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카풀팀 변천사, 두 번째 이야기
보건 샘과 카풀을 한 지 1년이 지나고 우리 카풀팀에 영양 선생님이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영양 샘은 우리 학교에 신규 발령을 받은 90년생이다. 영양 샘은 고향인 부산과 경남에서만 살다가 1월에 결혼해서 남편 직장 근처인 우리 동네로 이사왔는데, 그해 경기도 임용시험에도 합격을 했다. 보건 샘과 영양 샘은 같은 부서인데도 각자 하는 일도 다르고, 실(근무장소)도 달라서 그간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몇 달 만에 부서 회식을 하면서 동네 주민인 것을 알게 되었다며, 보건 샘이 영양 샘도 카풀을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당연히, 저야 너무 좋죠!"라는 나의 대답과 함께 우리 카풀팀은 이제 셋이 되었다.
배려심 있고 센스있는 영양 샘
영양 샘은 운전을 아주 부드럽고 편안하게 잘 한다. 영양 샘 차로 갈 때에는 주로 내가 뒷좌석에 앉는데, SUV 차인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허리가 아플 때에는 가끔 뒷 좌석에 누워서 갈 때도 있는데, 이때도 승차감이 나쁘지 않을만큼 안정된 운전 실력을 갖추고 있다. 보건 샘과 나는 카풀할 때 차마다 개인용 담요를 다른 색깔로 비치해서 구분하여 사용했는데, 영양 샘은 눈치가 빨라 우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처음 카풀하는 날에 미리 색이 다른 부드러운 담요 세 개를 준비해 두었다. 거기에 아주아주 폭신한 쿠션까지 센스있게 마련했다. 재벌 회장님 차가 부럽지 않을만큼 영양 샘 차를 타면 늘 안락하고 편안하다.
영양 샘은 보건 샘과 내가 카풀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놓은 루틴에 자연스럽게 잘 스며들었다. 아침 카풀시간에는 주로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우리는 한 채널을 계속 듣지 않고, 취향에 따라 채널을 계속 바꾸며 듣는다. 지난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7시 20분부터 20분간은 EBS 영어 회화를 듣고, 7시 40분부터 20분간은 KBS클래식 채널로, 다시 8시가 되면 SBS 채널의 뉴스 브리핑을 듣는다. 이런 다소 복잡한 채널 변경을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운전을 하면서도 7시 20분이 되면 자연스레 영어 회화 채널을 돌려 주며 말을 줄인다. 회화 시간이 끝나면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으로, 또다시 뉴스 채널로 척척 변경한다. 영양 샘의 이런 센스와 배려 덕에 카풀이 더욱 편안하고 즐겁다.
생각이 통하는 카풀팀
'90년생이 온다'는 책이 나올만큼 뭔가 기존 세대와 다른 생각과 성향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기에 영양 샘이 우리와 거리감이 있으면 어쩌나 아주 조금 우려도 했다. 영양 샘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나이보다 훨씬 진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다행히도 30대와 40대, 60세가 함께 하는 우리 카풀팀은 큰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었다.(물론 이건 영양 샘의 진심을 들어봐야 정확한 마음을 알겠지만 말이다.)
보건 샘: 지난 주말에 집근처 산에 올라갔다 왔는데, 쑥이 어찌나 많던지 잔뜩 뜯어왔어요. 떡 해 먹으려고요. 요즘은 사람들이 쑥을 별로 안 캐는지 산에 쑥이 천지더라구요.
나: 우와~ 쑥떡 해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저도 옛날에 어렸을 때 시골에서 쑥 캐고 냉이 뜯고, 우물가에서 미나리도 뜯었어요. 그때는 그런 거 다 그냥 뜯어 먹으면 되는 거였는데... 요즘은 마트에서 쑥이며 냉이며, 미나리며 사 먹는 게 당연하게 되었네요.
영양 샘: 저도 어렸을 때 동네에서 쑥 캐러 다니며 놀았어요.
보건 샘: 영양 샘도 쑥 캐고 다녔구나. 의외네요.
나: 그러게요.
보건 샘: 근데 나물은 그렇다쳐도 나는 물 사 먹는 세상을 정말 생각 못했어요.
영양 샘: 저두요. 어렸을 때 목마르면 학교 수돗가에서 입대고 마시는 게 당연했는데... 외국에서나 생수 사먹는 줄 알았지, 물을 사먹게 될지는 몰랐어요.
나: 그러게요. 저는 그래서 지금도 물 사먹을 때 뭔가 모르게 아까워요. 근데, 영양샘은 90년 생인데도 우리와 뭐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영양 샘: 네, 저는 두 분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우리 학교에 있는 20대 젊은 선생님들과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어요.
나: 오오, 그래요? 나는 내가 나이들어서 가끔 20대 샘들이 이해가 안 되고 세대차이를 느끼는 건지, 한편으로는 내가 점점 꼰대가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거든요. 어제도 어떤 젊은 샘을 보면서 나 초임 때와는 생각이나 태도가 많이 다르구나 싶었어요.
보건 샘: 꼰대는 무슨... 샘처럼 앞장서서 다른 사람들 대변해 주고 전체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어떻게 꼰대랍니까. 전혀 꼰대 아닙니다.
나: 아이고, 보건 샘께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민망하지만 은근 기분 좋은데요.
보건 샘: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고, 그냥 사실을 말한 겁니다.
영양 샘: 근데 어떤 젊은 샘과 뭐 안 좋은 일 있었나요?
나: 아, 실은 어떤 젊은 샘이 어제 수행평가 수정한다고 해서 우리 부서 성적처리 샘이 확인하고 가려고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샘이 마감도 하지 않고 퇴근해서 많이 황당했거든요.
보건 샘: 아이고... 워라벨을 중시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남한테 피해주면 안 되지요.
영양 샘: 그러게요. 저는 민폐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 어휴, 민폐는 무슨요. 샘 같은 사람만 있으면 걱정이 없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그에 따라 행동과 태도가 다르기 마련이다. 나와 다른 생각이야 얼마든지 존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 가능한 것이다. 자신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너무나 당당하게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최대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어떤 점에서 민폐를 끼쳤는지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음부터 조심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관계가 어그러질 때도 있다. 민폐자를 상대해야 하는 건 너무나 피곤하다.
우리는 모두 여객 대표
우리는 일 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운전을 했는데, 각자 이름을 따서 **여객의 대표로 차량 운행 노선과 시간을 단톡방에 안내하곤 한다.
"여객 대표님들 안녕하세요. 다음 주는 **여객이 운행합니다.
**마을 7시 10분 출발, **마을 7시 15분 경유, **마을 7시 20분 출발 예정입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 아침에 만나뵐게요!"
가끔은 서로 카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서로 대표로 호칭하기도 한다.
"내일은 **여객 대표님이 외부 출장이 있어 운행을 못하신다네요. 그래서 내일은 **여객으로 운행할게요."
"아이고~ 대표님이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우리 카풀팀은 늘 서로를 배려한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참 감사하다. 하루하루 피곤한 출퇴근 길에 오히려 힘을 얻고 웃을 수 있다. 함께 해서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