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준비가 붙는 이유

practice and all is coming

by KokoA

우리는 건강하기도 했지만 저와 남편은 자신이 있었어요. 남편은 간호사인 저보다 건강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었어요. 영양제나 약에 대해서도 잘 알았어요. 저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생리도 규칙적인 편이에요. 그러니 임신이 쉽고 간단할 줄 알았어요. 자연스레 아이가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요. 첫 시도 후 임신이 된 줄 알았어요. 왜냐면 신나게 증상놀이를 했거든요. 생리 전증후군이나 배란기 증상을 임신 초기 증상이라 착각하는 걸 증상놀이라 한대요. 원래도 생리전증후군이 심했던 터라 긴가민가했었는데 임신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생리전증후군에 기존에 없었던 어지러움이 더해졌었거든요. 하지만 임신 테스트기는 단호박이었죠. (한 줄이 선명하게 나오는 걸 단호하다고 예비 엄마들이나 엄마 선배들이 그렇게 부른대요) 아마 제가 느낀 그 어지러움은 신체화 증상이었던 것 같아요. 첫 시도 당시 저는 이직한 병원에서 부서 이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직을 했는데 부서 이동까지 했으니 의식하지 못했더라도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을 거예요. 실망이 컸어요. 남편은 풀이 죽어 있는 제게 '첫술에 배부르랴'라며 위로했어요. 실망도 많이 했지만 불안해졌어요. 저는 젊지만 젊지 않거든요. 현대의학은 제 나이 30대 중반을 노산이라 칭해요.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두려웠어요. 후회도 했죠. 피임하지 말 걸 하고요.


불안이 덮칠 때, 후회가 밀려올 때 저는 요가의 지혜로부터 도움을 받아요. 제가 늘 도움을 받는 요가의 지혜는 '지금 여기'예요.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막을 수 없어요. 현재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예요. 실망하고 자책해 보아도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어요. 바꿀 수 있는 건 언제나 오직 나 자신 뿐이에요. 그래서 저를 바꾸었어요.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이에요. 첫 시도 후 빨리 확인하고 싶어서 얼리 테스트기를 샀어요. 생리 예정일 전부터 예정일까지 계속 확인했죠. 매번 한 줄이 나오니 우울했어요. 아침 나온 테스트기 한 줄에 하루 종일 기운이 나지 않았죠. 테스트 결과에 속상해하고 있던 중 문득 드는 생각. 테스트기 결과 하나에 하루를 좌지우지당하는데 어떻게 엄마가 되나 싶었어요. 이렇게 재촉하는 엄마, 흔들리는 엄마에게 어떻게 아이가 믿고 오겠어요. 저는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예요.


준비. 먼저 준비란 무엇일까요. 준비는 한자어예요. 그래서 한자와 국어사전 둘 다 찾아보았어요. 국어사전에는 '미리 마련하여 갖춤'이란 뜻으로 실려 있어요. 한자로 준비는 準備 준할 준에 갖출 비를 써요. 국어사전과 한자의 뜻으로 비추어보아 준비란 미리 마련하고 갖추는 것이었어요. 준비가 필요한 일, 이사, 취업, 결혼 등을 할 때 대개 시간, 비용이 들고 마음가짐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임신 뒤에 준비라는 말이 붙나 봐요. 이렇게 정의를 정리했는데도 준비의 뜻이 모호했어요. 특히 준. 준의 의미가 깔끔하지 않아서 다른 뜻도 살펴보니 '어떤 본보기에 비추어 그대로 좇다'라는 뜻이 있었어요. 비로소 저는 임신을 준비한다는 의미를 깨달았어요. 그건 엄마가 된 사람 중에 좋은 본보기를 찾아 따라 하며 기다리라는 뜻이었어요. 아이는 태어나서 제일 먼저 엄마와 만나요. 좋고 나쁨의 구별을 짓지 못하는 시점부터 엄마를 봐요. 자연스레 엄마를 따라 하며 따라한 것에 익숙해지죠. 사람은 언제나 익숙한 것이 편해요. 사람은 잘 바뀌지 않고요. 좋은 것에 익숙하면 좋은 일을 하고 나쁜 것에 익숙하면 나쁜 짓을 해요.


통달한 듯 글을 써 내려갔지만 제 성질은 여전히 급하고 불안해요. 이런 저를 도와주는 건 언제나 요가의 지혜예요. 아쉬탕가 요가의 구루(스승) 파타비 조이스는 이렇게 가르쳤어요. 'practice and all is coming' '수련하라. 그러면 모든 것이 올 것이다.'라고요. 이 가르침을 안 이후 되지 않는 아사나(자세)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여기게 되었어요. 그의 말대로 아사나는 차근차근 꾸준히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 와요. 인생도 요가와 닮아서 차근차근 꾸준히 하는 것은 열매를 맺어요. 마찬가지로 엄마라는 중요한 일에도 수련이 필요할 테고요. 아마도 아이가 조금 천천히 와 주는 건 엄마에게 연습할 시간을 주고 싶어서인가 봐요. 감사하게도요.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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