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선물
본격적으로 일본어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세상에 없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학습서나 요령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나누고 싶었던 것은 언어가 가진 힘이었습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언어는 단순 의사소통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정중한 언어입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다정하고 예의 바른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들에게 배운 상냥하고 따뜻한 언어의 힘을 빌리곤 합니다. 아껴둔 그 일본어들을 조심스레 꺼내보려 합니다.
여러 일본어를 소개하고 싶어서 리스트업을 해두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처음 소개할 일본어를 도통 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프롤로그와 같은 첫 글에 어울릴만한 일본어들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냅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포근한 이불에 감싸 안겨 있었습니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눈을 감고 있는 그 시간이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같았습니다. 고민하던 첫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꺼낼 일본어는 일본어의 여러 선물 표현 중 하나인 'ご褒美, 고호우비'입니다. 이 단어는 선물로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단어입니다. 저도 이 일본어는 일본에 간 후 처음 알았거든요. 고호우비의 한자를 한 번 살펴볼까요.
ご褒美
褒(기릴 포)+美(아름다울 미)
고호우비는 포와 미 두 한자어의 결합어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포상, 칭찬하는 것 정도의 뜻으로 나옵니다. 이 단어가 그렇게 간단한 단어가 아닙니다. 제가 일본에서 살던 때 이야기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언니가 있었습니다. 언니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습니다. 한 달 내내 출장을 다니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바쁜 일이 끝난 언니와 만났습니다. 언니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유명 주얼리 브랜드에서 목걸이를 샀다며 자랑했습니다 목걸이를 가리키며 했던 말이 ご褒美 고호우비였습니다. 이 단어는 자체로 '열심히 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언니는 그렇게 열심히 일한 본인을 스스로 인정하고 격려했던 것입니다. 언니에게 타인의 인정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언니를 보며 늘 타인의 인정을 바랐던 제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결과와 타인의 평가가 어떻든 스스로가 열심히 했다고 느끼면 스스로를 인정하고 격려합니다. 'ご褒美 고호우비'는 나는 나의 가장 큰 편임을 알려주었습니다.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루를 끝낸 후 따뜻한 욕조에서 하는 반신욕, 아름다운 재즈, 맛있는 음식, 향긋한 초 등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한 자신을 위해 듬뿍 하세요. 자신을 위해 하는 모든 것이 'ご褒美 고호우비'가 됩니다.
오늘도 열심히 산 당신을 위한 'ご褒美 고호우비'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