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떠나자

시댁으로 가는 여행

by 제이미

여름마다 같은 곳을 가지만 1년에 한 번이라 그런가 아니면 나름 멀리 가서 그런가 또 마음이 분주해지고 살짝 설레기도 한다. 이 여행은 모든 게 예상되는 여행이니 그저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는 재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집이 아닌 곳으로 갈 때는 제일 먼저 무슨 책을 읽을까부터 생각한다. 그리고 오랜 비행시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가 제일 걱정이다. 매년 가지만 매년 걱정이다. 무슨 옷을 가져갈 건지는 이젠 고민 측에도 끼지 못한다. 여전히 어떤 선물을 가져갈 것인가는 고민이다. 그나마 케이푸드니 케이뷰티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상태니 고민하는 시간이 길진 않다. 그러나 치매가 있으신 시어머니 선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그러다 어머님이 항상 크로스워드를 즐겨하신다는 게 생각나서 한국적인 그림이 있는 컬러링북을 사봤다. 친정엄마도 보태니컬아트를 열심히 하고 계셔서 컬러링북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다만 뒤돌아서면 잊어버리시니 항상 보이는 곳에 놓고 하셔야 할 텐데. 새로운 것이 보일 때마다 이게 뭔지 물어보실 텐데 컬러링북이라고 백번 설명할 내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인다. 그러면 어떠리. 즐겁게 하시는 거 보고 오면 그게 행복이지. 작년에는 비단부채에 내가 직접 민화를 그려서 선물드렸는데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지나 않을까. 내가 그려서 드렸다는 자체를 기억 못 하실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가면 찾아서 또 보이는 곳에 두고 백번 설명 드려야지. 잘 지내고 계시니 우리 가족이 1년에 한 번이라도 뵈러 가지만 만약 편찮으시거나 안 계시면 이 여행도 멈춰버리지 않을까.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나는 분주하게 냉장고에 오래된 음식을 버리고 오랜만에 텅텅 비어있는 냉장고 안을 살짝 닦아주는 동안 아들은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조금만 한다더니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녀석. 뒤늦게 게임에 눈 뜨더니 정신을 못 차린다. 나도 바쁘니 그냥 내버려 둔다. 이런 게 또 방학의 묘미 아니겠어. 아닌가. 인생 망하는 길인가. 부모 노릇하기 힘들다. 항상 뭐든지 적당히 하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나야 좋지만 별로 좋은 본보기는 아닌듯하다.


시댁의 비어있는 방에서 셋이 끼어 자야 하고 남편의 동생 가족이 부엌을 쓰니 내가 가서 요리를 하기도 불편한 상황이라 솔직히 나한테는 그다지 유쾌한 여행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의 자연은 아름답고 결국 자연에서 위로를 받고 돌아온다. 불편하고 애매한 상황에서 하루하루 매 끼니를 해결하다 돌아오는 기분이지만 이번에도 집에서 먹는 거와 다르다는데 의미를 두고 즐겨야겠지. 여행은 어쩌면 그저 다름을 경험하고 오는 여정일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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