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직원 복지
내가 일하던 곳의 복지는 열악한 편이다. 연차가 있어도 주말에는 사용할 수 없고, (일주일 중 토, 일 주말 모두 근무를 하는데 말이다.) 점심시간과 휴식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있는 복지라면 명절에 소정의 떡값과 빵을 할인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 정도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복지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먹을 것을 나눠 먹는 것이다. 평소에 집에서 쪼물쪼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여행을 다녀오면 그곳의 맛집에서 음식을 사 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일본 다카마쓰 지역을 다녀왔는데, 그곳은 수타 우동이 유명했다. 점심시간에 함께 나눠먹을 생각으로 '생면 우동 키트'를 여러 개 사 왔다. 사누끼 우동, 카레우동 등을 사서 번역기를 돌려가며 우동을 만들고 다 함께 맛봤다. 추위에 발가락이 시린 날씨에 뜨끈한 우동 국물과 탱글한 면발은 우리의 피곤함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다른 동료는 설악산에 다녀왔다며 '송이 과자'와 '북어채'를 사 와 북엇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또 다른 동료는 남편이 대만 출장을 다녀왔다며 '펑리수'와 '누각 크래커'를 가져오기도 하고, 또 다른 동료는 목포에서 유명한 빵맛집에 들러 '새우 바게트'를 사 오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매니저님이 군산을 다녀왔다며 '종이'어묵이라는 것을 사 왔다. A4용지처럼 얇은 어묵이었는데, 이것을 내가 가져간 쌀떡과 함께 떡볶이를 해 먹고, 남은 어묵들은 올리브유를 휘휘 둘러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었다. 종이어묵을 굽자 새우칩처럼 감칠맛 나는 안주거리가 되었다. 이것을 밀러소스에 찍어먹으니 저절로 맥주가 댕겼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쉬는 날 다녀온 여행지에서 특산물들을 사 와 나눠먹으며 더 맛있게 먹을 방법들을 연구하며 여행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함께 간 것은 아니지만 마치 함께 여행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꼭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우리만의 은연중에 생긴 룰. 여행을 간다면 나눠먹을 먹거리를 사 올 것! 이것이 우리가 만든 자체 복지이자 일하는 또 한 편의 즐거움이다.
다음은 또 누가 어디에서 무얼 사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