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무능력한 사람의 민폐
교무부장은 학교에서 교장이나 교감 못지않게 영향력이 큰 주요 직책이다. 교무부장이 능력도 있고 인화력도 좋으면 학교가 평온하게 잘 돌아가지만, 무능력한 사람이 맡게 되면 그로 인한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교무부장은 후자이다. 일을 너어~~~무 너어어~~무 못하는데, 알려고 하지도 않고, 하려고 하지도 않고, 소통능력도 없다. 그러니 여기저기에 민폐만 끼치고, 주변사람 생고생시키면서도 본인만 모른다.
아무 일을 하지 않으니 "나는 교무부장이 적성에 딱 맞아요!"라고 좋다고 헤헤댄다.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다 떠넘기니 편하다지만, 뻔뻔하게 저런 말을 하는 걸 듣는 사람은 속이 터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복은 있어서 교무부 계원들이 모두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사람들이고, 새로 온 교감 선생님까지 능력 있고 좋은 분이어서 교무부장의 일까지 교감님이 하신다. 작년 수능 업무 때도 교무부장이 10월이 돼도 업무 시작을 안 해서 계원인 김 선생님이 "부장님, 수능 업무 이제는 준비하셔야 해요." 몇 번을 말해도 본인은 총괄만 하는 거라면서 꼼짝을 안 했다. 결국엔 교감님이 교무부 계원들과 함께 처리하셨다. 오죽하면 졸업식 사회를 교무부장이 아닌 교감이 봤을까.
별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일하는 티는 얼마나 내는지... 스승의 날 현수막 문구나 학부모 설명회 책자 디자인 색깔이 어떠냐고 기획회의 단톡방에 일요일밤 11시에 올린다. 단톡방에는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만 공지사항을 올리라고 교장님이 정중하게 장문의 내용을 올려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정작 중요한 사안은 늘 닥쳐서 해당자에게 통보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올 3월 첫날 1학년 입학식에서도 부장들이 뭐 협조사항 있냐고 물어봐도 없다고 해 놓고, 정작 개학날 아침에 음악 선생님인 조 부장한테 지휘해야 하니 강당으로 오라고 10분 전에 통보한다. 3학년 수업이 있는 조 부장은 난데없는 호출에 당황하고, 시급하게 다른 교사에게 보강을 부탁하고 강당으로 갔다.
지휘를 하고 내려오는 조 부장을 보고, 교장은 묻는다.
"아니, 조 부장이 여기 왜 있어요? 수업 아니에요?"
"지휘하라고 교무부장님이 갑자기 연락해서요. 수업은 잠깐 다른 샘께 임장 부탁했어요."
"1학년 담임인 강 선생님이 여기 있는데, 굳이 뭐 하러 조 부장이 수업까지 못하고 여기에 왔어요. 내 참..."
괜히 조 부장만 교장님께 한 소리 들었다. 이 정도의 일은 수도 없이 많아서 글로 다 쓸 수도 없다.
자신이 일을 안 하고 여유 있으니 다른 부장님이 동동거리며 일하는 것을 공감은커녕 이해조차 못한다. 학기말 일주일 간 진행되는 학교 자율과정으로 인해 한 학기 내내 준비하고 정신없이 바쁜 조 부장에게 교무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휴, 조 부장. 그러게 왜 자율과정을 그렇게까지 힘들게 진행해요.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지... "
고생 많다고 응원이나 격려를 해도 모자랄 판에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소리를 해대니 조 부장은 열이 확 오른다.
문제는 교무부장은 일도 안 하지만, 어쩌다 하는 일조차 잘못 처리하고도 책임은커녕 일언반구 사과 한 번 없고,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전혀 모른다. 작년 2월 말에 교과 시수 배당 관련 자료를 교무부에서 전해받고, 힘들게 국어과 시수 협의를 마쳤는데, 교무부의 잘못된 안내로 무려 3번이나 시간표가 바뀌었다. 심지어 3월 개학 당일날까지 시간표가 바뀌었다. 3월 개학 첫날 1교시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왔는데, 갑자기 교무부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3학년 화작 지금 혼자 4개 반 맡으셨죠? 화작은 2명의 선생님 동시 수업이라서요. 오늘 4교시에 화작 수업이니, 얼른 교과 협의 다시 하셔서 화작 수업 배정해 주세요."
"네, 뭐라고요? 아니, 동시 수업인데 그걸 이제 얘기하면 어떻게 해요. 근데 시간표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어요?"
"그건 잘 모르겠고, 얼른 협의해서 알려줘요."
개학 첫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화를 낼 겨를도 없이 일을 수습하느라 나와 몇몇 국어선생님들은 급하게 모였다. 함께 교과를 맡기로 한 선생님들끼리 이미 2월 말까지 평가계획을 다 세우고, 수업에 대한 논의까지 끝내고 일주일의 수업 준비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이미 맡기로 한 과목을 서로 바꿔야 했고, 힘들게 양보하며 겨우겨우 시수 배정이 다시 이루어졌다. 그로 인해 배 선생님은 개학 당일에 화작 수업을 맡게 되었고, 3교시에 급하게 내가 준비했던 수업 계획을 듣고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받아서 4교시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이런 어마무시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교무 부장도 교육과정 부장도 그 누구도 사과 한 마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