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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Mar 26. 2024

가리왕산 케이블카, 다음에는 꼭 타야지.

아름다운 정선의 겨울

  아주 오랜만에 강원도 정선에 다녀왔다. 여행은 아니고, 기업가정신 관련 1박 2일 워크숍으로. 눈이 내린 뒤였기에 서울에서 정선으로 가는 길에서부터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흰 눈이 소복하게 내린 겨울 산의 모습은 인공적인 그 어떤 것도 침범하지 못한 순수한 자연의 속살을 그대로 내비쳐 주어 더욱 감동적이었다. 유레일 기차를 타고 스위스에서 독일로 넘어갈 때 보았던 창밖의 동화 같은 설산 풍경에 못지않은 장관이었다. "우와~" 대여 버스 안 여기저기에서 선생님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워크숍 장소인 P리조트도 훌륭했다. 객실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고, 요가와 폼롤러 등 웰니스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었다. 프라이빗 자쿠지와 수영장, 사우나 시설도 갖추고 있어 힐링하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아쉽게도 단순 여행이 아닌 워크숍 일정 때문에 이 좋은 것을 모두 누릴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수영복도 챙겨갔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첫날 늦은 저녁까지 워크숍 일정이 끝나고, 부지런히 사우나로 향했다. 자쿠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우나는 꼭 하고 싶었다. 사우나 시설이 엄청 넓지는 않았지만 통창으로 되어 개방감이 있는 4개의 탕이 온도별로 유지되어 있었다. 깨끗한 가운도 제공되었으며, 직원들이 수시로 청소를 해서 전체적으로 아주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조트 시설과 주변 풍경>


  늦은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워크숍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기수별로 뒤풀이 모임을 하고 있어서인지 사우나에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다. 온도별로 다른 탕을 오가고, 건식과 습식 사우나를 차례로 경험하며 느긋하게 사우나를 하고 나왔다. 같은 기수의 Y샘이 워크숍 했던 홀에서 동기 모임을 하고 있으니 사우나 끝나면 내려오라는 메시지가 남겨있어 뒤늦게 모임에 참여했다. 

  "오~ 샘 얼굴이 아주 뽀송뽀송 하네요."

  사우나를 하고 내려온 나를 보며 몇몇 선생님들이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화장 때문에 얼굴은 씻지도 않았어요. 호호~"


  동기 선생님들과 그간의 소식을 나누며 즐거운 대화를 마무리하고 , Y샘과 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동기인 K 선생님이 우리 숙소의 벨을 눌렀다.

  "샘들, 별 보러 가요~"  

  "별이요?"

  "옷 따뜻하게 입고 얼른 나와요!"


  급하게 외투만 걸치고 나갔더니, 몇몇 동기 샘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루프탑으로 올라갔더니 참으로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와우~~~!!!"

  하늘 위로 쏟아지는 별을 보니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예전에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별 보고, 한국에서는 오랜만에 별을 봐요."

  한 선생님이 별자리 앱을 켜고, 하늘을 향해 비추니 신기하게 별이 입체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우리는 고개가 아프도록 목을 뒤로 젖혀가며 사방을 삥 돌면서 파노라믹 하게 별을 감상했다. 



<밤하늘의 별. 하얀 점처럼 보이는 게 모두 별이다.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아 아쉽다. 가운데는 별자리 앱으로 본 하늘 풍경.>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서 조식 전에 사우나를 한 번 더 했다. 확실히 어젯밤보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부산스럽지 않아 좋았다. 매끈한 피부로 조식을 먹으러 가서 또다시 놀랐다. 무슨 조식이 이렇게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은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죽과 수프, 비빔밥과 국수 등 한식류, 빵과 베이컨, 치즈, 소시지 등 양식류, 샐러드, 한과와 쿠키, 과일, 요거트 등 디저트류, 신선한 주스에 정선 숙암 천연 벌꿀까지 푸짐한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먹었던 숙소 조식 중에 단연 최고의 조식이었다. 마음으로는 세 접시는 먹고 싶었으나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는 내 식사 속도와 작은 위장 때문에 두 접시로 끝낸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다. 



<위는 룸 컨디션, 아래 왼쪽은 조식, 아래 오른쪽은 저녁 식사>


  아침을 먹고 폼롤러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후 오전 워크숍 일정에 참여했다. 점심은 워크숍 장소 옆에 있는 홀에서 한식으로 제공되었다. 정갈한 반찬과 된장국이 맛깔나게 차려져 있었다. 식사 후 Y샘과 루프탑에 올라가서 밤에 보지 못한 전경을 보기로 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더 멋진 산세를 볼 수 있었다. 리조트 바로 옆에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Y샘과 나는 리조트 밖으로 나가 케이블카 매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에는 알파인 전시관이 있었는데, 평창올림픽 관련한 물건들과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다른 편에는 정선의 은하수를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어 관람했다. 정선 특산품과 굿즈를 판매하는 작은 샵도 있었는데, 오후 워크숍 시작 시간이 다 되어 쇼핑은 못하고 돌아왔다. 


  워크숍이 끝난 후 나는 서울로 가는 대여버스를 타고 아쉽게 돌아가야 했지만, Y샘을 비롯하여 자차로 온 몇몇 선생님들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타고 멋진 설경을 구경한 후 귀가했다. 단톡방에는 케이블카를 탄 선생님들이 업로드한 가리왕산 전망대에서 파노라마로 설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버스에서 들으니 몇몇 선생님들은 점심을 빨리 먹고, 케이블카를 잽싸게 타고 오후 워크숍에 좀 늦게 참석했다고 했다. 


  아, 나도 리조트 루프탑에 올라가지 말고, 케이블카 매표소의 전시관을 둘러보는 게 아니고, 케이블카를 탔어야 했는데... 까짓것, 워크숍에 좀 늦게 참석하면 되는데,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스스로를 책망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없는 시간에도 나름 사우나를 두 번이나 즐겼다고,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나 보다. 케이블카를 타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크지만 어쩔 수 있나. 할 수 없지, 다음에 가리왕산 케이블카 타고 아름다운 설산을 보러 꼭 다시 와야지.



<가리왕산 케이블카와 아름다운 산세. Y 선생님에게 받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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