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추억하며 혼자 살아갈 시간이
나는 조승우를 좋아한다.
글을 시작하기에 꽤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이다. 나는 벌써 13년째 조승우의 팬이다.
그가 요즘 나오는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서 맡은 역할인 주인공 신성한은 천재 피아니스트 출신 괴짜 변호사로, 어떤 이유에선지 부모님도 안 계시고 동생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혼자인 채로 등장한다.
극중에서 가족이 모두 잠들어 있는 묘원에 찾아가 일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며 가족 회의라도 하는듯
"자 자 모두 주목!" 이라 외치는 신성한.
그리고 이내 배경음악으로 베토벤 월광이 깔리고 그는 읊조린다.
"다들 정말 너무한다. 100세 시대라는데 혼자 살아갈 인생이 너무 아득하다"고.
좋아하는 배우, 나와 비슷한 극중 인물의 처지
그리고 베토벤 월광
엄마가 죽기 직전까지, 그리고 사후에 귀가 열려있을때까지 듣고 싶을만큼 좋다며
심지어 아프기도 전에 블로그에 그리 기록해두었던 곡
그걸 기억해내 엄마의 임종을 지키던 하루종일 엄마의 의식은 희미했지만 머리맡에 내내 월광을 틀어놓았다. 얼마나 오래 틀어놓았던지, 엄마가 돌아가신 날 친구네 집에서 잠들기 전까지 귓가에 멜로디가 울렸다.
괜찮은 듯 안 괜찮고 안 괜찮은 듯 괜찮은 듯 살아내고 그냥 하루하루 보내다가도
이렇게 모처럼 하루종일 비어있는 주말의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서 생각한다.
남은 시간이 정말 아득하다
나 혼자 엄마 아빠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추억할 시간이 너무 길다. 벌써 길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는데, 나는 드디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겠네라고 생각하면 살다가 있을 어떠한 죽음의 그림자도 초연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찌 됐든, 어쨌든 간에
남은 시간은 아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주변에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고
그는 유능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화내고 울어줄 수 있는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리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