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 되는 길
바람처럼 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떠밀리듯이 가는 그런 길 말고, 내 마음의 소리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 우직하게 걷고 싶었다. 비록 남들처럼 곳간이 쌓여가는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걷는 걸음 속에 의미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라며 위로를 얻기도 했다.
살다보니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겼다.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걸음이 무척이나 행복했지만, 값없이 주어지는 행복은 결코 없었다. 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비로소 많은 이들이 떠밀리듯 갔던 그 걸음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전, 고향집에서 어머니의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빨간 스웨터에 가죽재킷, 검정 나팔바지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해변가에서 짐짓 세련된 포즈를 취하고 있던 사진 속의 젊은 여인이 칠순이 다 되도록 분식집 주방에서 떠나지 못한 채 떡볶이를 만들고 있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과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왔노라 했지만, 사실 철저하게 나를 위해 살아왔던 내가, 여태 바람처럼 살아왔던 내가, 이제 고삐를 매려한다. 한 때 자유로운 삶을 꿈꿔왔던 사진 속 나팔바지 여인이 제 품에 안은 두 아들을 위해 기꺼이 식당노동자로 살게 되었던 것처럼, 나 또한 내 품에 있는 두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는 노동자 중의 하나로 살겠노라 다짐해본다.
사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었지만, 애써 이를 모른척 해왔던 나의 어리숙함을 돌아보며, 사실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생각했지만,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기꺼이 나를 밀어넣는 이 여정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글로담아내고 싶다. 이제 가족들의 아침 밥을 차려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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