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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Jun 13. 2023

네덜란드에서 이렇게 배부르게 먹다니

네덜란드에서 즐긴 식도락​

  네덜란드 음식은 비교적 간소한 편이다. 빵과 수프, 감자를 기본으로 고기나 생선, 삶은 야채를 곁들여 먹는 것이 주 메뉴이고, 간단하게 감자튀김, 크로켓, 팬케이크, 샌드위치 등을 먹기도 한다. 네덜란드 음식은 가볍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양이 꽤 많아 든든하게 한 끼를 챙길 수 있다. 이번에 네덜란드에서 여러 가지 메뉴를 먹었는데, 그 어떤 것도 실패하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여 첫 기관 탐방을 앞두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맛집을 검색하여 'SMALL TALK(스몰 토크)'라는 곳을 찾아갔다. 붉은 간판의 2층으로 된 음식점이었는데, 현지에서 오래된 맛집 느낌을 풍겼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현지인들이 늦은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기관 탐방 시간이 촉박하여 우리는 팬케이크와 감자튀김 등 간단한 음식을 몇 가지 시켰다. 


  네덜란드의 팬케이크는 우리나라의 부침개와 비슷한데, 가벼운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다. 기본 팬케이크 위에 햄, 버섯, 토마토, 양파, 베이컨, 치즈 등 원하는 토핑을 골라 다양하게 즐길 수도 있다. 우리는 바나나가 들어간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팬케이크가 얇고 사이즈가 피자 한 판 크기만큼 아주 컸다. 토핑은 없었지만 위에 시럽을 조금 뿌려 먹으니 달콤하고, 찰지고 쫄깃한 식감도 괜찮았다.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감자튀김도 맛있었다. 유럽의 감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어쩜 이렇게 감자가 굵고 바삭바삭할까. 'SATEH SMALL TALK'라는 메뉴를 시켰더니, 꼬치에 가지런히 넣은 고기에 맛있는 소스가 뿌려져 나왔다. 사이드디쉬로 나온  빵과 샐러드도 입맛에 잘 맞았다.   



  저녁에는 담광장 근처에 있는 '몰리'라는 펍에 갔다. 네덜란드에서 맥주에 곁들여 먹는 대표적인 안주는 '비터 발렌'이다. 모양은 미트볼 같이 둥글게 생겼는데, 안에는 으깬 감자와 채소, 고기 등을 갈아 넣어 튀긴 음식으로 크로켓과 비슷하다. 머스터드 소스를 찍어 먹으니 느끼함도 별로 없었다. 다만, 한 접시에 겨우 8개 정도밖에 안 되는데 금액은 10유로가 넘었다. 소시지와 치킨도 주문했는데, 비터발렌과 마찬가지로 작은 그릇에 7~8개 정도로 정말 소박하게 담겨 나왔다. 우리나라의 호프집에서 나오는 푸짐한 안주를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네덜란드의 전통 음식보다는 인도, 중국, 터키, 일본 등 각국의 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다. 델프트 여행 중에 점심을 먹으러 갔던 'grill N Spice'라는 인도 식당이 기억에 남는다.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잘못 들어왔나, 처음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기우였다. 치킨 요리, 커리와 난 등을 시켰는데 음식이 엄청 푸짐하고 우리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아서 남김없이 싹싹 다 먹었다. 라씨도 달콤하고 시원하니 음식과 아주 찰떡궁합이었다. 


  유럽에 왔는데 굳이 중국 음식을 왜 먹냐고 한다면, 일단 드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느끼한 음식들을 계속 먹다 보면, 얼큰한 중식이나 베트남 요리가 속을 얼마나 개운하게 해 주는지 알게 될 것이다. 중식 패스트푸드점인 'wok to wok(웍투웍)'도 가볍게 한 끼를 먹기에 좋은 곳이었다. 주문을 할 때, 기본이 되는 국수나 밥, 부재료들과 곁들여 먹을 간장 소스, 데리야키 소스, 굴소스, 핫소스, 마늘 소스, 땅콩 소스, 코코넛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요리를 해 준다. 종이 상자 가득 담긴 음식이 맛도 좋고 양도 많은데 가격은 참 저렴한 편이다. 



<왼쪽 인도요리, 오른쪽 위 웍투웍, 오른쪽 아래 비터발렌 등 맥주 안주>


  우리 일행은 가볍게 맥주와 안주를 먹고 나서 야참으로 먹기 위해 웍투웍을 들렀는데, 다들 잠시 대화를 잊은 채 정신없이 먹었다. 먹는데 집중하느라 사진도 먹다 말고 중간에 찍을 정도였다. 모두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식사를 마치고 내가 테이블을 정돈하며 음식이 담겨 나온 종이 박스에 쓰레기를 넣었는데, 그 순간 팀원 K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아~~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요?" 깜짝 놀라 물었더니, "아, 나 이 볶음 누들 남은 맥주 한 모금이랑 같이 먹으려고 남겨둔 거였는데!!"라고 하는 게 아닌가. 허걱, 어찌나 미안했는지, 다시 메뉴 하나를 더 시키자고 했더니 K는 배불러서 못 먹는다며 괜찮다고 했다. 쓸데없이 이럴 땐 손이 빨라가지고... K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은 식당은 로테르담에 있는 'Grand cafe de Dijk'이다. 현지에서 살고 계신 최 교수님이 적극 추천해 주어서 통역사까지 포함하여 6명이 같이 갔는데, 모두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립갈비를 시키면 감자튀김도 곁들여 나오는데,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배가 터질 만큼 먹었는데도 음식이 남아서 포장을 해 와서 다음날 아침까지 먹었다. 맛도 좋고 양도 많고, 가성비가 최고였다. 거기에다 식당 직원들은 친절하고 유머가 넘쳐 우리의 기분까지 덩달아 좋게 해 주었다. 우리가 네덜란드에 도착하기 전부터 최 교수님이 꼭 가봐야 할 정말 맛있는 립갈빗집이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로테르담에서 먹은 양이 어마어마하게 푸짐한 립갈비와 감자 튀김> 


  로테르담에서 우리가 묵은 숙소 옆에는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튀르키예 음식점이 있었다. 유명한 맛집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다 튀르키예식 피자인 피데와 감자튀김을 테이크아웃 해 왔다. 납작하고 기다란 모양의 일반적인 피데와 달리 이곳의 피데는 정사각형으로 사이즈가 아주 컸다. 도우 위에 불고기와 양파, 채소를 토핑으로 가득 올린 후 화덕에서 바로 구워내서 그런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말고도, 우리는 숙소에서 아침마다 식탁 가득 잘 차려놓고 푸짐하게 잘 먹고 다녔다. 매일 아침마다 슈퍼에서 사 온 빵과 요거트, 우유와 주스, 재래시장에서 사 온 신선한 과일과 치즈를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든든하게 먹으니 하루 종일 다녀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는 '알베르트 하인'이라는 대형 슈퍼마켓이 유명한데, 우리가 묵은 숙소 근처에는 없었고, 대신 '윰보(Jumbo)'가 있었다. 아침에 슈퍼마켓 문 여는 시간에 가면, 갓 나온 따끈한 빵을 살 수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다. 사탕, 초콜릿 등 간식거리도 많아 자제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슈퍼에 갈 때마다 신이 나서 쇼핑을 하고 두 손 무겁게 숙소로 돌아왔다.



<재래시장에서 사온 과일, 요거트, 빵 등 아침마다 푸짐하게 먹었다>


  해외여행지에서 내가 꼭 가는 곳은 재래시장이다. 로테르담의 '마르크트 할' 바로 앞에는 매주 화, 토요일에 재래시장이 열린다. 다행히 우리는 토요일에 그곳에 갈 수 있었다. 갖은 채소와 과일, 치즈 등이 너무너무 신선했다. 가격도 슈퍼에 비해 아주 저렴했다. 자두, 청포도, 귤, 오렌지 등 몇 가지 과일과 치즈, 요거트를 사고 나니 벌써 짐이 무거웠다. 애플 망고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하다 9개 한 박스를 일단 샀다. 숙소까지 들고 오느라 힘들긴 했지만, 덕분에 며칠 동안 망고를 여한 없이 먹었다. 재래시장에서 사 온 치즈맛도 남달랐다. 아침마다 빵에 발라서 먹었는데, 유통기한만 길었으면 한국에 사 오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어 뱃속에 잔뜩 채워 왔다. 

  


<치즈와 과일이 너무 맛있는 로테르담의 시장>


  이밖에도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첫날 호텔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했던 튀르키예 레스토랑, 로테르담 시청 근처에서 점심으로 먹은 일식 라멘 맛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마르크트 할'에서 사 온 말린 과일과 와플을 사서 여행 다니는 동안 주저부리로 맛있게 먹으면서 다녔다. 스투룹 와플은 아주 얇은 과자에 달콤한 캐러멜 시럽이 들어가 있는데, 바삭한 과자에 달짝지근한 맛이 디저트로 아주 딱이었다. 선물용으로도 아주 좋을 것 같은데, 긴 여행에서 갖고 다니기가 힘들어서 못 사 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매일매일 너무 푸짐하게 먹고 다녀서 우리 팀원들은 맛있게 먹으면서도 살이 찔까 봐 걱정들을 늘어놓았다. "여기에서 늘 배가 불러 있어서 한국 돌아가면 간헐적 단식을 꼭 해야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새로운 식당에 가면, 언제 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겠느냐며 일단 네덜란드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다 맛있게 먹고 가자고 했다. 아무렴, 여행 중에는 무조건 잘 먹고 다이어트는 한국에 돌아가서 하는 걸로. 


<그 밖에 네덜란드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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