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의 나는 잘 지내고 있을까
바람처럼 살았던 젊은 시절을 지나, 스스로 고삐에 매여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주기로 결심한 마흔의 때를 지나, 지금의 너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막 대학에 입학했던 스무살 무렵엔 십년쯤 지나면 내 삶의 방향이 꽤나 분명해질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막상 서른이 되고도, 마흔이 되고도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떠다녀야 했던 현실 속에서 너무나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어. 쉰이 된 너는 어때?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니? 적어도 밥벌이에서만큼은 그런 고민을 덜었으면 좋겠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있을 아이들은 어떠니? 혼인을 하며 둥지를 틀었던 한몸살이 안에서, 이 정신에 따라 아이들을 키우자고 함께 마음 모았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을 것 같아. 다 큰 어른이 된 후 애를 써서 한몸살이에 어우러진 우리와 달리, 그들은 날 때부터 한몸살이를 몸으로 배워왔으니, 그 뜻이 무엇인지 우리보다 더 잘 알꺼야. 이들은 한몸살이 안에서 알아서 자기 길을 만들어갈테니, 그저 이러다 세상에 뒤쳐지면 어떡하나 하는 우리의 욕심이 이들의 앞길을 방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아마 그때쯤이면 사람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일터에서 노동하고 있을테니, 쉬는 날에는 일 걱정일랑 모두 내려놓고 아이들 손을 붙잡고 여기저기 다녔으면 좋겠어. 어흥! 하며 아이들 뒤꽁무니를 열심히 따라다니다, 어디 너른 풀밭이라도 발견하면 돗자리를 펴놓고, 네가 그렇게 잘하는 파스타에 당근김밥을 딱! 하고 펼쳐놓고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함께 이 길을 걸어온 옆지기와 소소하고도 행복한 일상을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토종씨앗으로 텃밭 가꾸기를 좋아하고, 흙으로 도자기를 빚길 좋아하며, 상담으로 아이들을 돕는 걸 좋아하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가 만들어갈 걸음을 응원해주고, 지난날 생명을 낳고 기르는 여정가운데 당신의 어깨에 너무 많은 살림의 무게를 지워서 미안했다고, 수고했다고 어깨를 가만히 쓸어줄 줄 아는 네가 되었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늘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길을 용기있게 열어왔던 네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 너의 방황을 켜봐주고, 네 곁에서 힘이 되어준 한몸살이 이웃들에게 진실하게 고마움을 전하되, 누구의 탓도 하지말고,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에 기대지도 말고, 네게 맡겨진 길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혼자서 잘 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