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외면하다보니 엄마의 계정이 휴면상태가 되었다
제주에 와서 살기 시작한지 일년이 다되어간다.
그동안은 상처를 마주하기에 충분한 힘이 없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마음이 아파서 외면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문득 엄마 블로그를 들어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남겨줬던 아이디를 쳐보았다.
그런데 왠걸...이년째 들어가지 않아 휴면계정이라고 뜨는게 아닌가.
순간 눈앞이 새햐얘지면서 그럼 엄마가 그간 남긴 글들이나 내게 남긴 감사일기 등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심장이 철렁했다.
부랴부랴 네이버에 문의도 넣어보고, 지식인도 찾아보았지만 본인이 아닌 사람이 '남'의 계정을 휴면해제하기에는 어렵다는 답변이 많아 보였다.
불행중 다행인지 엄마가 전체공개로 올려놓은 글들이 이백여개 정도 남아있었고, 그거라도 캡쳐해서 영구저장하려 하는 중...
나는 요즘 흘러가는 날들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이년반, 여전히 엄마의 죽음을 채 소화하지 못했고 아직 애도를 시작하지 못했는지도 모르지만, 제주에서의 나날들이 너무 행복해서, 만나는 사람들과 방문한 장소들과...자연과 사랑으로 꽉찬 하루하루가 벅차서 이제는 기록을 시작해야지 하던 차였다.
엄마의 블로그 아카이빙을 시작하면서 느낀점도 같다.
엄마가 내게 준 삶에, 엄마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삶을 나도 하루하루 만끽하며 기록하는 것.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없으며
내게 남은 가족은 없지만 나는 그래서 매일을 기적같이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느꼈지만,
상처와 애도를 마주하지 않는다면 회복과 치유는 딱 미룬 그만큼 더뎌지는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엄마의 블로그를 아카이빙하며
엄마가 하루하루 남긴 기록을 통해 그녀가 살았던 순간들을 시간차를 두고 느껴보고 내 하루를 더 아름답게 가꿀 것이다.
엄마가 들었던 노래, 보았던 영화, 읽었던 책이 또한 무수히 많으니 나는 얼마나 복된 삶인가.
남은 삶동안 그녀가 향유했던 예술로 그녀를 느낄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