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명절에 만난 '효자'들_3 효제 형제_형 편
올해도 돌아온 추석. 명절은 '효자'가 대거 등장하는 시기다.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동생 편에서 형제 '효자'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좋으련만. 형제 '효자'의 효심이 골다공증 주사 이야기로 끝이 났으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동생 '효자'의 에피소드는 애교 수준이다. 끝판왕은 형 '효자'이다. 형 '효자'의 효심이 막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의 사건이 있었다.
형 '효자'는 여태 경험해 본 적도 없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내가 이전 근무하던 병원은 급성기 정신과 보호 병동이었다. 숱하게 돌변하는 공격적인 정신과 대상자들을 경험했지만 이런 위협은 처음이었다. 현실과 망각을 구분하지 못하고 달라드는 대상자보다 현실을 구분하며 살고 있는 보호자가 달려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급성기 정신과 병동에서도 느낀 적 없는 공포를 느끼게 한 형 '효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이 형제 '효자'의 효심의 구조는 이렇다. 동생 '효자'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형 '효자'에게 가서 고자질을 한다. 그러면 형 '효자'는 병원에 전화를 해 폭언을 퍼붓는다. 폭언으로도 성에 차지 않으면 병동에 찾아와 병동을 헤집는다. 이 '효자'는 눈을 부라리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간병사를 향해 소리를 질러댄다. 반말은 기본이고 막말을 퍼붓는다. 이 '효자'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원무과로 뛰어가 의료진에 대한 불평을 뱉어낸다. 그리고는 자신의 감정이 수그러들면 당사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고 원무과 '남자' 직원에게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한 번은 요양보호사에게 퍼부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형 '효자'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요양보호사 사건 이후 형 '효자'의 두 번째 난동의 주인공은 내가 되었다. 나와 직접 연관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나 만만한 건 간호사 아닌가. 형 '효자'가 씩씩대며 간호사실로 찾아왔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불만인 듯했다. 들어보니 이러했다. 어머니 환의가 언제나 제대로 입혀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화가 날만도 하다 생각해 사과했다. 사과 후에도 잠잠해지지 않는 화. 우선 형 '효자'를 진정시키려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그들의 어머니는 몸집이 제법 크다. 어머니에게 딱 맞는 환의가 몇 벌 없다. 그리고 육중한 어머니의 몸무게를 감당할 요양보호사들도 없다. 몇 명이 달라붙어 최선을 다해 바지를 입혀도 어머니가 협조가 되지 않으니 바지가 허리 끝까지 잘 올라가지 않을 때도 많다. 지금도 바지가 제대로 입혀져 있지 않은 것 같으니 큰 사이즈 바지가 있으면 바로 갈아입힐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요청하였다. 그래도 형 '효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화를 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후 또 다른 불평이 시작되었다. 앞선 동생 '효자'편에서 동생 '효자'의 공용 휠체어 독점에 대해 썼다. 동생 '효자'는 병동 공용 휠체어를 본인 어머니 운동용으로 독점하고 있다. 그때 요양보호사들이 동생이 어머니를 휠체어로 옮길 때 바로 도와주지 않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대부분의 병원은 인력이 모자라다. 대상자는 많지만 인력은 한정되어 있다. 바로 도와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럴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응급 상황이거나 더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나 보호자를 우선한다. 바로 도움을 줄 수 없어 답답한 건 병원의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늘 문제는 일부이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간호사들과 직원들의 인력난을 존중해 준다. 요양보호사들이 기저귀 교체를 하거나 다른 대상자의 처치를 돕거나 수발을 하는 시간과 맞물려 바로 도와주지 못하였을 때도 있었는데 이해를 못 하고 실성한 듯 소리를 질러댔다. 이 때도 원무과에 뛰어가 원무과 '남자' 직원에게만 사과를 했었다.
두 번은 없으리라 생각했던 형 '효자'의 활약. 형 '효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형제 '효자'의 어머니가 두통을 호소하며 진통제를 요구했다. 바로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상자가 저녁약을 먹은 지 2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저녁약에는 진통제가 2 정이나 들어간다. 꽤나 센 약이다. 거기다 대상자는 투석 환자라 약에 대해서는 더 조심스러웠다. 추가약을 줄 수 있는 시간에 주는 것이 맞다 판단하여 약을 주지 않았다. 그 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동생 '효자'로부터 전화가 왔고 약을 내놓으라며 난리가 났다. 대상자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 후 한차례 더 전화가 와 똑같은 설명을 했다. 이해했나 싶었는데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인계 중에 나타나 약 좀 주면 안 되냐며 씩씩거리고 나타났다. 호러였다.
슬픈 예감은 왜 항상 틀리는 법이 없는지. 형 '효자'가 나타났다. 도끼눈을 하고 간호사실에 찾아왔다. 어머니가 아프다는데 왜 약을 안 주냐며 흥분하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내 옆 데스크에 앉아 있던 간호사가 형 '효자'를 진정시키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근무 때 일어난 일이라 피해 주고 싶지 않아 내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에 대해 설명하니 잠시 진정되는 듯싶었다가 다시 본인의 화에 못 이겨 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저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가씨', '당신'하며 호칭부터 비하했다. 그 정도는 원래 그런 인간임을 알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듣고 있었다. 이후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하는 레퍼토리가 시작됐다. 눈을 왜 그렇게 뜨냐 하며 시비를 걸었다. 이 '효자'는 간호사들에게 눈에 힘을 주지 말라고 했다. 눈에 들어가는 불수의적인 힘까지 컨트롤하려 드니 어이가 없었다.
사실 말이 간호사실이지 우리 병동은 오픈되어 있다. 병실과 구분을 짓는 건 높은 파티션이 전부이다. 파티션도 어른키보다 작다. 데스크 워크를 하며 앉아 있는 간호사를 서 있는 의사나 다른 동료가 내려다볼 수 있는 텔레비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구조이다. 언제든지 간호사가 앉아 있는 데스크를 향해 뛰어들 수 있다. 흥분한 형 '효자'가 데스크를 넘어올 듯 가까이 다가왔다. 싹수가 없다부터 시작해서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끝내는 간호사들을 향해서 눈에 멍들게 해 주겠다며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옆에 앉아 있던 간호사가 원무과로 도움을 요청했고 '남자'직원이 와서야 사태는 진정되었다. 밤 9시에 동생 '효자'를 만난 것도 무서웠는데 이 형 '효자'를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겁이 났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원무과 '남자' 직원에게서 전화가 와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또 당사자들이 아닌 '남자' 직원에게 했다.
왜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지 못하는 걸까. 자신보다 어리거나 약해 보이는 '여자' 직원들에게만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퍼붓는 걸까. 왜 사람을 위협하는 걸까. 명절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왜 우리에게 이러는 걸까. 왜 내가 겁에 질린 채로 일을 해야 하는 걸까. 어째서 타인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는 걸까. 저 인간은 다 쏟아붓고 후련해진 상태로 돌아가서 두 발 뻗고 잘 거란 생각을 하니 부아가 치민다. 저런 사람들 때문에 다친 마음을 치유해 줄 제도나 의료진과 직원들을 보호해 줄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