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소비량 세계 2위인 한국에서(1위는 프랑스) 커피를 안 마시고 살아남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채식만큼 어렵지 않겠지만 두 달 정도 커피를 안 마시고 있는데 아직까지 좀 힘들다. 오늘 아침에 가족들과 브런치를 먹으러 갔는데 팬케익을 먹으며 커피를 안 마시니 어찌나 아쉬운지 마치 감자튀김을 케첩 없이 먹거나 고추장 없이 비빔밥을 먹는 기분이었다. 지인들과 식사 후에 카페를 갈 때나 모임에서 단체로 커피를 사 올 경우 다른 음료를 골라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고 사온 커피를 미안함을 무릅쓰고 사양해야 한다. 웬만하면 다 커피를 마시니 예상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내 주위에도 커피를 아예 안 마시는 사람은 없다. 우리 엄마도 아침에 한잔 정도는 마신다. 남편은 끊어보려고 디카페인만 간간이 먹다가 어느 순간 아메리카노, 라테 닥치는 대로 마시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예전보다 더 많이 마신다. 그래서 더 힘들다.
날씨가 더우니 아이스 카페라테가 꿈에도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끊고 나서 좋아진 건 확실히 속이 편하고 예전보다 소화가 잘 된다는 거다. 나쁜 점은 집중력이 확실히 줄어들어서 뭔가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이건 더워서 그렇거나 개인적인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이색카페를 가 보거나 기분전환하러 혼자 카페 가는 일은 확 줄었다. 커피와 함께 끊은 건 라면이다. 밀가루음식 중에 빵은 먹는다. 많이 안 먹으니 크게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해 그냥 아침에 통밀식빵이나 샌드위치정도는 먹는다. 튀긴 음식과 라면, 커피는 두 달 넘게 안 먹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배가 더부룩하거나 부대끼지 않고 편안할 때 모든 유혹을 뿌리친 보람을 느낀다. 여전히 자다가 중간에 깨긴 하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아 말똥말똥한 적은 없다. 어쨌든 잠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큰 평화를 얻은 거다. 해가 떠 있을 때 커피를 안 마시는 건 괴롭지만 어두운 밤이 오면 내 몸은 웃는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할 때 내 몸을 웃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중독되어 있는 것 중에 하나를 포기하라면 무엇을 포기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당당히 커피라고 말할 수 있다. 커피맛사탕이나 아이스크림마저도 먹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커피를 끊었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자신감을 가져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