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1)

수능 감독을 하며, 첫 번째 이야기

by 은향

대국민적 관심사 수능이 끝났다. 학생이나 학부모들만큼이나 수능 시험장이 설치된 시험 본부와 수능감독관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하며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나 또한 이번에 3년 만에 수능 감독을 하면서 내심 긴장되었다. 허리도 아프고 이석증도 있어서 감독을 안 하고 싶었으나 우리 학교는 까다롭게 진단서를 제출해야 감독에서 빼 준다고 했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피곤하여 그냥 감독을 하기로 했다. 대신 복도감독으로. 허나, 6명의 복도 감독이 필요한데 경력이 아닌 연령 우선으로 하다보니 내가 복도 감독에서 밀려났다. 이럴수가,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DK는 나보다 4살이나 어리고 경력도 짧은데, 4년째 복도감독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 학교가 교사들의 연령층이 높아서 그런 걸 내가 어쩔 수 있나.


그 다음 선택지는 유증상자가 시험을 보는 분리시험실 감독. 코로나 확진자는 아니지만, 두 번의 발열 체크 후 37.5도 이상인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곳이다. 유증상자가 코로나일 가능성이 높아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지난 8월에 코로나에 걸렸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분리시험실 감독을 신청했다. 코로나 위험성은 높지만, 아무래도 수험생이 적으니 감독관이 신경쓸 부분이 덜할 것 같아서.

다행히 여기에서는 안 밀렸고, 수능 며칠 전에 분리시험실 감독관 사전 연수를 별도로 받았다. 일반시험실과 달리 분리시험실 감독관은 미리 확정되어서 사전 연수 날 우리끼리 협의해서 감독 시간표도 짰다. 나는 1교시가 휴식, 2~4교시 3시간 감독. 일반 고사실 감독과 다름없이 3교시나 감독해야 해서 빡센 일정이다. 혹여 운이 좋아 고열자가 없으면, 분리 시험실 수험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에 작은 기대를 품었다. 수능날 고열자가 안 생기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수능 당일,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7시 정도에 학교에 도착했다. 서무 요원 종사자들은 새벽 5시까지 나왔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나은 편이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수험생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1층 감독관 연수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밖에서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 발열체크 중에 기준 온도보다 높은 사람이 지나갈 때 나는 소리였다. 이런, 분리 시험실에 수험생이 없기는 글렀군. 분리시험실 감독관들끼리 아쉬운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저었다.


수능 감독관은 수능 전날에 두 시간에 걸쳐 감독관 연수를 받고, 수능 당일 아침에도 삼십 분 가량 주요 사항을 중심으로 감독관 연수를 또 받는다. 오랜 만의 감독이라 연수를 얼마나 열심히 들었는지 모른다. 연수 책자의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고, 요약본 자료에 주요 전달사항과 핵심 내용을 별도로 메모까지 해 가면서 완전히 수험생 모드로 내용을 파악하고 정리했다.


수능 시험에서 1교시만 별탈 없이 지나가면 수능 50%는 잘 끝난 거라고 말할 정도로 1교시 감독은 매우 중요하다. 휴대 가능 물품과 반입 금지 물품에 대한 고지, 휴대폰을 비롯한 반입 금지 물품 회수, 4교시 한국사 시험에 반드시 응시해야 수능 성적표가 제공된다는 고지, 기타 수험생 유의사항 전달, 수험생 본인 확인 등. 1교시 감독관은 전달사항도, 해야 할 일도 많다보니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 1교시 시험 시간은 본령 8시 40분부터 10시 종료령까지 80분이지만, 30분 전인 8시 10분에 입실해서 감독관은 꼬박 120분을 서 있어야 한다. 본령이 울리고 시험이 시작되면 부감독과 교대로 뒤에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답안지 확인 및 기타 상황에 대응하다보면 사실상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


아침 연수를 마치고, 2층 분리 시험실 본부로 올라왔다. 잠시 후 분리시험실 책임 요원인 엄 부장님이 안타깝게도 유증상자가 1명 있어서 분리시험실 감독을 해야한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그래도 나는 1교시가 없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아침으로 받은 김밥을 느긋하게 먹고, 양치를 하기 위해 나갔다. 교무실에 칫솔을 가지러 계단을 막 올라가려는 찰나 엄 부장님이 급하게 나를 불러세웠다.


"선생님, 지금 1교시에 샘이 예비 고사실에 좀 들어가야 한다네요."

"네? 제가요?"

갑작스럽게 1교시 감독이라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1교시 감독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이가 기침을 한다고 해서 예비고사실로 옮겼대요. 예비 감독관 올 때까지만 감독하면 돼요."

엄 부장님은 아주 가볍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예비 감독관이 오는 거죠? 저는 그때까지만 있으면 돼죠? 저 아직 양치도 못했는데... 그럼, 지금 어디로 가면 돼요? 본부에 시험지 챙겨가야 하나요?"

연달아 질문을 내뱉으며, 본부가 어디였는지도 헷갈려 갈팡질팡하고 있는 내 모습에 엄 부장님이 걱정되었는지 내 팔을 잡고 같이 본부로 안내해 주었다.

(수능 감독을 하며, 두번째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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