르크트 할(Markthal)'이라 불리는 '마켓홀'은 각종 상점과 주거공간이 함께 있는 주상복합 건물이다. 길이 120m, 높이 40m의 엄청난 규모의 실내 마켓에는 치즈, 디저트, 과일, 채소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 등을 파는 100여 개의 상점과 식당 등이 있고, 벽면에는 228 가구의 주택이 공존해 있다. 2014년 10월에 건축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반원형 터널 모양의 천장에 그려진 화려하고 모던한 거대한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풍요의 뿔'이라는 이름의 화려한 실내 벽화 디자인은 1만 1000에 달하는데, 로테르담의 역사와 시장에서 판매되는 먹을거리(과일, 채소, 곡식 등)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4500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는데, 패널마다 작은 구멍을 뚫어 실내의 소리를 흡수하여 소음을 줄여주는 기능적인 면도 고려하여 디자인했다고 한다.



<마켓홀 천장의 그림과 상점>


  마켓홀 안에는 작은 상점들이 빼곡하게 있는데,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복잡하고 정신이 없어 오래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우리나라의 쇼핑몰처럼 소파나 벤치 같은 앉아서 쉴 만한 휴게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다. 앉아서 먹고 나오는 것도 번잡하여 우리는 한 바퀴 쭉 둘러본 후 간식거리로 말린 과일과 스트룹 와플을 사서 나왔다. 여행하면서 이때 산 간식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더 많이 사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네덜란드의 건축가 피에트 블룸이 설계한 큐브하우스는 나무 모양의 건물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도시 속의 숲의 모습을 띠는 타운하우스이다. 정육면체를 45도로 기울여 붙여놓은 외관과 노란색의 벽면, 독특한 구조가 특이한 주거공간이다. 51개의 큐브 일반 주택은 38개 가구. 1층은 상점이고, 노란색의 큐브가 주택인데, 땅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면서 공간을 활용하는 '도시의 지붕에서 살기' 콘셉트로 지어졌다고 한다.


  내부관람을 할 수 있는 '카이크 퀴부스(Kijk-Kubus)'라는 이름의 집이 있어 3유로를 내고 들어갔다. 큐브 내부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3층 구조로 만들어진 독특한 모습이었다. 아래층에는 부엌과 거실이 있고, 2층에는 방 2개와 화장실이 있고, 3층에는 하늘을 볼 수 있는 라운지로 이루어졌다. 다소 좁아 보이긴 했지만, 공간 활용을 잘하여 침실과 주방의 가구 배치가 나름 잘 갖추어져 있었다.


<큐브하우스 외부 모습 및 내부 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경>


  우리나라 돈으로 10억 정도 하는 집이라는데, 솔직히 나더러 이 집에서 살라고 하면 그다지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일단,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외부가 소란하고, 내부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불편했다. 독특한 구조 때문에 실내 공간 활용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재미있게 생긴 특이한 주거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들어가서 구경하며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 밖에도 로테르담에 있는 개성 강한 건축물인 연필 모양으로 생긴 펜슬하우스, 노란색 파이프가 달린 외관의 공립도서관, 에라스무스교 등도 볼 만하다. 에라스무스교는 1996년에 완공되었는데, 꼬리 쪽 상판은 큰 화물선이 들어올 때 위로 번쩍 들려 올라가는 도개교로 만들어졌다. 중앙에 하얀 교탑이 백조를 연상시켜 '백조의 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길이가 총 89m에 달하여 서유럽에서 가장 길고 무거운 도개교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왼쪽 로테르담 도서관, 오른쪽 펜슬하우스 외관>


  우리가 에라스무스교를 보러 간 날은 하필 비가 엄청 많이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1월이라 기온도 낮았고, 세찬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무리 대단한 건축물이라 해도 추운 밖에서 비바람을 맞아가며 오래 감상할 수는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일부러 찾아갔지만, 다리를 다 건너보지도 못하고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구경하다 급히 돌아와서 사진조차 남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로테르담을 직접 다녀보니 유럽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는 덜하지만, 마치 세련된 현대 예술작품 같이 개성 넘치며 흥미롭고,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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