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을 위해
아무 계획 없이 퇴사를 했다. 미래에 대해 계획은 없었지만 잠시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쉬는 것이 더 불편했다. 백수인 상태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분명 또다시 일을 하게 될 나란 걸 알지만, 사람이라는 게 뭔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딱 한 달만 제대로 쉬기로 했다. 그리고 충분히 쉬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나갈 생각이었다. 그게 일이던 취미던.
2주는 두 다리 뻗고 편히 쉬었다. 하지만 또다시 불안감이 슬슬 차올랐다. '이러다 영영 백수 되는 거 아닐까? 좀 더 참았어야 됐나?'등등 마음에서 잡음들이 들려왔다. 다행인 건 시간적 여유가 상당했으므로 남자친구와 여행을 가고, 주말에도 데이트를 했다. 결혼식 관련 업체 미팅들도 맘 편히 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관계에도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로 보람을 느끼고, 그로 인해 얻은 급여로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해야 행복해지는 사람인데 어딘가 이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또다시 세상사람들은 바쁜데, 나 혼자만 여유로워서 그러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의 고질병이다. 그래서 난 또다시 슬슬 일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로 일을 할 생각은 없었고, 빵을 만드는 클래스를 배울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돈을 내고 배워야 하고 한가롭게 배우기만 할 여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회사는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에 일을 한다면 빵을 만드는 것을 배우며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싶었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주말에 하루 정도는 쉴 수 있는 스케줄이라면 힘들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슬슬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나의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집 앞 작은 베이커리 카페인데 사장님의 출산 휴가로 가게를 3개월 정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빵을 만드는 방법도 교육할 것이고, 초보자도 시작할 수 있다고.
'지금 나에게 딱인 곳이다!' 싶었다. F도 주말에 하루 쉴 수 있고, 걸어서 출근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던 빵을 만드는 일을 해볼 수 있으니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빨리 이력서를 제출해 보라고. 하지만 신난 내 마음과 달리 다음 날 지원 공고가 마감이 되었다. '공고가 하루만 뜬다고? 경쟁자가 이렇게나 많았나? 고민하지 말고 바로 지원서를 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인연이 아닌가 보다고 포기할 때, 또다시 그곳에서 지원공고가 떴다. 그리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늘 그렇듯 면접 가는 길은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 설렘과 긴장감 그 어딘가에서 가슴이 요동을 친다. 그곳은 규모는 작은 곳이었지만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했고, 사장님은 나에게 커피를 한 잔 주시며 면접이 진행되었다. 약 30분 정도의 면접 끝에 나는 그곳의 직원이 되었다. 물론 약 3개월 동안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일하는 조건이지만 이제는 빵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첫걸음.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다시 움직이려 한다. 아직은 어딘지 모를 내 꿈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