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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간호사 KokoA May 11. 2024

뉴스에 나오는 그 약

다시 안갯속으로

뉴스에서 종종 머리 좋아지는 약, 집중력을 높이는 약에 관한 사건이 나오면 사건의 개요와 함께 메디키넷, 콘서타 등과 같은 ADHD 치료제의 이름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복용한 약은 "콘서타"였다. 콘서타는 내가 정신과 간호사로 일하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을 정도니 꽤 유명한 약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내가 콘서타를 복용하게 된 건 주치의가 "아뇨.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요"라며, 스스로 ADHD일 것이라 확신하며 착한 애는 잊으라며 맞서는 나와 맞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 용량부터 시작하죠. 다이어트한다고 했으니 이 약을 먹으면 식욕이 떨어지니 다이어트를 방해하진 않을 거예요. 잠을 못 잘 수도 있으니 아침에 복용해요. 약간 불안할 수도 있고 아 그리고 속 쓰릴 수도 있으니 가볍게라도 식사하고 드세요."


주치의는 내게 간단히 약에 대해 설명했고 일주일 정도 복용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한동안 아침을 먹지 않던 내가 약을 먹기 위해 아침 식사를 하고 약을 먹었다. 


과연 뉴스에 나올만한 약이었다.

약을 복용한 지 2일 만에 변화가 머리가 가벼워졌다. 늘 묵직하게 무언가 앉아 있던 돌을 치우는 느낌, 흐렸던 시야가 트이고 밝았다. 의욕이 생기고 집중력이 올라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제일 괴롭히던 머릿속 안개(brain fog)가 걷혔다. 맑았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


우울증을 진단받고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정신병약물, 수면제 등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겪었지만 콘서타만큼은 달랐다.


초조하다는 감정을 체득(体得)했다.

몸으로 얻은 이 감정을 묘사한다면 이런 것들이다. 

머리끝부터 발끝의 타고 내려오는 날 선 신경들.

쥐어짜는 듯한 심장의 조임.

두발을 동동.

앞뒤로 숙임과 젖힘을 반복하는 내 몸통.

나는 이 초조함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릿속에 하나가 떠올랐다. 


자해


낭자한 붉은 뜨거운 것들이 흘러내리는 걸 보면 

이 감정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내가 나를 해쳐야만 하는 감정에 휩싸인 찰나.

선택해야 했다.

다시 안갯속을 걸을지.

언제 나를 해칠지도 모를 맑음에 머물지.

물어야 했다.

팔에 새겨지는 사선들로 뭘 지킬 수 있냐고.

없었다. 

없는 것을 지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안갯속을 걷기로 했다.

그렇게 콘서타마저 단약 했다.


모든 약들과 작별을 고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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