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서

<단어의 집> 안희연 산문집

by 제이미

날씨가 화창한데 마음에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일면서 자책하는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가을이 다가왔나 보다. 이맘때쯤 되면 나도 모르게 '난 뭐 하고 살고 있지. 이 정도밖에 못하나. 게으르고 한심한 인간아.' 하며 한없이 작아진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면 아침잠이 많아질 텐데 이제 와서 새벽기상을 해서 자기 계발을 해볼까 생각하면 어쩌겠다는 건지.

왜 항상 스스로를 벌하는 방식으로만 살아온 걸까. 임계점은 한계가 아니라 꽃망울이 터지는 환희의 순간일 수도 있는데. 피려는 마음을 모른 척한 건 세상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른다.
<단어의 집, 안희연> p.28

나의 부정적인 마음을 이 문장이 풍선 터지듯 터뜨렸다. 지금까지 내가 한 독서, 끄적였던 문장들은 한창 피어나고 있는데 나의 부정적인 마음이 피어나려는 꽃망울을 꺾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가을을 타려거든 곱게 타자. 쓸데없이 나를 끌어내리지 말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