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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할 시간을 남겨놨나요?

by 제이미

요즘은 하기 싫어도 멍 때리거나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하다못해 샤워를 하며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억지로 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극적인 영상이 계속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핸드폰으로 쿠팡 쇼핑만 해도 도파민이 분출되면서 시간은 너무 잘 가기에 내가 핸드폰이나 유튜브에 빠져 들기 전에 사유 시간을 어떻게든 확보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는 재주는 누구나 훈련하면 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일은 보다 고차원적인 능력이다. 그 능력은 부지런한 사유에서 온다. 숨 쉬듯 책을 읽고 밥 먹듯 글을 쓰며, 당연한 것에 의심을 품는 자만이 얻게 되는 보상이다.
-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글밥 김선영

사유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갈수록 글 쓰는 시간이 힘겨워지는 걸지도 모른다. 깊이 생각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 생각이 뒤집혀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빨리 검색이나 해야지, 쳇지피티한테 물어봐야지 뭐 하러 그렇게 시간 아깝게 생각하고 있어?


내가 뭐라도, 아무거나 매일 쓰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짧은 글을 쓰더라도 몰입해서 뭔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하루의 시간을 보내고 있나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게 된다. 글을 써서 시간을 붙잡으려 한다.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생각이 영상과 함께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으려 한다. 책 읽기는 글쓰기는 사유하는 시간을 허락해 준다. 이 시간이 소멸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끄적끄적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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