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세상 소풍을 끝내는 날이 내일이라면

by 고종구

그간 숱한 이웃들의 죽음을 지켜보았지만, 이번이 내차례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오는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덴 순서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이 진지한 순간에도 이 문장이 먼저 떠오르는 걸 보니, 참 철없이도 살았다 싶다.


이 곳에서 지내는 동안 여전히 버리지 못한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나의 서툰 성정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이들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내게 며칠이라도 말미가 더 있다면, 당신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죄라도 할텐데, 그러지 못함이 못내 미안할 따름이다.


그들을 보내고나니 내 곁에 남아있는 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동안 참 핑계가 많았다. 돌보느라 그랬다고, 돈을 버느라 그랬다고, 하다못해 사느라 그랬다고, 왜 이리 핑계가 많았는지. 지금이라도 내 앞에 있는 이들의 눈을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모아 바라본다. 그리고 입을 열 힘이 남아있다면, 고맙다, 사랑한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두 눈을 감기 전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내 곁에 찾아온 두 아이(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들이 내가 없이도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을 구원할 힘은 없었지만 우리의 의지로 맞이한 너희들만큼은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는데… 이것마저도 지나친 욕심일까.


해가 갈수록 지구가 아프고, 그만큼 삶도 참 고달프다 하더라. 이런 세상에 너희를 초대하는 걸 오랫동안 망설였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어떠니? 그래도 살만하더라 라는 고백이 너희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 꽤나 고달픈 길을 걸어왔던 난, 그래도 너희가 있어서 무척 행복했거든.


미안하다.

못난 나를 용서하렴.

그럼에도 고마웠다.

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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