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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기분

다시 기분 째지는 날을 기다리며

by 코지 Mar 21. 2025


어느새부터인가 나의 기분은 그저 그런 기분인 상태이다. 예전에는 꽤 좋은 기분과 텐션을 유지하며 살았는데, 집안 사정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와 빚을 감당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마음은 가라앉은 그 상태를 유지했다. 힘든 와중에 좋은 일도 꽤나 있었지만 쉽게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에 가장 기분이 좋았을 때가 포르투갈 여행에서였다. 


포르투갈 여행은 약간의 도피성으로 떠난 여행이었는데, 잠시라도 지금의 걱정과 해결해야 될 것들을 잊고, 예전의 밝은 내 모습을 찾고 싶어서였다. 그 목표는 다행히도 초과 달성을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실에서는 다시 그저 그런 기분이 내 마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기분은 약간의 우울증과 부정적인 면과도 관련이 있는데, 내가 이렇게 변하게 된 건 약 10년 전의 일 때문이다. 집안에 갑작스럽게 금전적인 문제가 생겼고, 얼떨결에 내가 그 부분을 떠안게 되었다. 그 후로 나의 자유는 모두 반납한 채 일만 하며 살아가야 했다. 내가 가장 억울했던 부분은 내가 한 행동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 했다는 것이다. 그게 제아무리 가족일지라도. 지금이라면 절대 내가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로 인해 내가 잃어야 했던 것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나는 돈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나의 시간과 자유를 함께 잃어버렸다. 내가 모은 돈들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던 선택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여행 같은, 혹은 내가 하고 싶었던 사업의 시드머니 혹은 이직 기간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던 여유자금,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취방 등)이 모두 사라지게 만든 것이었다. 이 사실은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내 기분을 더욱 가라앉게 만들었다. 하긴 어쩌면 기분부전증이 온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늘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니 누군가의 말에도 쉽게 상처를 받았다. 예전이면 신경도 안 썼을 말들이 대문자로 마음에 박혀버렸다. 돈보다도 나는 영혼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거울을 바라봤는데, 생기 있던 나의 모습은 사라진채 걱정 근심이 가득한 내 얼굴만 남아있었다. 이데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당장의 상황은 바뀌지 않지만 나 자신이라도 조금씩 바꾸지 않으면 정말 밑바닥을 찍을 것 같았다. 긍정적으로 변할 습관이 필요했다.


나는 자기 계발 영상 중에서 성공한 사람이 말했던 작은 습관을 하나 따라 하기로 했다. 그 일은 바로 60초 동안 거울을 보며 웃는 것이었다. 그냥 웃으면 눈가에 주름이 생긴다길래 눈을 브이자 손으로 살짝 잡아주고 입꼬리를 올렸다. 60초를 웃고 있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상당히 어색했다. 가만히 웃고만 있는 게 더 힘들어서 일종의 확언 같은 것을 말하기로 했다. 긍정 확언이랄까? 예를 들면 이러한 말들이다. 


나는 2025년 내가 원하는 일로 돈을 벌었다. 나는 2025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2025년 일과 사랑 모두 성공했다.

여기서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이미 됐다고 말을 해야 뇌가 그렇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미친 사람 같아 보일 것 같아 아침에 세수를 하고 화장실에서 혼자 다짐을 했다. 나의 작은 이 행동은 내 기분을 조금은 더 좋게 만들어줬고,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를 정도로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가 조금씩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기분부전증은 우울증, 번아웃과 함께 찾아왔던 것 같다. 

번아웃과 우울증은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은데 기분부전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하루 내 기분이 나아지는 행동들을 하다 보면 예전처럼 온전히 기쁨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앞으로는 마음의 벽을 뚫는 기분 째지는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긍정 확언대로 올해 바라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나와 같이 그저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면, 작게나마 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것들을 작은 것들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내 기분은 누구도 대신해서 챙겨줄 수 없이 나만이 챙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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