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가 한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는데 어반스케치 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엄마도 나 낚시할 때 그림 그려."
라고 아들이 말하는데 좋은 생각이다. 가족 여행을 갈 때마다 두 남자는 낚시를 하고 나는 주로 책을 읽는다. 그림을 그려볼까도 생각했지만 노트북도 잘 안 가져가는데 미술재료를 챙겨가기가 번거롭기도 했다. 더 핑계를 대자면 바다 그림은 좀 심플하기도 하고 못 그리기도 하고. 하지만 아이의 그 한 마디에 또 나의 미술 재료에 대한 집착이 살아나고 말았다. 나는 미술 재료 사는 걸 좋아한다. 집에 수채화, 아크릴 물감, 오일파스텔, 민화 재료까지 없는 재료가 없다. 그림을 자주 그리느냐? 그건 또 아니다. 자주 그렸다가 금방 시들해지지만 재료는 한 번씩 꺼내보는 이상한 취미가 있다. 꺼내보다가 아주 가끔 그리기도 하니 나쁘지 않다. 이쯤 되면 그냥 미술 재료 수집을 좋아하는 거겠지. 물감의 여러 색을 보면 눈과 마음이 즐거워진다. 디지털 세상에서 보는 색과는 다른 선명함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꾸덕함이 좋다.
그리하여 또 폭풍검색을 해서 미니 팔레트와 미니 스케치북, 워터브러시 세트를 사고 말았다. 너무 미니미한 게 얼마나 귀여운지 한눈에 반해버렸다. 오자마자 아이와 함께 수채물감을 찾아 짜는데 수채물감도 몇 년 지나니 굳어서 잘 짜지지 않는다. 또 새로 살 때가 되었구나. 하하하. 이렇게 덕질은 계속된다.
이번 추석에도 우리는 태안으로 떠난다. 이번에는 꼭 그림을 그려 봐야지. 상상 속의 나는 금손, 현실은 똥손이지만 이 재료들을 집구석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시켜 준다고 생각하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