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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계획을 수정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로

by 코지

지난번 글에서 나는 고민 끝에 좋아하는 일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잠시 뒤로 접어둔 채 직장생활을 하며 시드 머니를 모으는데 집중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계획이 무색하리 만큼 이직은 쉽지 않았다. 3번의 면접 끝에 '불합격'이라는 단어를 전달받아야만 했다. 연봉을 높여 이직에 성공한 후 돈을 열심히 모으겠다는 나의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전이라면 불합격이라는 단어에 상처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합격을 하더라도 나 또한 잘 해낼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부족해서 떨어졌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았다. 그저 나와 회사의 fit이 안 맞는다고 느꼈을 뿐. 이직을 하더라도 꿈을 포기하고 영혼 없이 다니는 나 자신이 떠올랐다. 웃음기 사라진 채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모습도. 내가 면접을 봤던 회사들은 그 생각을 알아차린 걸까. 다행히도(?) 나에게 불합격을 안겨주었다. 반 타의적으로 나는 다시 길을 모색해야 했다. 또다시 스스로 꼬리에 꼬리를 묻는 질문들을 이어갔다.


지금 내가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까, 아님 제과제빵 학원을 등록해야 할까? 나의 콘텐츠들을 키워 수익화에 힘써야 할까? 등등. 생계가 걸린 일이기에 두뇌를 풀가동하던 그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빵 가게에서 직원을 구하는 공고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직원이었다. 동네에서 유명한 빵가게이기에 맛은 보장되어 있었고, 나도 자주 가는 단골 매장이었다. 그곳에서 단일 메뉴 전문으로 매장을 운영 중인데, 내가 빵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메뉴 개발과 매장을 운영 관리 하는 업무였다. 현재 근무하고 계신 매니저님과 함께.


나는 빵을 만드는 베이커의 업무보다는 F&B의 전반적인 업무를 알고 싶었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채용 공고가 올라온 지 1시간도 되지 않던 때였다. 게다가 나는 F&B업무 경력이 거의 없기에 누군가 알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바로 면접 일정이 잡혔고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결국 입 아프게 말하던 '하고 싶던 일'로 직무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그토록 바라던 하루 종일 '빵'냄새를 맡는 일을 하게 되었다.


면접 당시 사장님께서는 나를 찬찬히 보시더니 매장과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 내가 그간 F&B꿈을 키우기 위해 했던 프로젝트들을 인정해 주시며, 매장 발전에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1시간씩 면접을 봐도 불합격이라는 문자가 오더니, 이번에는 짧은 면접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 그것도 내가 원하던 일로!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매장에서 일할 생각에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다시금 나 자신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연봉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지만, 지금 나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연봉보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었다. 돈을 좇다 보니 일이 오히려 안 됐던 것이다.


답을 찾지 못할 때에는 '포기'를 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다 놓아버리는 순간 오히려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마치 물속에 빠졌을 때 온몸에 힘을 빼면 물 위로 뜰 수 있듯이, 복잡한 것들을 내려놓으니 내 길이 명확하게 보였다. 그리고 나의 그런 간절함이 그 기회를 알아본 것 같다.

사무직 면접을 보러 가는 나의 발걸음과 확연히 차이나는 나의 모습에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나의 욕망을 억누르려 한 나 자신에게 미안함마저 들었다.


그토록 노래를 부르던 일에 발을 담그게 되었으니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지. 물론 막상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나의 기대와 다를 수도 있고 좋아하는 마음이 식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해봐야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해보다 맞지 않으면 그때 가서 다시 또 계획을 수정하고 다른 길을 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선택한 이 길은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기에. 지금까지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꾸역꾸역 버텨 왔으니 그와는 반대되는 현재에 집중하며 삶을 살아가보려고 한다. 다시 계획을 수정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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