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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May 23. 2023

이런 도서관이라면 글이 그냥 써질 것 같아

하루 종일 있고 싶은 네덜란드의 도서관

 네덜란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 어디였는지 묻는다면, 단연코 로테르담의 공립도서관을 말할 것이다. 건물 외관에 노란색의 파이프가 독특하게 있어 외관을 봤을 때 도서관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건물 안에 들어선 순간, 정말 황홀할 정도로 멋진 공간 연출에 흠뻑 반해버렸다. 보름달이 걸려있는 듯 밝고 둥근 수많은 전등과 서가와 테이블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학습 공간을 층마다 독창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공간 자체가 시원시원하게 뚫려 있고, 널찍널찍해서 좋았다. 어쩜 이렇게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꾸며 놓았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각층들을 돌아보았다. 도서관에는 열람실 외에도 미디어실, 정보실, 휴게 공간 등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이용객도 많았다.


  6층짜리 건물은 에스컬레이터로 각 층을 연결해 놓아 백화점 구조처럼 시원하게 개방되어 있다. 1층에는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많이 놓여 있어 앉아서 쉬기에도 그만이고, 체스를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도 있다. 얼핏 1층만 보면 쇼핑몰이라고 착각할 만큼 휴게 공간이 멋지게 조성되어 있었다.



<로테르담 공립 도서관의 다양한 공간 내부>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독특한 모양의 붉은 소파에 앉아 아이들을 보며 그림책도 읽히고, 교구로 놀이학습을 할 수 있게 해 놓은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소파가 울타리처럼 되어 있어 엄마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다.


  그 밖에도 밝은 조명이 달린 넓은 책상에서 신문을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꾸며 놓은 공간, 서가에 기다란 벤치를 연결해 놓아 책을 고르면서 얼마든지 편하게 앉아 읽을 수 있는 공간, 미디어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공간, 토론이나 대화를 하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 등 사용자를 고려한 효율적이면서 세련된 공간 연출이 눈에 띄었다.


  특히 섹션별로 잘 구분해 둔 낮은 높이의 서가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서가 형태는 대부분 자료실 양쪽으로 천장 가까이 닿을 만큼 높은 책장이 일렬로 쭉 놓여있다. 책장 사이의 거리도 비좁아서 다른 사람과 같이 서 있게 되면 누군가는 센스 있게 자리를 비켜 주어야만 하고, 책장이 높아서 위칸의 책을 확인하거나 꺼내기에도 불편함이 많다. 하지만, 이곳의 서가는 배치된 형태도 다양하고, 높지 않은 책장까지 사용자들의 편의를 얼마나 고려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낮은 높이의 서가>


  물론 요즘에는 우리나라의 각 지역 도서관도 아름답고 개성적으로 잘 꾸며놓은 곳이 참 많다. 우리 동네에 있는 도서관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로테르담 공립도서관을 본 순간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 동네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정말 매일매일 가서 살고 싶다. 하루종일 이런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좋은 글이 그냥 술술 나올 것만 같다.     



  네덜란드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안에 도서관이 있는 것이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다. 미술관 2층 한 편에 있는 도서관은 마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 나올 만한 풍경의 클래식하고 엔틱한 분위기였다. 일반인이 입장할 수 없는 연구용 도서관으로 국보급의 희귀 도서와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고풍스러운 서가와 빼곡한 책들이 미술관의 유명작품 못지않게 또 하나의 위대한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안의 도서관>


  암스테르담 국립 해양박물관 안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암스테르담 국립 해양박물관은 네덜란드의 500년 해양 활동의 역사를 볼 수 있으며, 세계적 규모의 해양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해양박물관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팀원 Y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해서 우리 팀 모두는 흔쾌히 함께 했다.


  박물관에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할 수 있어 좋았다. 18세기 동인도회사 선박을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는데, 그 내부를 구경할 수도 있다. 선원들의 침실, 식당, 식량 저장고, 교역품 창고, 대포 등 당시의 배 안의 모습 그대로 잘 전시되어 있었다. 그 밖에도 네덜란드 해전, 배와 관련된 그림과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고, 항해술의 역사, 고래잡이 역사, 네덜란드 항해 전성시대와 관련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해양박물관 안에 있는 도서관 내부가 너무 예뻤다. 아치형의 커다란 통창문은 시원하게 바깥 경치를 볼 수 있었고, 나무로 된 기다란 테이블은 고풍스러웠다. 서가의 책을 몇 권 꺼내보니 해양 관련한 두꺼운 고서적이었다. 우리 팀원들은 꺼낸 책을 펼쳐 놓고 돌아가면서 콘셉트 사진을 신나게 실컷 찍었다.


<암스테르담 국립해양박물관 안의 도서관>

 

  개인적으로 도서관을 정말 좋아한다.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면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노트북을 가져가 글을 쓰거나 일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공간을 색다르고 편리하게 연출한 로테르담 공립도서관을 비롯하여 여러 도서관을 다녀본 것이 특히 기억에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다음에는 해외 도서관 기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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