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하여 많은 안내 사항을 전달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하는 일은 노트북을 켜고 메신저에 접속하는 일이다.
- 띵통, 띵동, 띵동
카톡소리만큼 귀엽지도 않고 군인의 구령 소리같이 딱딱하고 사무적인 메신저 알림음은 하루 종일 시도때도 없이 울려댄다. 한 시간 수업하고 자리에 앉아 메신저를 보면 수많은 쪽지가 수신함에 쌓여 있다. 수신함을 열어 시급한 업무 협조 사항 먼저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소중한 공강 시간이 훌쩍 사라져 버릴 때도 많다.
메신저에서 하루에도 수십통씩 날아드는 업무 폭탄 메시지 속에서 즐겁고 설레는 쪽지를 받는 일은 많은 풀들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만큼 희박한 일이다. 한 해 중 가장 정신없고 피곤한 3월에 끝자락에서 날아 온 한 통의 메신저는 누적된 피로를 녹여주고 설렘까지 안겨 주었다.
안녕하세요~
귀하를 교사동아리 '향기나래' 회원으로 초대합니다!^^
학기 초에 정신없이 바쁘신 거 잘 알지만, 너무나 힐링이 필요한 요즘이기에 다음주 월요일에 첫모임을 갖고자 합니다. 우리의 모임은 강제성이 전혀 없으므로 참여 여부를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당~~
<첫모임 안내>
주제 : 맛의 향기를 찾아서(다함께 미식가- 함께 맛난 음식 나누며 힐링하기)
장소 : 가사실
활동리더 : 영양 샘(부담 갖지 않도록 모두 도울거예요!)
준비물 : 기대하는 마음, 나중에 활동 분담금은 배분 예정
* 기타 사항은 가볍게 문의주세요! 아래 연간 계획 참고하시구요. 모두 기대하시고 담주에 봬요~
쪽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메신저에 회신을 보냈다.
- 우와~ 드디어 우리 향기나래가 시작되나요. 너무 기대되고 설렘설렘~~~!!! 월요일이 기대되기는 교직생활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부장님, 넘넘 감사해요~~~^^
교사 동아리 향기나래의 시작
옆에 앉은 동료들과 이야기 할 여유조차 없는 전쟁터 같은 학교에서 동료들과 짬을 내어 모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막상 모이게 되면 서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기에 올해도 학교에서 교사 모임을 두 가지 계획했다.
다행히 요즘에는 교사들이 모여 수업을 연구하는 전학공(전문적 학습공동체)과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교사 동아리를 만드는 것을 교육청에서도 권장하고,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이런 활동을 장려하는 편이다. 몇 년째 나는 '수업친구' 전학공 리더를 맡고 있기에 교사 동아리는 나와 친한 홍 부장님께 회장을 맡아 운영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홍 부장님은 여러 가지 바쁜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흔쾌히 수업친구도 참여하고, 교사 동아리는 회장으로 운영해 주겠노라 답했다. '역쉬~내가 믿고 좋아하는 홍 부장님!' 그리하여 출범한 동아리가 바로 '향기나래'이다.
'향기나래' 첫모임 활동 주제는 '맛의 향기를 찾아서', 부제는 '다함께 미식가'이다. 영양 샘이 활동 리더가 되어 운영하기로 했다. 거창한 주제를 붙였으나 간단히 말하면 학교 가사실에서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힐링하는 것이다. 주메뉴는 보쌈과 막국수, 겉절이, 김치 부침개. 학교에서 영양 샘이 급식으로 만들어주는 오징어채를 너무 애정하는 나와 몇몇 선생님들이 특별히 부탁해서 오징어채도 밑반찬으로 만들어 싸가기로 했다.
첫모임을 앞두고 향기나래 단톡방이 주말에도 분주해졌다.
- (나) 회원님들~우리의 즐거운 월욜을 위해 영양샘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몇가지 물품들은 회원님들께서 집에 있는 것을 갖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래 필요물품 보시고 기꺼이 자발적 의사를 밝혀주셔요~~
<필요한 물품>
후라이팬 4, 볼 4, 수육접시 2, 막국수 그릇 2, 볶는 스푼 4, 뒤집개 2
- 후라이팬 1, 볼1, 막국수그릇2이요.
- 오, 감사합니다. 역쉬~회장님! 최고~^^ 특히 주부님이신 회원님들~ 필요 물품 적극적으로 가져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당~~~
- 프라이팬1개, 볼2개, 뒤집개1개요.
- 뒤집개 1개, 후라이팬 1개, 볶는스푼 1개, 볼 1개, 수육접시 2개요.
- 음, 가사실습 분위기~근데, 나 월욜에 잊어버리면 우쩌나?
- 잊어버리면, 숟가락으로 뒤집어야함~
- 알람해 놓을까봐요^^
- (뒤 늦게 확인한 박 부장님) 뭐가 남은거죠? 죄송해요. 학년에 일이 있어서...ㅠㅠ 뭐든 가져갈게요.
- 괜찮습니다. 다 분배되었어요~오늘 학년에 일 터져서 피곤하실텐데 얼른 쉬셔요~
- (회장님) 참, 회원님들~진미채 반찬 만들고 담아갈 반찬통(락앤락통 등) 각자 챙겨오셔요~
- 우와, 넘 기대됩니당♡ 감사해용!
맛의 향기를 찾아서
직장인으로 살면서 처음으로 기대하게 된 월요일! 아침에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메신저에 접속한다. 오늘은 영양 샘이 보낸 반가운 쪽지가 맞이한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기다리던 월요일!!!! 향기나래의 첫 모임 "맛의 향기를 찾아서" 활동날입니당~~
*오늘 제비뽑기로 2인 1조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조로 나누어서 진미채 양념장 만들기 공통 실습하고, 그 후에 조별로 각 음식들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활동계획은 계획일 뿐!! 지친 3월 힐링과 즐거움을 추구하며 같이 시간 보내주세요~~
수업과 종례를 마치고, 각종 준비물을 챙겨 부리나케 가사실로 향한다. 정신없는 월요일이지만, 다들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고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인다.
"자, 회원님들 이제 조 추첨 하겠습니다. 수육을 맡을 제조 상궁과 부제조 상궁, 막국수를 맡은 대령 상궁과 부대령 상궁이 메인이구요. 겉절이 상궁 1,2도 있습니다. 나인 상궁은 맘 편하게 다니면서 각 상궁들께서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는 깍두기입니다. 특히 나인 상궁 2는 '기미 상궁'으로 다니면서 간 보시는 역할입니다."
"우와, 이거 은근 긴장되는데요."
"그러게요. 떨리네요. 흐흐..."
"나는 뽑기 잘 못하는데, 가위 바위 보 하면 안 돼요?"
"여러분, 다른 의견 내지 말고 오늘은 영양 샘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세요."
"네에..."
"우와아앗!!! 내가 기미상궁!!!"
기미 상궁을 뽑은 신 선생님은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마냥 즐거움에 소리를 질렀다. 축하와 부러운 마음을 전하고 활동리더인 영양 샘의 지시 하에 각자의 위치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막상 요리가 시작되니 추첨한 상궁 역할과 상관없이 서로 돌아다니면서 맛 보고 서로서로 필요한 손이 되어주었다. 누가 교사 아니랄까봐 틈틈이 설거지와 정리정돈까지 말끔하게 하면서 요리가 완성되었다. 테이블에 둘러 앉아 수육과 막국수, 겉절이, 부침개를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는 감탄을 내뿜었다. 맛있게 먹으면서 모처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다.
"박 부장님, 3학년부 사건 터진 건 잘 해결 되었나요?"
"진행 중이요. 담임 샘들이 애들이랑 학부모 상담했구요. 이제 학교생활교육위원회 열릴 거에요."
"아이고, 학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애들이 사고를 쳤네요."
"그 애들끼리 작년부터 일이 있었던 거고, 안 그래도 기미가 보여서 학년 협의 때 회의하면서 신경쓰고 있었는데... 뭐, 어쩌겠어요..."
"부장님, 고생 많으셨네요. 주말에도 학부모님이랑 담임 샘들이랑 통화하고 일 수습하느라 쉬지도 못했다고 들었어요."
"일 터지면 할 수 없죠 뭐. 그런 일처리 하는 게 학년 부장이니까요."
"그래도 부장님 같은 분이 3학년 부장님이시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에이, 뭘요. 이렇게 샘들이랑 만나서 요리하고 같이 먹으니까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매일 정신없는 학교에서 이렇게 모여서 즐겁게 요리를 하고, 맛있게 먹는 순간 자체가 힐링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함께 무엇을 하든 기쁘고 힘이 된다. 뒤늦은 퇴근 후 카톡방이 훈훈한 인사로 또 분주해졌다.
- (회장님) 너무 기분 좋은 모임에! 모두 함께 해주셔서 간만에 힐링!! 한달간은 잘 버티자구요~ 담달엔 더욱 멋진 향기가 기다립니다^^
- 잘 챙겨주셔서 넘넘 감사해용!!
- 우왓, 계획 세우시고 준비하시느라 영양 샘, 고생많으셨습니다! 다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배도부르고~ 룰 루 랄 라~~^^
-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수다가 젤 맘에들어요.
- 잘들 들어가셨나요? 덕분에 넘 즐겁고 배부른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을 위해 전부터 준비하고 고생한 영양샘, 넘 수고 많으셨어요!! 글구 아까 깜빡하고 말씀 못드렸는데, 부침개 반죽까지 만들어오신 울 회장님도 넘 애쓰셨습니다. 맛있고 상큼한 과일 3종 세트 준비해 주신 박 부장님도 감사하구요~ 여러가지 준비물 선뜻 챙겨오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 정말정말 여러분들이 계셔서 힘이 납니다~♥ 좋은밤 되세요!!!
- 영양샘 포함 모든 샘들~ 넘 행복한 시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모임이 벌써 기대되네요.. 모두들 편히 쉬세요~♡♡♡
-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 서로 더 열심히 하려하는 우리 회원님들, 사랑해요♡
- (영양 샘) 훌륭한 여러 샘들과 올해 동아리 하게 되어 넘나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넘 맛있고 배부르게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 (영양 샘)그럼, 이 분위기를 이어 정산타임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은행 아래 계좌로 입금 부탁드립니당~~
- 깔끔한 정산까지~~ 영양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