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 후퇴 작전
나는 지난 몇 년간 자아성찰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좋아하는 일이 코앞에 있어도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사장이 되는 것.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창업을 하고 싶어 지원사업에도 도전을 했지만 준비가 미흡했는지 탈락이었다.
시간은 점점 흐르는데 나의 일은 멈춰있었다. 도무지 무얼 시작해야 될지 혼란스러웠다. 하고 싶은 일 쪽으로 급여를 삭감해서라도 해보자 하며 F&B 회사에 지원도 해봤다. 하지만 30곳 중 한 곳도 서류가 통과되지 않았다. 아마도 좋아하는 마음 대비 경력이 부족해서 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야 했다. 물론 나는 마케팅 일 또한 좋아한다. 단지 지금까지의 회사 생활이 나와 맞지 않을 뿐. 그렇게 마케터로 다시 입사를 지원했다. 다시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나는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매던 여행을 끝마친 사람처럼 아쉬움만 남긴 채 더 이상 설레지 않았다. 그러곤 면접을 보는데 현실을 직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약 5년 만에 면접을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면접이어서 인지 떨림이 밀려왔다. 사전에 매장도 답사를 하고 나름 면접준비를 촘촘하게 준비해 갔다고 생각했으나 압박 면접이 시작되자 중심을 잃어버렸다. 말하면서도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면접자 분께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나 오랜만에 말을 해서 엉킨 탓을. 더 많은 면접을 보는 수밖에
두 번째 면접은 처음 보단 한결 수월하게 진행됐다. 흐름도 매끄러웠고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회사와의 핏이 잘 맞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회사에서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고. 세 번째 면접은 이제 떨리지도 않았다. 가장 편안하게 본 것 같다. 역시 경험이 답인 것 같다. 세 번의 면접 만에 면접스킬이 확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매주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직준비를 위해 서류를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더 힘이 들었다. 마음 한편에 하고 싶은 일을 접어둔 채 면접을 봐야 한다는 현실이 내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으니 순서를 잠시 바꾸자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만약 내가 다시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면, 주말은 무조건 빵지순례를 떠날 것이며, 제과제빵 기능사도 취득하고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위해 시드머니를 모으겠다고. 지금은 나의 길을 가기 위한 1보 후퇴 작전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달래졌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것이 생겨 어린아이처럼 설레어 보기도 하고, 의욕이 넘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좌절되자 마치 사고 싶은 장난감을 사지 못해 시무룩해진 것처럼 살아있는 듯한 감정이 사그라들기도 했다.
평생 시도 조차 못하는 것이 아닌 잠시 순서를 바꾸는 것이니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며, 느리더라도 다시금 준비를 해봐야겠다. 합격이 된다면 회사 일을 병행하며.
어쩌면 이 방법이 좋아하는 것을 정말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