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의 집이 아니라 전세다.
그래서 그런지 내 천성이 게을러서인지 육아가 힘들다는 핑계 대며 청소를 잘 안 했다.
제일 결정적인 것은 아이 아기 때부터 계셨던 이모님이 이제 안 오신다.
안 오신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처음엔 멘붕이 와서 청소도구를 사 재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모님께 의지해왔는지 그제야 느꼈다.
조금씩 천천히 해 보자 생각하고 욕심내지 않았다.
그리고 오래된 것들, 청소할 때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하나씩 처분했다.
체력이 되는대로 조금씩 했다.
남편은 화분, 어항, 달팽이, 소라게 키우는 것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버리는 물건들은 스티커 붙여서 알아서 버려줬다. 그래서 분담이니 뭐니 하지 않고 집 청소는 내가 틈틈이 하기로 했다.
버릴걸 버리고 정리하다 보니 점점 청소할 곳이 구석구석 보이기 시작한다.
손이 안 닿았던 곳까지 해 본다.
하지만 아직 꼼꼼하게는 못하겠다.
그런데 청소와 정리에 시간을 할애하면 할수록 집에 애착이 생긴다.
10년이 지난 집이라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청소하면서 둘러보니까 이 집이 참 고맙다.
이 집에서 임신하고 아이 키우고 추억을 쌓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런 거에 비해 내가 참 집에 신경을 안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집을 사랑해 주지 않았구나.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를 했다.
'이 집에 오래 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저를 움직이게 해 주세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하루 종일 움직였다--;
여전히 어수선한 집이지만 이 집을 사랑하기로 했다.
더욱 열심히 정리해야지.
해도 해도 끝이 없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