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면 다냐_1

간호사가 만나는 '효자'들_1

by KokoA

간호사로 일한 지 7년 차. 병원에서 일하면 다양한 군상과 조우한다. 병원마다 특색은 다르지만 '효자'는 빠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효자라 지칭함은 발음하기 쉬워서이다. 상징적으로 쓴 것으로 이는 남녀를 모두를 포함함을 밝히는 바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효심은 의도와 달리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의도와 달리 발현된 효심은 병원 직원들을 괴롭힌다. 특히 이 '효자'들의 효심은 명절이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극대화된다. 부모를 향한 마음은 이해한다. 노쇠하여 수척해져 있는 당신의 부모가 안타까우리라. 그래서인지 매년 명절 응급실에는 영양제 효자가 나타난다는 말이 있고 응급실 외 다른 과에도 무슨무슨 '효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활약한다. 이쯤에서 내가 겪은 '효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여기서는 가장 기억에 남은 정신과 '효자'에 대해 썼다.


크게 기억에 남는 '효자'는 정신과 보호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었을 때 만난 '효자'이다. 정신과의 대상자는 대부분 치료가 되기 전까지는 병식이 없다. 즉 본인에게 증상이 있음을 인식을 하지 못한다. 더 쉽게 말하면 본인이 아픈 걸 모른다. 병원에 치료받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나 배우자 등의 보호자가 강제로 입원시켰으며 본인은 갇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대상자들에게 외진, 외출과 외박은 도망가기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이고 숱하게 많은 도망자들을 보았다. 그래서 정신과에서는 외출과 외박은 주치의의 처방에 의해 신중히 결정된다.


내가 일한 정신과 병동의 이야기에 국한되어 있을 수도 있으나 최대한 알고 있는 선에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정신과의 입원 형태는 타과와 조금 다르다.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는 대상자는 대부분 보호 입원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이 보호 입원이 흔히 강제 입원이라고 알고 있는 형태이다. 이 보호 입원은 보호자 2명의 동의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 그 만큼 엄격하게 된 입원이니 외출과 외박에 관해서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호자나 환자가 외출과 외박을 원할 때 주치의와의 상의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병원은 늘 인력난에 시달리며 업무 강도는 높다. 그러니 때때로 원칙과 규칙보다 융통성과 효율을 중시할 때가 많다. 실제로 보호자와 주치의가 만나 외출과 외박에 관하여 상의를 하기는 하나 대부분은 간호사가 보호자나 대상자에게 외출 혹은 외박 의사를 들은 후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형태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주치의의 승낙이 떨어지면 외출이나 외박이 가능하다. 타과도 외출과 외박에 있어서는 주치의의 승낙과 고려할 점이 많겠지만 타과에 비해서 정신과의 외출과 외박은 고려할 것이 많은 과임에는 틀림없다. 크게 기억에 남은 '효자'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 위해 정신과의 외출과 외박에 대해 자세히 썼다.


때는 작년 추석. 이 '효자'는 알코올의존증 할머니의 보호자였다. 보호자는 딸이었다. 거의 매주 주말마다 할머니를 데리고 나갔다. 할머니를 목욕탕에 데려가거나 할머니가 좋아하는 비빔국수를 먹이기 위해서였다. 외출과 외박은 웬만하면 인계장에 있거나 지시 처방에 있다. 할머니의 이름이 없어 할머니의 외출이 없는 줄 알았다. 한창 다른 대상자의 처치를 하던 중 전화가 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우리 어머니 외출 나가시게 준비 좀 해주세요."


매주 나가는 할머니의 보호자였다. 외출 오더가 없었기에 정중히 거절 후 주치의와 상의하여야 함을 설명했다. 거절과 동시에 수화기 너머로 거친 폭언이 쏟아졌다. 남편까지 바꾸더니 교대로 폭언이 이어졌다. 그리고 할머니까지 간호사실로 계속 찾아왔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특히나 예민한 정신과의 외출과 외박을 내 마음대로는 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거절 후 주치의에게 전화해 확인을 하겠다 말할 참이었는데 틈도 없이 폭언을 쏟아냈다. 할머니는 딸이 나가자고 전화가 왔다며 쉬지 않고 찾아와 내보내달라 아우성이었다. 할머니가 간호사실로 들어와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난장판이 와중에도 일은 해야 하니 주치의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했다. 주치의에게 외출을 승낙받고 보호자에게 전화를 했다. 보호자에게 이번은 명절이기도 하여 주치의가 특별히 허락하였음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후 외출과 외박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주치의와 상의를 부탁한다 전했다. 돌아오는 것은 감사나 사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내게 일을 못한다며 또다시 비난을 했다. 이 효심이 지극한 '효자'는 사실 알코올의존증인 할머니를 음주 후 귀원시킨 이력이 여러 번 있었다. 보호 입원 대상자는 귀원 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는데 이 '효자'는 할머니를 혼자 택시에 태워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택시비까지 간호사에게 지불하게 하려 한 적도 있다. 늘 당신의 어머니가 나가고 싶어 하니 일단 데리고 나갔다가 뒷감당은 오롯이 간호사에게 떠넘겼다.


명절, 국가가 가족과의 시간을 허락해 주어 빨간색으로 달력이 물드는 기간. 할머니가 내 가슴팍에 내려친 주먹은 내 가슴을, '효자가 내 마음에 내려친 주먹은 내 마음을 멍들게 했다. 가족과의 시간도 제대로 허락받지 못하는데 이런 대우라니. 서러웠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간호사들이 일하며 한번쯤은 이런 일부 '효자'들에게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일부 '효자'들이 '효심'으로 포장한 '갑질'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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