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안방 구석에는 내 책상이 있다. 언뜻 보면 억지로 만들어 놓은 공간 같지만 눈 뜨면 앉아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가끔 그림도 그리는 소중한 공간이다. 내 책상과 옷장 사이에 3단 철제 트롤리가 하나 있는데 그게 내 책장이다. 어제까지 그 트롤리가 터져 나갈 것 같이 앞뒤로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는데 도저히 못 보고 있겠어서 정리를 했다. 책 좀 고만 사고 이제 이북 위주로 읽던지 빌려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 책들 덕분에 웃고 울고 재미난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나는 배신을 때린다. 책을 너무 좋아하는데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잘 들여다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책만 원하는 나. 그런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폭우에 천둥번개가 난리를 치더니 오늘 아침엔 좀 주춤한 거 같아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뭘 위해 살고 있는 거지?'
머릿속엔 가족도 생각났다가 하나님도 생각나는데 결론은 안 나온다. 그리고 걸으면 걸을수록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 생각 안 하는 것도 꽤 좋다. 홀가분하다. 그러다 예쁜 꽃을 만나 인사를 한다.
AI를 돌려보니 국화과에 속하는 에키네시아라고 한다. 이런 예쁜 아이는 그냥 넘어갈 수 없지.
'꼭 뭘 위해 살아야 하나. 걸어가다가 예쁜 꽃을 만나 행복하면 충분한 거지. 뭘 꼭 성취하고 성공해야 하나. 넓든 좁든 나만의 공간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거 하고 살면 되지. 그거면 충분한 거야. 아니 벅찬 거야.'
에키네시아가 나한테 그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자연에서 위로를 받고 돌아오는데 빗방울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타이밍도 끝내주네. 역시 산책하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