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는 거미줄을 쏘고, 천장에 붙어 다닌다. 투명하게 변해 악당에게 몸을 숨길 수 있고(…), 전기를 쏠 수도 있지만(…?), 그렇다… 그는 뉴욕의 마천루를 휘젓고 다니는 스파이더맨이다.
가족은 그들의 아들이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을 모른다. 마일스는 악당들과 싸우느라 자꾸만 가족 약속에 지각하게 되지만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다. 부모님은 이해를 해보면서도 점점 섭섭해한다.
아빠의 승진 전 축하 파티 날, 마일스는 그의 숙적(?)과 싸우고 케이크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또 마주치는 악당들을 모른 채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파티에 늦게 되고, 그동안의 불만들을 주고받다 부모님께 섭섭한 말을 해버린다. 아빠로부터 내려진 두 달의 외출 금지.
필자의 사춘기(?) 시절 여동생처럼 음악을 들으며 화를 풀고 있던 그에게 다른 세계에서 스파이더우먼이 차원의 문(…)을 열고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스파이더-그웬. 조직으로부터 받은 이 세계 방문 목적이 따로 있었지만, 상사 몰래 마일스를 보러 왔다.
그렇다… 이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또 다른 세계의 신참 스파이더맨은 그들에게 사랑이 시작됨을 바로 알아차리고, (악당과 싸우는) 지금 상황에 집중이 되긴 되냐고 묻는다.
그웬에게 들은 거미 인간들이 모인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일스. 그러나 그웬이, 남은 자리도 본인에겐 힘도 없다고 하면서 둘의 대화가 힘들어지려던 찰나에 마일스의 부모님이 등장한다. 인사 후 그웬은 아쉬움 가득하게 떠나고, 마일즈가 힘들어 하자 아빠가 자리를 피해 주면서, 엄마와 마일스만 남게 된다.
‘불쑥 커버리니 섭섭할 때가 있다’며 진솔한 심정을 먼저 전하는 엄마. 마일스는 고심 끝에도 그저 ‘오늘 늦어서 미안하다’며, 본인이 스파이더맨이란 극 중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그녀는 실망하지만 이내 ‘가도 된다’고 한다. 마일스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우리는 이 아이를 오래 돌보고 사랑했으나, 세상은 우리처럼 다정하지 않다는 게 걱정된다’며, ‘엄마 대신 본인을 잘 돌보아 주고, 사랑받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으며, 뭘 하려는지 몰라도 그저, 길을 잃지 말라’고 말해준다.
아들은 웬일인지 순순히 그러겠다 한다. 은근히 스페인어 연습을 강요(?)하던 엄마에게 "Bendición, mami?"라며 볼키스도 해준다. bendición는 찾아보니 축복이란 뜻인데 내가 스페인어를 몰라서 자막이 틀린 건지, 명사형이 쓰이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도 마일스와 엄마가 웃었는지 모르니 넘어가 본다…
잠깐 장난 섞인 대화 후 떠나는 마일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엄마. 엄마를 돌아본 후 황급히 그웬을 뒤따르는 마일스.
그녀는 마일스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아들이 숨기는 걸 말하지 않았음도 눈치챘지만, 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보내준다.
어쩌면 여기에 모성애가 힘든 이유가 있다. “또 에리히 프롬”이지만… 그에 따르면 엄마와 자녀의 분리 과정은 아마도 사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자녀와의 분리 과정에 대한 힘듦이 해소되지 않은 게, 마일스 가족의 갈등이 시작되고 지속된 원인이었을지 모른다.
자라나는 어린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곧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은 아마도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사랑의 형태일 것이며… (중략)
사랑하는 어머니인가 아닌가를 가려내는 시금석은 분리를 견디어낼 수 있는가, 분리된 다음에도 계속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중에서
한때 가장 사랑하던 대상이, 한때 정말 하나였던 대상이 자라나면서 점차 분리되어 갈 때의 심정을 내가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사랑하는 대상과 헤어질 때를 생각하면 짐작해 볼 수는 있겠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내가 어려워하는 상황과 감정이기도 하다.
한편, 그웬도 아빠와의 갈등을 겪는다. 이 영화에선 수많은 세계의 거미 인간들이 각자의 세계에서 공통적인 사건들을 겪는다. 경찰인 아빠에게 스파이더우먼인걸 들킨 날 그녀의 세계에서 나오게 된 그웬은, 많은 일을 겪은 후 본인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고, 그동안 살이 빠진 아빠와 화해한다.
그웬의 아빠는 딸의 친구를 죽인(사실은 오해였지만) 스파이더우먼을 잡기보다, 차라리 경찰 일을 그만둔다. 서장으로 진급도 앞두고 있었지만 ‘이젠 다 의미 없다’며 딸을 보면서 ‘넌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You're the best thing I've ever done.")’라고 말하고, 그웬은 거미줄을 쏴서 격하게 아빠를 안는다. 아까부터 조금씩 밝아지던 배경은 그 순간 더 밝아진다.
그웬의 아빠도 딸을 보내준다. 그도 딸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너희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누구에게 전달받은 선물 하나를 건넨다. 그리고 딸이 떠나자 바닥에 떨어진 짐들을 발로 치우며 던진 한마디.
Parenting stuff, is big-ass mystery.
(부모 노릇은, @%# 미스터리라니까.)
사랑의 신비함을 지금 모두 이해할 순 없겠지만, 분리되는 과정을 극복하고 사랑해 낸 사람은, 알 수 없는 사랑의 힘과 상대로부터 생각지 못한, 의도치도 않은 보답을 받게 될 때도 있다. 그건 사랑 아닐까.
주일에 미사를 드리고 사람들과 만났다가도 헤어지기 아쉬운 때도 있는 필자. 임시적인 감정들은 흘러가고, 순간들을 넘어가면 또 어떻게 살아지더라. 덕분에 잘 지내고 있는 나의 모습도 불쑥 발견하게 된다.
분리는 쉽지 않지만, 그것이 사랑이라니 연습은 해본다. 어쩌면 우리 집 고양이도 날 일터로 매번 보내주는 셈 아닌가? 그러면 너도… 사랑이니??(…) 고양이 : 뭐래 퇴근하면 와서 낚싯대나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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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