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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May 12. 2023

다시, 라라랜드

일상 기록

영화 라라랜드가 개봉한 날은 2016년 12월 7일. 내가 엄마가 된 지 딱 1년이 지나고 라라랜드가 개봉을 했다.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나의 생활은... 사실 기억하기 싫은 건지 머릿속에서 지워진 생활들이 많다. 그냥 죽도록 힘들었다는 느낌만 있다. 아픈 몸. 부족한 잠. 늘 피곤했던 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었다. 당연히 영화를 볼 시간은커녕 나의 사생활은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눈물 나게 여유로운 시간이 그리웠다. 그래서 출산 후 처음으로 오랜 고민 끝에 라라랜드를 핸드폰으로 결제를 했다. 아이가 잘 때는 나도 조금이라도 자야 한다는 철칙을 깨고 혼자 깜깜한 밤에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으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한 번에 다 못 보고 짬짬이 쪼개서 며칠 만에 다 본 거 같다.


라라랜드는 처음 시작부터 뮤지컬 영화답게 노래하고 춤추고 굉장히 밝고 신난다. 그런 신나는 영화를 나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겨우 아이가 잠을 잘 때 짬을 내서 보니 하나도 신나지가 않았고 유치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때 대히트를 쳐서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인기가 많나 궁금해서 본 것 같다.

7년이 지난 지금 내 유튜브 영화 목록에 보이는 라라랜드. 우연히 얼마 전에 라라랜드 음악을 들으니 다시 보고 싶어졌다. 앞장면만 기억이 나고 뒤에는 너무 새롭다. 세상에 나는 힘든 육아뿐만이 아니라 그때 본 영화마저도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다니는 아이를 보는 것도 신기하고 이렇게 영화를 다시 보고 글도 쓸 수 있는 여유로움마저 신기하고 감사하다. 아쉬운 것은 그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의 여유를 좀 가질 걸 후회가 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으니.




7년 후 다시 본 라라랜드는 너무나도 다르게 다가왔다. 같은 영화를 봐도 나의 심적 육체적 상황에 따라 느끼는 게 이토록 다를 수 있다니. 음악이 좋다는 건 그때도 느꼈지만 지금 보니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도 보인다. '나는 재즈 좋아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재즈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탭댄스를 좋아하듯이 재즈를 싫어할 이유도 없는 거 같은데. 싫어한다기보다 관심이 없는 거겠지. 재즈는 도대체 언제부터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했을까? 내가 대학생 때만에도 유명한 재즈 바가 많았고 한번 가려면 예약하거나 줄을 서서 봤어야 했다. 또다시 그때가 그리워진다.


재즈를 좋아하는 내가 7년 전 라라랜드를 아무 감흥 없이 봤다는 것은 그때 내 뇌는 육아로 인해 정지되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육아로 정지되었던 엄마들의 뇌가 다시 활성화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라라랜드를 보며 깨달았다. 영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언제 그 영화를 봤으며 내 상태가 어땠는지 알려면 예전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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