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by 제이미

주말에 오랜만에 엄마와 단 둘이 놀았다. 남편과 아들이 둘이 낚시를 가서 나는 엄마와 놀기로 했다. 엄마는 차로 20분 거리에 혼자 살고 계신다. 하지만 엄마집에서 잘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엄마도 집에 와서 자라는 말은 안 한다. 우리는 은연중에 그게 서로에게 편하다는 걸 아니깐.


올해부터 가끔 주말에 홀로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싸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하며 신나 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워가며 혼자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하나 해 나갔다. 여전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긴 하지만 밤에는 좀 쓸쓸했다. 내가 가족들한테 참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엄마는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도 하게 됐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항상 멜라토닌을 드시고 늦게 잠자리에 드는 엄마를 알기에. 혼자 있으니 아이를 재우려고 함께 누울 필요도 없고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거 하다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으니 누워도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옆에 누가 항상 있다가 없으니 잠이 들어도 깊게 자질 못했다. 이게 자유가 주는 부작용, 바로 고독인가 보다.


엄마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혼자에 익숙해졌고 나는 정신없지만 아이와 함께 있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결국은 적응하지만 쓸쓸함은 언제나 찾아온다. 하지만 엄마도 내가 있어서 좋고 나도 엄마가 있어서 좋다. 친구도 좋지만 가족이 가까이 있으면 우린 쓸쓸함을 어느 정도 사랑으로 메꿔나갈 수 있다.

엄마와의 데이트 @ 바스타미
엄마의 보태니컬아트 작품

엄마는 녹내장, 백내장을 다 앓고 있다. 그 침침한 눈으로 몇 년째 보태니컬아트를 하고 계신다. 함께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어느새 힘들다며 하나둘 그만두는데 엄마는 오히려 힘든 시기는 좀 지난 것 같다고 하신다. 몸이 너무 아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매일 스트레칭하고 주 1회 침을 맞으시며 힘든 시기를 극복했다고 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달인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다. 존경합니다 엄마~♡


언제나 남의눈을 너무 의식하는 엄마가 못마땅했는데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나보다 항상 나았다. 가족은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더 크게 볼 줄 알아야 한다. 나도 이제 철이 드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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